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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탄알 1.5조원 장전' 김정주 투자 타깃은?...원더홀딩스·스마트스터디 '물망'

넥슨코리아, 네오플로부터 1조5000억원 차입...용처에 이목 집중
서정근 기자

최근 넥슨코리아가 두 차례에 걸쳐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약 1조5000억원을 차입하자, 그 용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차입금액 규모를 감안하면 넥슨그룹 총수 김정주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1조5000억원은 넥슨이 지난 2012년 엔씨 1대 주주로 등극하는데 쓴 재원(8000억원)의 두배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만약 해당 금액을 단일거래에 쓸 경우 IT업종의 지평을 바꿀만한 '메가딜'이 된다는 점에서, 그 용처를 둔 관심이 지대합니다.

넥슨그룹의 투자는 지주사 엔엑스씨를 정점으로 게임·IT·콘텐츠 부문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 넥슨 일본법인과 비(非)게임 부문을 총괄하는 투자 지주사 NXMH B.V.B.A로 양분돼 왔습니다. 네오플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투자를 전담할 주체가 넥슨코리아인 만큼 투자용처도 IT 부문이 될 것이 유력합니다.

세간이 예측하는 투자대상 '1순위'는 원더홀딩스입니다. 김정주 회장과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지난 12년간 이어온 인연이 각별하고 넥슨그룹과 원더홀딩스그룹 간 교차투자가 확대되며 접점을 넓혀왔기 때문입니다.

허민 대표가 설립한 네오플을 넥슨이 지난 2008년 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산정해 인수했고,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그룹의 핵심수익원이 됐습니다. 김정주 회장은 넥슨그룹 지주사 NXC를 통해 허민 대표가 창업한 위메프의 지분 11.4%를 지난 2015년 1000억원에 취득,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가을 허민 대표를 개발자문역으로 초빙하며 넥슨코리아가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1%를 취득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자연스레 '혈맹'으로 발전했습니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 외에도 에이스톰, 원더피플 등 허민 대표가 재창업한 게임사들을 총괄하는 최상위지배회사입니다.

넥슨이 장전한 실탄 중 상당부분이 원더홀딩스에 쓰일 것으로 세간이 예측하는 이유는 쿠팡과 위메프 간의 '무한경쟁' 구도, 손정의 회장과 김정주 회장 간의 역학 구도 때문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쿠팡에 쏟아부은 누적 투자액은 30억달러(약 3조6500억원)입니다. 쿠팡과 위메프 모두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 재원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치킨 게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김정주 회장은 손정의 회장을 롤모델로 삼아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회장이 손정의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를 자주 찾다 소프트뱅크 사내 변호사였던 데이비드 리와 교분을 쌓고, 데이비드 리에게 넥슨 일본법인 대표를 맡긴 일화도 있습니다.

위메프에 투자해 쿠팡과 맞서 성공할 경우, 김 회장은 롤모델이었던 손 회장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셈이라는 것이지요.

위메프 측은 넥슨으로부터의 추가 투자 유치 여부를 두고 "모회사 원더홀딩스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추가 투자가 성사된다 해도 1조5000억원을 모두 투자하기엔 위메프의 사업모델이 불안정하고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 법인들의 수익성 예측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때문에, '김정주 회장이 잘 알고, 성장전망이 밝은 콘텐츠 기업'들에 '분산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같은 기준으로 투자가능성이 높다고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스마트스터디입니다. 스마트스터디는 삼성출판사 창업자 3세인 김민석 씨가 지난 2010년 설립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업체입니다. 캐릭터 '아기상어'와 '핑크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업체입니다.

중기벤처부로부터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지정된 스마트스터디를 창업한 김민석 대표(사진 왼쪽)


김민석 대표는 삼성출판사를 설립한 김봉규 명예회장의 손자입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후 넥슨코리아 마케팅실, NHN 캐주얼게임 서비스기획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삼성출판사 전산실장을 맡다 2010년 6월 스마트스터디를 설립했습니다.

삼성출판사를 설립한 김봉규 명예회장, 아트박스 대표를 맡았던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 등 3대가 삼성출판사·아트박스·스마트스터디 등으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넥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연이 있고 김정주 회장과 삼성출판사 오너 가문 간 교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넥슨그룹 지주사 NXC가 지난 2013년 스마트스터디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김민석 대표가 스마트스터디 지분 23.46%를, 삼성출판사가 21.14%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엑스씨는 지난 2018년 기준 보통주 9만주(3.73%)를 보유, 보통주 보유 기준으로 3대주주였습니다. 이들 외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IBKC 파이오니어 신기술투자조합,산은캐피탈 등이 주주로 참여해 있습니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768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이었습니다. 이변이 없으면 올해 기업공개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넥슨그룹과 스마트스터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망한 기업들을 보다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스마트스터디 등이 김 회장의 '장바구니'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원더홀딩스나 유망 성장기업 외에 평소 '김 회장 스타일'대로 이미 정점에 오른 회사를 인수해 넥슨그룹의 몸집을 불리려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같은 기준으로 첫 손에 꼽히는 기업이 크래프톤입니다.

실제 추진과 성사 여부를 떠나, 크래프톤 인수는 김정주 회장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M&A라는 평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874억원, 영업이익 359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4분기에만 영업이익 1998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중국에서 서비스 허가를 받지 못하자 이를 대체해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의 수익 일부도 크래프톤에 분배하기 시작했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글로벌 장기 흥행가도에 올랐고, 김창한 대표와 브랜든그린, 새롭게 영입된 서구권 개발자들이 '배틀그라운드' 후속작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엔씨 '리니지3' 개발팀이 회사의 모태가 됐던만큼 MMORPG 개발 노하우와 관련 인력도 풍족합니다.

인수해서 당장 규모를 불릴 수 있는 매출이 있고, 그 매출이 향후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담보할 만 합니다. 글로벌 슈팅게임 브랜드와 개발력을 가지고 있고, 넥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MMORPG 장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넥슨 입장에선 (성사만 된다면) 매출 볼륨도 키우고 개발역량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딜입니다. '던전앤파이터'와 '배틀그라운드'를 모두 보유, 텐센트를 상대로 교섭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정주 회장이 매각을 철회했던 사정을 자세히 알기는 어려우나, 회사 기업가치가 '던전앤파이터'에 편중된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크래프톤을 품을 수만 있다면 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텐센트에게 추후 회사를 팔 수 있는 동력이 되는 셈"이라고 짚었습니다.

크래프톤 설립자 장병규 의장은 '테라' 이후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흥행시키기 이전까지 10여년간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메가히트 이후 텐센트로부터 러브콜도 받았으나 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개인 명의로 크래프톤 지분 17.4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장 의장이 초기투자자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와 함께 결성한 벨리즈원 유한회사가 보유한 지분(6.88%)도 우호지분으로 꼽힙니다. 5000억원을 투자한 텐센트(13.21%),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5.72%)등이 주요주주입니다.

최근 힐하우스캐피탈이 넵튠이 보유하고 있던 크래프톤 지분 1.02%를 464억원(주당 58만원)에 인수바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크래프톤 시가총액은 4조6000억원 수준입니다.

넥슨이 '만약' 1조5000억원을 크래프톤 지분 취득에 '올인'한다면 장병규 의장의 지분과 우호지분 전량을 넉넉히 인수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선제투자를 단행한 텐센트의 '기득권'도 인정해야 하는 만큼, 장의장 측 지분을 제외한 여타 지분을 텐센트가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관측입니다.

넥슨과 텐센트가 크래프톤을 우선 균점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김정주 회장이 넥슨을 텐센트에 매각하는 길을 틀 수도 있는 딜이라는 것이지요.

크래프톤 내부에선 이같은 전망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이어온 창업자가 이제 기업공개를 통해 결실을 맺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굳이 매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지요. 크래프톤 측의 한 인사는 "의장의 성품을 감안하면 돈은 IPO(기업공개)를 통해 가치평가를 받고 벌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크래프톤의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데는 전망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현재로선 장의장이 IPO까지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분명해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IPO 이전에 회사를 매각한다면 텐센트나 넥슨이 아닌 매각 대상처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텐센트에 회사를 매각할 경우 '중국기업에 회사를 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넥슨에 크래프톤을 넘길 경우 이같은 비판에서도 자유롭고, IPO를 앞두고 감당해야할 수고와 노력, 각종 변수로부터의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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