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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시 일반주주는 봉?…"합병비율 산정제도 개선해야"

거버넌스포럼 '합병비율 산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세미나
현행법상 불공정한 가치 산정으로 일반주주 손실 가능성 커
금투업계·학계 "불공정한 합병비율 산정제도 개선해야" 공감
조형근 기자

# 상장사 A와 비상장사 B는 C사의 지분을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다. 이후 A와 B, C사는 합병을 결정했고, C사의 주식 가치를 평가한 결과 1,000억원으로 산출됐다. 그 결과 B사가 보유한 C사의 주식 가치는 200억원으로 합병과정에서 평가받았다. 다만 상장사인 A사의 적정가치는 보유지분 가치와 별개로 시가 기준으로 정해져 당시 시가총액인 100억원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기업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합병가액 결정방법이 다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시장가격(시가)을 따르지만, 비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산술평균으로 하고 있다.

다만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합병비율 산정제도가 일치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 사례처럼 A 기업의 가치가 '보유 중인 C사의 지분 가치'와 'A기업의 사업부문 가치'(200억+a)의 합이 아닌 시가 기준(100억원)으로 평가돼 모순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거버넌스포럼)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시 분당구 을)과 함께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합병비율 산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금융투자업계·학계 관계자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형균 D&H투자자문 본부장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합병비율 따라 주주 보유지분 가치 수조원 차이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김형균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로 ▲상장법인 합병가액을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으로 정하는 점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평가 방식이 다른 점을 들었다.

김 본부장은 "합병가액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각 회사의 주주와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수 조원 가까이 영향을 받는다"며 "하지만 인수합병 이전에 시장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합병비율 산정기준도 달라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지배주주가 합병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시가가 본질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배주주가 합병 시점을 결정할 수 있어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배주주가 상속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본질가치와 무관한 이유로 시장가격이 본질가치에서 크게 벗어날 때를 선택해 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며 "고의로 실적을 조작해 주가가 낮아지면 합병을 진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A 기업의 오너가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 계열사로 B기업을 설립한 뒤 대주주에 앉히고, 고의로 A 기업의 주가를 누른 뒤 합병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B 기업 대주주인 자녀는 지분을 유리하게 확보해 상속받을 수 있지만, A 기업의 일반 주주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김 본부장은 "지배주주가 1개의 회계법인을 직접 선정해 보수를 지급하고 평가의견서를 받는 형행 구조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형균 D&H투자자문 본부장,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


■ 학계 "합병비율 불공정 공감…개선 논의 필요"

학계에서도 인수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현행 제도가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손창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모두 "현현 합병비율 산정의 근거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학계 전문가들은 시가 기준 폐지와 상장사-비상장사 간 합병기준 통일 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송옥렬 교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획일적 기준을 강제하는 건 사실상 어렵고, 평가 규정을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책임 추궁을 하지 않는 구조로.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무서워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 제도 ▲불합리한 합병에 대한 민사 및 집단소송 등을 꼽았다.

손창완 교수는 "계열회사 간 합병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체적 공정성 기준 마련과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평가의견서 장성시 회계법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계열회사간 합병에 한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한상 교수는 "당사자간 협상을 기본으로 하되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계열사 합병 등의 경우 공정성 기준,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 제도를 고려할 수 있으나 법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결국 큰 틀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사후구제로 이사진 및 가치평가 기관에 대한 민사·집단 소송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 것이 근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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