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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카카오·토스 "싫음 말고"…막강 IT기업의 '근자감'

'토스-신한금융' 제3인터넷은행 무산 이후 '카카오-삼성화재' 디지털보험사 합작 결렬
금융회사-거대 IT기업 '주도권 싸움'…밀리지 않는 신흥강자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2020/05/28 08:28


국내 핵심 IT(정보기술)기업인 카카오와 토스는 금융혁신의 총아로도 존재감이 크다. 이들 기업의 영향력은 수치로 입증된다.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등장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한해 벌어들인 수익을 올 1분기 만에 달성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회원 1700만명을 보유한 토스는 2016년 연매출 34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3년새 30배에 이르는 고속성장이다. 두 기업은 막강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쥐고 카드와 증권, 보험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빠르게 커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금융사가 IT 기업에 사실상 주도권을 뺐겼다. 혁신을 가져올 금융권의 '메기'들 앞에서 전통 강자는 애처롭지만 '고인물'이 됐다. 핀테크(금융과 IT의 결합)가 이끄는 금융산업 지형에서 혁신없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타성에 젖었던 금융사들은 IT 기업에 손내밀기 시작했는데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다. 협업에서 더이상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최근 카카오와 삼성화재의 디지털 보험사 합작이 무산됐다. 손해보험업계 1위와 IT 거인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합작법인 설립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끝내 결렬됐다. 이번 합작 무산이 주는 의미가 큰 것은 금융회사와 IT기업의 위상 변화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협력 관계가 청산된 배경으로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협상 과정에서 '카카오가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란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합작사 지분 구성은 카카오페이 50%, 카카오 30%, 삼성화재 20%였다. 이중 삼성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14%에 불과했다. 삼성 측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위해 당사 임원을 합작사로 보내려고 했으나 카카오 측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로선 업계 1위인 자사 입김이 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또 카카오는 사고 후 손해액을 평가하고 보상금 지급을 처리하는 손해사정업무까지 삼성화재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은 인적, 물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업무"라며 "카카오가 삼성 측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요구사항이 늘자 합작이 결렬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장 극명한 대립각을 세웠던 지점은 '온라인 자동차보험' 진출 건이다. 카카오는 전략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 손보사와 협력해 대리운전 보험에도 손을 댔었다. 국내 대리운전 보험 가입자는 8만여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모빌리티 사업을 키우려는 카카오로선 2200만명 가입자가 있는 자동차보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중복투자와 과잉경쟁 촉발 방지를 위해 한 개의 보험사가 두 채널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 뜻대로 하면 삼성화재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이 60%를 넘어 독보적 1위로 자리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와 합작도 좋지만 무리수를 던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IT기업과 금융사의 결별 사례는 제3인터넷은행 선정 과정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신한금융지주와 토스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설립을 추진하던 도중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며 끝내 등을 돌렸다. 양측이 사업 모델 구상에서 차이가 컸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상 주도권 싸움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는 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가 34%의 지분을 투자하고 신한금융이 15% 수준의 지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지분율에 비례해 일정 수준 경영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토스는 혁신사업 모델을 추진하기 위해 확실한 주도권을 원했다.

혁신금융으로 뭉쳤지만 IT기업은 주도권을 쥐고 금융회사에 서포트 역할을 원한다. '재주는 금융사가 부리고 돈은 IT기업이 받는' 식의 무리한 조건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그게 싫다면 각자도생 하자는 식이다. 국내 대표 금융회사와 결별 선언하고도 흔들림이 없다. 토스는 결국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아냈고 카카오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거대 IT기업의 위상 변화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주역인 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막강 IT기업들의 '근거있는 자신감'이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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