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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총수 구속 면한 삼성…최악 피했지만 리스크는 여전

고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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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많습니다. 검찰의 기소와 이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 여부를 다퉈야 합니다. 고장석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고장석 기자.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게 됐습니다.

기자1) 네, 오늘(9일) 새벽 2시쯤이었죠. 법원이 영장 기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장을 심사한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서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굳이 구속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겁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심사는 어제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오후 7시가 돼서야 끝났는데요. 총 8시간 30분이 소요되면서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심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8시간 40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심사 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구속 심사가 금방 끝날거라는 예측이 많았는데요. 검찰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증거를 제시하는 과정이 길어졌다고 전해졌습니다.

영장청구서만 150쪽에 수사기록도 20만쪽 분량에 달합니다.

그만큼 검찰이 1년 반 동안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반드시 구속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하지만 법원이 구속까지는 불필요하다며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앵커2)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게 무죄라고는 할 수 없는 거죠?


기자2) 맞습니다. 유무죄 여부는 어차피 재판을 통해 가려질 내용이고 이번에는 구속 여부만 결정된 건데요.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갈림길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법원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건데요. 반면에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아직 법적으로 살펴볼 부분이 많기 때문에 판단을 미루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제 관심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로 쏠리게 됐는데요.

앞서 지난 2일 삼성전자는 검찰의 공소제기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면서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습니다.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승부수를 띄운 거죠.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에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검찰이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는데요. 향후 수사를 보강해 재판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재판으로 가지 않고 심의위에서 기소가 되지 않는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3)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면 삼성은 경영 공백의 위기라는 말이 많았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에 어떤 여파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3) 먼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삼성전자는 사실상 반도체(DS), 가전(CE), 모바일(IM) 각각 사업부가 독립적인 대표이사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부문별로 부품과 완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나뉘고, 경영도 거의 나뉘어 있는데요. 투자나 M&A를 할 때 자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각 사업부문간 조율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이 부회장이 맡아왔습니다.

실제로 이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구속됐던 당시에는 대규모 M&A나 투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산업계나 재계에서는 코로나19나 일본 수출 규제 등 경제 위기에서 '삼성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총수가 구속됐을 때는 삼성이 지금 과감한 파운드리, 메모리, 향후 M&A를 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2018년 2월에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야 재개됐습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고 6개월이 지난 2018년 8월에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4대 성장사업에 3년간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놓았고요.

또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총 133조원의 투자 방안을 내놓았죠.


앵커4) 삼성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기업 총수가 없다고 멈춰서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잖습니까?

기자4) 맞습니다. 당연히 전문 경영인이 있는 만큼 당장 삼성의 사업 계획 등에 차질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소유주가 주인의식을 갖고 최소 10~30년을 내다보는 투자를 단행하기 때문에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기업집단의 총수들은 그만큼 의사결정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고요. 이런 영향은 대개 중장기적인 영향으로 나타나거든요. 당장의 하루하루의 경영이야 전문경영인들이 하지만 기업의 사업구조를 바꾸고 심각한 구조조정은 총수 외에는 할 수 없습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면서 생겼던 문제들을 짚고, 해소하고 가야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불확실성도 해소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라고 해서 삼성이 망했나요? 오히려 삼성이 그때 더
잘 굴러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불법적인 합병 의혹이 있는데요. 그것이 맞다면 그러한 불법적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야말로 지금 삼성의 위기에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요.]


지금 삼성이 더 나아가려면 기술력이나 투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거든요. 그동안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거죠.

삼성은 지난 주말에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밝히면서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삼성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여론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재용 부회장이 남은 사법 리스크를 딛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고장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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