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현장+]다시 원점으로? 쿠팡發 코로나19 확산에 숨죽인 유통가
부천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텅 빈 거리, 가게'재난지원금'기다린 유통업체…다시 한숨
김소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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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백화점 식당가 / 사진=김소현 기자 |
"답답하고 속상하죠"
부천 번화가에서 만난 한 커피숍의 직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긴급재난지원금도 풀리고 이제 조심만 하면 되겠지 했는데..."
좀 숨 쉬나 했는데 또 한 번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부천 학부모가 모인 커뮤니티에도 "화가 난다",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23일, 쿠팡 물류센터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쿠팡 물류센터 집단 발생 확진자 수는 100여명을 넘어선 상태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일상을 다시 찾아가나 했던 곳들이 다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부천 시내 곳곳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로 돌아갔다. 관내 체육 시설 등은 6월 2일까지 문을 닫은 뒤 상황에 따라 개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고3을 제외한 모든 학년의 등교수업도 연기됐고 학생들의 원격 수업은 당분간 계속된다.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입구는 '집합금지명령'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닫혀있었다.
시청이 있어 번화가로 꼽히는 부천 시내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 많은 손님이 있어야 할 곳에는 빈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손님이 있는 식당은 한두 팀 있는 정도였다.
백화점 내 식당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팀도 없어 개점 휴업상태로 보이는 식당도 있었다. 직장인들이 꼭 찾는 커피전문점은 상황이 보다 나았지만 그래도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그나마 음식을 포장해서 나갈 수 있는 가게 정도만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
부천 시내의 한 대형마트 직원은 "평소에는 이 정도보다 손님이 2~3배는 많아야 하는데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거리가 멀지 않아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통업체 곳곳에서 소비심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지만, 부천에서는 이 행사가 무색해 보였다.
당국의 대처도 이전의 학습효과로 더 빠르고 탄탄해졌다. 부천종합운동장에 선별진료소를 추가 설치해 빠르게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었던 유베이스 콜센터 직원 1,600명에 대해서도 진단검사를 이미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행동 속에 다시 한번 소비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소비 침체로까지 확대될 우려까지 생겼다. 확진자 수 대거 발생 당시 하나의 구원자였던 온라인 유통 채널들이 집단 감염 발생 근원지가 되었다. 물류센터의 상품이 전국 각지로 뻗어 나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안한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주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팡 로켓프레시, 불안해서 못 시키겠다", "마켓컬리도 확진자가 나왔는데 택배로 감염이 안되는 게 확실한 것이냐"는 글이 올라왔다. 빠른 배송으로 생활필수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한동안 쿠팡과 마켓컬리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류센터 내부 방역 후에도 물품에 '바이러스'가 나온 것을 두고 과연 안전할 까라는 우려에서다.
일부 소비자들은 쿠팡과 마켓컬리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안일하게 대응한것에 대한 비판으로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 소비자는 "받은 물건은 뜯어보기도 무섭고, 기존에 주문한 물건도 취소할 예정"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유통업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혹시나 집단감염이 발생할까 더 조심하는 분위기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한 대형유통업체는 "이전부터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거리두기를 더욱 강화하는 등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천 물류센터 집단 감염을 2주간 막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하겠다"는 방침을 28일 밝혔다.
2월 말 시작된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가 풀릴 기미가 보이는 데 3개월 가까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보다 6.8포인트 상승해 4개월만에 반등했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간다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제 한 숨 돌리나 싶었던 유통업체들은 또다시 숨 쉴 틈을 찾아 나서야 한다. 5월엔 봄이 올까 싶었던 유통가에 다시 찬 바람이 불 위기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