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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아시아나 인수 원점서 재협상 요구에 채권단 '셈법' 복잡

인수가 인하 등 유리한 조건 포석 VS 사실상 인수 포기 수순
김이슬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 등 세간의 추측과 관련 현산 측이 "인수 의지가 있다"고 공식화하긴 했지만, 계약조건 변경을 수용하지 않으면 인수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양측 모두 먼저 계약을 파기했을 때 후폭풍이 상당한 만큼, 계약 조건을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치열한 수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전 현산 측이 인수 조건 재협상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 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인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 재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산의 입장문은 2주 전 '오는 27일까지 인수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채권단 최후통첩에 대한 응답이다. 현산이 표면적으로 '인수 의지가 있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지만, 불리한 인수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건 먼저 딜을 깨는 선택을 했을 때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현산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도 공을 산은에 다시 넘긴 셈이다.

현산은 장문의 입장문을 내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변경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댔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한 영업환경이 주된 요인이다. 계약체결 이후 5개월새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지난해 6월말 대비 1만6126% 급증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재무상황과 관련한 신뢰있는 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사전동의없이 정부 지원을 받고,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바람에 빚이 늘어났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말미에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존속가치를 보존할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현산은 "지속적인 영업실적 하락과 유동성 부족, 차입금 증대, 자본 잠식 등을 극복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과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산의 문제제기는 인수 무산시 계약금 환급을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부실계열사 지원과 깜깜이 정관 변경 등 상대방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차원이란 것이다. 인수가 불발되면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현산은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세부사항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현산이 인수 직후 갚기로 한 차입금 연장을 비롯해 영구채 5000억원 출자 전환, 인수가격 조정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됐다는 점을 들어 주식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도 예상 가능한 카드다.

현산은 지난해 금호산업과 총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를 주당 4700원 총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지난 3월 23일 주가가 2670원으로 급락했다. 구주 가격을 인하하는 과정에서 금호그룹 측의 동의를 얻는 것도 난제다.

채권단은 현산 측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 쉽지 않아 고심이 깊다. 원점 재검토를 수용하면 추후 협상에서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고, 현산이 사실상 추가 자금지원을 요구한 상황이라 무분별한 혈세 퍼붓기란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채권단은 현산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아시아나항공을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항공업황이 심각한 수준인 만큼 계약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새 주인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 중인 거래를 끌고 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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