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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AI에 밀리는 학습지 교사…지식노동자의 미래?


머니투데이방송 윤석진 기자drumboy2001@mtn.co.kr2020/06/15 10:36

웅진스마트올 학습 이미지. 사진/웅진씽크빅

'코로나19'로 여러 직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습지 교사에 비할 바는 못된다. 방문 자체를 꺼리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이탈하는 회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회원이 신청하는 과목 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회원이 줄면 전체 수입 또한 위축된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교사가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상황이다.

인공지능(AI)도 학습지 교사의 어려움을 심화시킨다. 학습지 업체들은 가정 방문, 즉 대면수업이 어려워지자 AI 학습을 대안으로 홍보 중이다. 비대면 학습으로, 교사가 방문할 필요도 없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회사는 교사에게 꼬박꼬박 수수료를 챙겨준다. 언 듯 보기엔 교사에게 유리해 보이나,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수익이 급감했다는 교사도 있다.

웅진씽크빅의 야심작 '웅진스마트올'을 예로 들어보자. 이는 전 과목을 아우르는 AI 학습으로 회원가는 8만 9,000원이다. 교사가 회원 1명을 모집하면 2만원이 교사 몫으로 돌아간다. 회원당 과목 수에 따라 수수료가 올라가는 학습지와 달리 정액제다. 기존 학습지는 회원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4과목을 하면 수수료로 7만원이 주어진다. AI 학습 수수료보다 5만원 더 많다. 과목이 늘면 수수료 갭도 커질 것이다.

물론 AI학습은 비대면이라 교사는 회원가입만 시키고 원래대로 학습지 영업을 하면 된다. AI학습 계약에 따른 수수료가 덤으로 생기니 전보다 수입이 늘 수 있다. 이것이 학습지 회사 측의 논리다. 하지만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본사의 말대로라면 신규 회원을 계속 모집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AI학습 상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영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홈런'을 시작으로 수년 사이 천재교육 '밀크티',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 비상교육 '와이즈캠프', 교원그룹 '스마트 구몬', 재능교육 'AI수학' 등이 출시됐다. 웬만한 교육 회사는 모두 AI 상품을 내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느 한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낮은 수수료, 극심한 영업 경쟁은 각사 학습지 교사들이 직면한 문제다. 양태는 다양하다. 일부 회사는 AI학습 출시 초기에 50만원짜리 태플릿PC를 교사가 자비로 사게 한 다음, 고객 체험용으로 쓰기도 했다. 회사의 홍보·마케팅 의무를 교사에게 떠넘긴 것이다. 문제가 있어 단종된 태블릿PC를 강매시킨 사례도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아 간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교사들은 AI 학습 상품 영업에 소극적이다.

학습지 본사들이 대대적인 수수료 개편을 단행하지 않는 한 앞으로 교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언택트 교육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다 해도 비대면 교육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방대한 학습 콘텐츠, 시공간 제약이 없는 학습을 경험한 학생들은 종이보다 태플릿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AI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교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현재 AI학습 시스템은 학생이 자꾸 틀리는 문제와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몇 번 더 내주는 초기 단계지만,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학습을 구현할 것이다. 지금은 학생 평가와 멘토링, 학습 동기부여 같은 일을 교사가 담당하고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엔 이것까지 AI가 전담할 수 있다.

사실 학습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원 강사부터 초중고교사, 대학교수까지 모든 교사들이 AI의 사정권 안에 있다. 학습지 교사가 매를 먼저 맞는 것일 뿐이다. 교사 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소위 지식 노동자들도 얼마든지 AI에 대체될 수 있다. 과거 자동화 설비의 도입으로 블루칼라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 것처럼, 미래엔 AI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른바 '기술 실업'이다. 학습지 교사의 처우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본격화된 비대면 학습, 그로 인한 학습지 교사의 악화된 처우 문제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개발된 AI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양날의 칼이란 뜻이다. AI란 칼을 안전하게 쓰려면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산업별로 AI가 해당 직군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선행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처우가 심각하게 악화되거나 실직에 이를 수 있는 직군을 선별해 이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법 개정을 통해 학습지 교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가입률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학습지 교사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6%다. 지난 2018년 14.2%였으니 2년 반동안 고작 1.4%P 오른 것이다.

AI 도입으로 얻어진 부를 분배하는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한다. 칼자루는 기업이 쥐고 있다.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출시해 부가가치를 높혔다면 그 실익을 우선,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물론, 해외 진출이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다 보면 수수료·임금 체계 개편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회사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구성원들이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은 곤란하다. 학습지 업계가 AI 기술 도입의 선례로 남을지, 반면교사로 전락할지 지켜볼 일이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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