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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파운드리 목장의 결투'…미중 무역분쟁 속 삼성전자와 TSMC 운명은?

고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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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반도체 산업에 지난 한 주간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파운드리 경쟁도 치열해지는데요. 비메모리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과 추격을 뿌리치려는 TSMC, 두 회사의 자존심을 건 시장 다툼에 대해서 고장석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고 기자. 지난 한주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말 전 세계가 들썩일만한 일들이 벌어졌죠?

기자1) 네.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금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파운드리 사업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건데요.

여기에 지난 한 주 동안 갑작스럽게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노골화되면서 앞날에 대한 전망이 힘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한 주 전인 15일. 지난주 금요일이었는데요. 대만 TSMC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14조 8,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는데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쓰지 못 하도록 아예 막으면서 TSMC가 주로 미국 기업의 반도체를 만들도록 못 박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7일에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으로 출장을 갔거든요. 중국에서 시안 반도체 공장도 시찰하고 산시성의 당서기랑도 만나서 반도체 등 분야 협력을 논의했고요.

그리고 예정돼있던 수순이긴 하지만 21일에는 10조 원을 들여 평택에 EUV 파운드리 라인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게 볼 수도 있는 일이죠.


앵커2) 대만 TSMC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이긴 한데, 그래도 삼성전자는 133조를 투자한다고 하잖아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대일까요?

기자2) 삼성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지만 대만 TSMC는 만들어주는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2조원인데, 영업이익은 무려 5조원이 넘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도 50%가 넘죠.

삼성전자가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하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 핵심 산업인 파운드리에서 TSMC가 멀리 달아나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9.1%에서 올해 1분기 15.9%로 떨어졌습니다.

TSMC의 점유율은 5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파운드리는 경쟁자가 갈수록 줄고 점점 효율성이 높아지는 구조라서 첨단 영역에서의 지금 경쟁이 미래를 좌우할 갈림길입니다.

2004년에 파운드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90나노 수준이었는데 18개 기업이 기술력을 갖췄거든요. 하지만 지금 최신 공정인 7나노, 5나노에 와서는 기술력을 갖춘 곳이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 단 두 곳만 남았습니다.

일대일 대결인데, 삼성이 따라가면 TSMC가 달아나는 모양새인 거죠.


앵커3)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복잡해 지고 있죠?

네. 미국은 이전부터 전투기, 인공위성 반도체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반도체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이 커졌거든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설득 작업도 더 빠르게 진행됐는데요.

TSMC가 지난주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립하기로 한 거죠.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둔 삼성전자에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삼성의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사실 연구시설에 더 가깝고, 양산 수준도 11나노 정도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가 삼성에도 압박을 넣고 있어서 삼성도 추가 투자는 진행하겠지만, 그 수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요.

미국 기업들의 거래 관행이나 트럼프 정부의 방향으로 봤을 때 미국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다소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거죠.

애플이나 퀄컴 같은 업체들의 주문을 TSMC가 더 가져가면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봐야 합니다.


앵커4)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에 다녀왔잖습니까?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타이밍상 굉장히 공교롭게 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움직이는데 하루 이틀 만에 바로 결정해서 움직이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TSMC가 미국 공장 짓는다고 한 바로 다음 날에 중국에 갔고, 그 상황에서 미국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한 겁니다.

사실 전략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중국 공급망이 문제가 있고, 공장 가동이 같은 여러 부분을 중국 협조를 구하려고 갔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굳이 미국보다 중국을 택한 거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중국 방문은. 지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에 치중할 수는 없거든요. 우리한테 제일 큰 시장은 여전히 중국이고, 홍콩 포함해서 중화권에 우리의 반도체 수출 비중이 60% 정도 됩니다. 미국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5) 앞으로 삼성과 TSMC의 경쟁은 그럼 어떻게 된다고 봐야 할까요?

사실 삼성이 파운드리 기술력에서는 TSMC와 엎치락뒤치락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태생적인 한계에 발목 잡히고 있는데요.

삼성 같은 경우 자기들이 AP 같은 시스템반도체도 만들고, 스마트폰도 만들거든요.

갤럭시를 만드는 삼성에게 애플이 아이폰의 AP 생산을 맡기기는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다른 TSMC의 주요 고객들하고도 최종 제품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TSMC 같은 경우 본사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고 해요. 자신들이 제품을 안 만들고 순수 파운드리만 하는 만큼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나 거래 관행 부분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격의 카드로 내민 게 평택 EUV 생산라인입니다. EUV 라인에서는 7나노 이하의 5나노 반도체를 만들게 되는데, 5나노 반도체 양산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거죠.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당시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서 삼성이 TSMC에 뒤지지 않는다"며 "실제로 많은 고객이 삼성 파운드리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와 거래하던 TSMC에는 타격이 크지만, 삼성에는 당장의 큰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하는데요.

TSMC가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이번 5나노 파운드리에서 승기를 잡고, 이미지센서 같은 분야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면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장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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