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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채권단-현산 '핑퐁게임'..아시아나항공 매각 어디로?

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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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재협상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입장 자료를 통해 공방을 주고 받은 터라 뒷맛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채권단은 "현산 측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구체적인 요구사항부터 내놓으라"고 압박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금융부 김이슬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 채권단과 현대산업개발 양측의 입장문을 보면, 그간 인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산 측의 인수 재협상 요구에 하루 반나절이 지나 회신을 했습니다.

일단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 등 시장의 억측에도 현산 측이 인수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의하자'는 현산 측의 요구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현산 측의 요청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채권단은 "현산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와 관련해선 이해관계자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달라"고 했습니다.

현산이 '오는 27일까지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채권단 내용증명을 받은 뒤 '인수를 재협의하자'고 채권단에 넘긴 공을 맞받아친 겁니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이 있다기 보다는 대외적으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입장자료 공방만 봐도 벌써 신경전이 치열한 모습인데요?

기자> 네, 채권단 내부에선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관련해 의사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공문으로 기습 입장문을 낸 현산이 상당히 못마땅한 기색입니다.

금융권에서도 현산이 내놓은 장문의, 또 디테일한 입장자료을 봤을 때 채권단과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권단의 대응이 늦어진 것도 상당부분 표현을 정제하고 삭제하느라 발표가 다소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럼에도 산은 자료에는 언짢은 감정들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채권단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데 서면이나 공문으로만 대응하는 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직접 협상테이블로 나오라"고 현산에 뼈있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재협의를 하자고 했으니, 인수 종료 시점은 이달 27일에서 연말까지 연기되는 수순인데요. 재협상이 전개되면 '인수대금 인하'가 주요 쟁점이 되겠죠?

기자> 현산 측이 인수 재협의를 요구한 건 인수계약을 체결한 작년 말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유가 있지만 계약 이후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점도 주된 요인입니다.

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체결당시와 비교해 부채가 4조5000억원 늘고, 올 1분기 말 부채비율이 계약당시보다 1만6126% 급증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만큼 인수가 그대로 진행되면 현산으로선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수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상황이 확인됐다"는 점을 상당히 강조한 점을 고려해봤을 때, 협상테이블에는 가격 조정과 추가자금 지원, 영구채 5000억원 출자전환 등이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우선 현산으로선 2년뒤면 연 10%로 뛰는 고금리의 영구채를 출자 전환하면서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을 낮출 수가 있습니다.

채권단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새로 취득해야 하지만 구조조정 관점에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업황이 악화돼 새주인 찾기도 힘겨운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채권단으로선 현산과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최선이기도 합니다.

또 현산이 구주 인수대금으로 금호산업에 지급하기로 한 3228억원이나 2조1772억원의 신주 인수대금 조정도 예측 가능한 카드입니다.

앞서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말 금호고속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을 주당 4700원에 사들이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주가는 한때 2000원대로 급락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매각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설 계획이던 금호산업이 구주 인수대금 조정 요구 등에 쉽게 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호산업은 3230억원 중 1300억원은 금호고속이 산은에 빌린 돈을 갚고 나머지로 그룹 재건에 보탤 계획이었습니다.

실제 산은 등 채권단은 현산 측이 인수여부를 고민하던 지난 수개월 간 내부적으로 현산이 인수 직후 갚아야할 차입금을 연장하거나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조건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산 측 요구대로 인수대금 자체를 인하했다간 자칫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앵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채권단과 현산 모두 협상 결렬을 대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뒀다고요?

기자> 우선 현산 측이 사실상 인수 포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내놓은 입장문을 두고도 협상 결렬 이후 소송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현산이 인수 시한을 최대한 늦춰 유리한 지원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인수포기를 위한 명분쌓기용에 가깝다는 겁니다.

현산 측이 인수 재협의 배경으로 거론한 부분들이 대부분 인수대상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겨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건데요.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외부감사인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데다 신뢰성 있는 자료도 받지 못했고, 또 아시아나항공이 사전 동의없이 부실계열사에 1400억원을 지원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두고 현산이 계약이행보증금으로 낸 2500억원, 그러니까 금호산업에 지급한 계약금 320억과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한 계약금 2180억원 가량의 상환 문제를 둘러싼 소송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채권단을 압박할 만한 장치도 배치했는데요.

채권단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1조7천억원을 추가 지원한 것을 두고, 추가자금 차입 승인으로 계약당시보다 빚이 불어났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채권단은 현산이 동의없는 지원을 문제 삼아놓고 말미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채권단도 협상 결렬을 대비한 플랜B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채권단은 일본 국적항공사인 일본항공의 구조조정 사례를 검토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시 워크아웃 체결 후 채무조정과 출자전환 시행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김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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