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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용하는 바이러스 생존 비법 알아냈다

사람 세포에서 얻은 자원으로 혼합꼬리 만들며 생존력 높여
박응서 선임기자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를 역이용하는 원리를 밝힌 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 사진제공=IBS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숙주인 사람을 이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연구진이 B형간염바이러스(HBV)와 거대세포바이러스(CMV)가 사람 세포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발동하는 RNA 보호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RNA를 이용하는 유전자 치료에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세계에서 매년 8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폐렴이나 뇌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두 바이러스가 사람의 면역시스템을 피하는 원리를 밝히지 못해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RNA에서 해법을 찾았다. 자체 개발한 RNA 염기서열 분석법인 꼬리서열분석법으로 B형간염바이러스와 거대세포바이러스를 분석하니, 두 바이러스 RNA에 다양한 염기로 이뤄진 ‘혼합꼬리’가 존재했다.


혼합꼬리는 세포가 자기 RNA를 보호하려고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RNA 연구단은 이전 연구에서 혼합꼬리가 RNA 분해를 막아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부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생존 전략을 흉내내며 혼합꼬리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또 혼합꼬리를 만들 때 TENT4 단백질과 ZCCHC14 단백질 복합체를 이용하는 것도 알아냈다. 바이러스 RNA에 있는 실핀 모양의 헤어핀에 단백질 복합체가 결합하면 TENT4 단백질이 혼합꼬리를 만들어낸다. 헤어핀이 혼합꼬리를 만드는 도화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TENT4 단백질(위)과 ZCCHC14 단백질(아래)이 부족해지면 두 바이러스에서 혼합꼬리가 적게 생겨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도 떨어진다. 사진제공=IBS

연구진은 혼합꼬리를 만드는 단백질과 헤어핀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헤어핀과 단백질 복합체가 결합하는 걸 막으면 바이러스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김빛내리 단장은 “B형간염바이러스와 거대세포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인 혼합꼬리 생성 원리를 알아냈다”며 “유전자 치료 기술에 혼합꼬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온라인에 지난달 25일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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