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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2900억원 대형 프로젝트'…삼성SDS·SK C&C 직원들이 수주 꺼리는 이유는

금융권 업무 강도 너무 높고 갑질 많아
김태환 기자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사옥(출처=뉴스1)

29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정보시스템 운영업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SI기업들이 수주를 꺼려하고 있다.

이들 SI 기업 직원은 익명 기반 소셜 앱 블라인드에서 자기회사가 아닌 경쟁사가 수주해야 한다고 하면서, 금융업 시스템 운영과 구축 업무 강도가 너무 높다고 성토하고 있다.

소셜 앱 블라인드 등에서 경쟁사가 수주하길 원해

2일 SI업계에 따르면 삼성SDS와 LG CNS, SK C&C 직원들은 익명 기반 소셜 앱 블라인드를 통해 산업은행 외주용역 프로젝트를 경쟁사가 수주해 가져가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블라인드 게시글에 따르면 SK C&C 직원들은 삼성SDS 직원에게 “이런 큰 건은 삼성 같은 굵직한 곳에서 가져가야 한다”, “SDS 형들 가져가주세요. 차세대 (프로젝트) 끝나고 아는 사람 엄청 나갔어요”, “SDS 형님들 파이팅” 등 응원의 메시지를 댓글로 남겼다.

삼성SDS 직원들도 SK C&C직원에게 “SK C&C가 가져가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세요. 우린 이 판에 뒷방 늙은이로 만족합니다”, “(프로젝트를) 가져가세요”, “이건 SK C&C가 해야 합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해본 입장으로선 무조건 SK C&C 파이팅입니다” 등의 게시글을 남겼다.

산업은행 프로젝트가 2900억원 규모의 ‘메가톤급’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SI업계 실무 직원들이 꺼리는 것은 업무강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업종이나 공공사업의 경우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SI업계의 중론이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은 금융업무가 진행되는 평일에 시스템을 멈출 수 없다. 따라서 휴일이나 명절연휴 등 금융업무가 적은 시간대에 시스템을 ‘셧다운’ 시켜놓고 짧은 시간 안에 손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금융업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다보니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실무진들의 초과근무가 많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권 문화로 인해 이른바 '갑질'이 많다는 소문도 있다. 금융 프로젝트를 한 번 들어가면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으며, 조기 출근과 야근을 강요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는 쉬쉬하며 나온다.

특히 SI업계 관계자들은 “오죽하면 빅3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오겠냐”면서 토로하고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 직원들은 자사 솔루션이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자사 플랫폼 외에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야 할 경우 타 업체나 프리랜서 개발자들에게 ‘재하청’을 주게 된다.

따라서 진짜 ‘을’의 입장은 SI업체에게서 재하청을 받은 하청업체이고, 실무적인 업무를 보는 이들이 더 고생을 한다는 얘기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빅3 SI업체들은 사실상 프로젝트를 수주해놓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사람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재하청 받은 업체나 프리랜서 개발자들인데, 빅3 소속 직원이 힘들다고 할 정도면 진짜 ‘을’인 재하청 업체들의 업무강도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올라온 산업은행 IT본부 관련 청와대 청원.

시스템 유지보수는 강도 낮아…“SW진흥법 개정안이 환경 개선 도울 것”

실제 과거 산업은행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업무강도가 너무 높다는 청와대 청원이 2건이나 올라왔다.

지난 2018년 말 게재된 ‘어느 IT개발자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산업은행 차세대 IT 시스템 개발을 해오던 직원의 과로사 사실을 알렸고,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같은해 1월에는 ‘산업은행 IT본부의 소방안전 위험의 실태 및 불법적 노동강요에 대한 감사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외주직원은 소방계단 출입을 통제해 화재발생시 위험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또 청원자는 조기출근과 야근 강요, 휴가 제한 등을 문제제기했다.

다만, SI업체들은 지난 산업은행 업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기에 업무강도가 높았지만, 이번 용역은 유지보수이기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산업은행 용역에 입찰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용역 사업은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유지보수여서 (구축만큼) 업무강도가 높지 않다”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마치 ‘내가 나온 군대가 제일 힘들었다’와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어느 분야든 들어가 있는 직원들은 좋게 얘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SW진흥법 개정안이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새 법안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은 SW사업 발주 시 요구사항 작성에 관한 분석 또는 설계를 분리해 발주하게 된다. 잦은 요구사항 변경을 막기 위해서다. 또 갑질을 근절하고 수주자와 발주자, 기업과 근로자 간 공정한 거래를 위한 표준계약서도 제정된다.

SI업계 관계자는 “SW진흥법이 원격지 개발, 갑질 관행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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