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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자발적 기부 안해?"…은행권, 재난지원금 기부 '고심'

범농협·메리츠 등 임직원 수천명 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행렬
다른 은행권도 기부 시기·방법 등 고심

머니투데이방송 조정현 기자we_friends@mtn.co.kr2020/05/06 17:24


농협중앙회가 지난 5일 배포한 '임직원 5,000명, 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결정' 보도자료는 근래 본 가장 어색한 제목이다. 부장급 이상 임원 및 간부직원 5,000여명이 가구당 받게 될 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고 하니 그 가족들까지, 어림잡아 무려 2만여 명이 '자발적'으로 대동단결했다는 얘기다. 중앙회 뿐 아니라 산하 지주와 은행, 증권사에 지역 농·축협까지 범농협 계열사가 모두 포함된다.

관제기부, 강압기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임을 강조했지만 이 기부가 어떤 방식일지는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까지도 은행권에서는 등산을 좋아하는 CEO(최고경영자)가 취임하면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산행에 함께하고는 했다. 취지가 좋으면 CEO 이름을 앞세워 자발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실상 비자발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국내 금융권의 문화다.

다른 은행권도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일각에서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예견됐던 일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재정악화 논란이 일자 정부 여당에서 "상위 30%에게는 지급한 뒤 기부를 받자" 등의 얘기가 나올 때부터 반강제적 기부 릴레이는 예정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나서서 "기부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자발적 기부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말을 덧붙이자 곧이 곧대로 해석되지 않은 셈이다. 정치권과 고위공무원들도 재난지원금을 안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들의 '입김'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업종인 금융권의 입지가 좁아지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민간 은행이 동참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연간 조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대형 금융지주들은 뭐하냐"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연소득 5,000만원 이상 거의 전 임직원의 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고 밝혀 이미 민간에서 기부 행렬이 시작됐다.

선행과 관련해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가장 잘 알려진 금언이다. 자발적으로 기부할 만한 일이면 구태여 발표할 것 없이 개인 각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기부를 하든, 지원금을 받아 그 취지에 맞게 '열심히' 써 소비 진작을 돕든.

2,700명, 5,000명이 집단으로 결정하는 자발적 기부란 논리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과거 은행권이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근로자의 합의로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거나 기부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번처럼 국가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부 여부를 회사 경영진이 먼저 꺼낼 얘기는 아니다. 더구나 직원의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을 재난기원금을 기부하라고 권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조정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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