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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포스코 물류 자회사 논란, 진짜 속내는?

포스코 협력업체 담합 사건 계기로 물류 자회서 설립, 투명성 강화
권순우 기자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육상, 해운업체들은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우리나라 물류 사업이 황폐화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연간 1억 6천만톤, 약 2조원 규모의 물류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화물을 운송하는 포스코가 직접 해운사를 차려 해운업체에게 일감을 주지 않으면 해운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할 생각도, 할 수도 없다고 반박합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직접 “회사 내 물류관련 업무(제품 원료 운송계획 수립, 운송 계약, 배선 지시 등) 인력 100여명이 그룹사 흩어져 있는데 그 인력을 한 곳에 모아 효율화 하고 전문성 높여야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법에 의해 우리가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생각도 없다. 오해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운업법은 대량 화주가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포스코가 해운업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포스코 CEO가 공식적으로 해운업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도 해운업계의 반대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파트너였던 포스코와 물류, 해운회사들은 왜 싸우고 있는 걸까요?

업계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물류, 해운회사 담합 사건을 지목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방, CJ대한통운, 유성티엔에스 등 광양지역 8개 운송사업자가 18년 동안 담합을 통해 포스코로부터 93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또 포항지역 운송 사업자들도 비슷한 방식의 담합을 저질렀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2001년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의 운송 사업자 선정 방식을 수의 계약에서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러자 운송사업자들이 경쟁으로 인한 물류비 인하를 피하기 위해 짬짬이를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한 속내는 계열사 별로 흩어진 물류 체계를 전문 자회사로 통합해 관리함으로써 담합 등을 방어할 수 있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갖추겠다는 겁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에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사건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번에 적발된 담합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뒷말도 나옵니다.

포스코는 초대형 화주로 철강 생태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 포스코를 상대로 18년 동안 담합을 해서 ‘을’인 운송사업자가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건 현실성이 없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목숨 줄을 쥐고 있는 포스코를 상대로 18년 동안 담합을 해서 부당이득을 챙기는 간 큰 운송사업자는 없다”며 “포스코가 이들의 담합을 눈 감아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양에서 포스코 철강 제품을 육상 물류, 선적, 하역, 보관, 해상 물류하는 운송사업자는 딱 정해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포스코의 물량을 취급했기 때문에 마치 자회사처럼 맞춤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1년 이전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수의 계약 방식으로 운송 사업자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수의 계약은 담당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발생을 했습니다. 담당자가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기는가 하면 포스코 임직원들이 퇴직 후 협력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낙하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퇴직자는 협력업체 임원으로 명함을 바꿔 후배들을 찾아가 ‘민원’을 넣곤 했습니다.

2001년 포스코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경쟁 입찰의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의 계약을 하든 경쟁 입찰을 하든 포스코 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정해져 있고, 업체마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하든 경쟁입찰을 하든 별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경쟁 입찰 구조에서 사업자들끼리 만나 입찰 논의를 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에 해당된다는 점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나 운송사업자가 어차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행동했고, 이것이 법규 위반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물류 계약상의 문제를 확인한 포스코는 물류 방식을 개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설립을 통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경쟁을 촉진해 물류비를 절감할 계획입니다. 포스코는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화물 차주 대상으로 운송 직거래 계약을 도입하고, 육상 운송에 직접 참여할 의향이 있는 개인 화물차주를 모집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계열사의 일감을 모으면 협상력이 높아지고 물류비는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포스코의 목표대로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물류 플랫폼이 구축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류 비용 절감은 운송사업자의 매출 감소와 동일어입니다. 운송사업자들이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결사 반대하는 이유는 먼훗날 발생할 수 있을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 당장 눈 앞에 놓은 매출 축소 우려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수십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포스코와 운송사업자 사이에 긴장감이 도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익성 악화입니다. 한때 20%가 넘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다시 두자릿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담합사건이 없었더라도 포스코는 비용절감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철강사들의 과잉투자, 과잉생산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코로나19로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철강업계의 미래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철강업계 전반의 수익성 저하가 심해지고 시장 환경이 불리한 점을 고려해 수익성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스코는 “통합법인 설립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내면 그 성과의 공유는 물론 장기 전용선 계약을 비롯한 기존 물류 파트너사들과의 계약 및 거래 구조도 변동없이 유지하는 등 상생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한국 철강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그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숩니다. 누군가의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상대가 수십년간 함께 해온 파트너라는 현실이 씁쓸할 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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