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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한국판 '화웨이·시스코' 왜 못나오나…정부· 공공기관 외면?

황이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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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미중 무역 갈등하면 떠오르는 기업 화웨이. 미국 견제 속에도 글로벌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회사를 국내 통신장비 기업들이 부러워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비용을 지원해 이 통신장비기업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미국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신장비 기업을 지원해 왔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여러모로 열악하다는데, 황이화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 1>황이화 기자, 화웨이나 시스코를 부러워하는 국내 통신장비 업계 목소리,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1>네, 화웨이와 시스코는 각각 중국과 미국의 대표 통신장비 기업으로, 두 회사의 공통점은 정부 지원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알려졌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는 25년간 지원금, 대출, 신용공여, 세금감면까지 중국 정부로부터 750억달러, 조사 당시 기준 한화 87조원 규모의 금융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도 주 및 연방 보조금과 대출 등으로 자국 통신장비기업 시스코에 2000년 이후 445억달러, 약 52조원을 지원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화웨이는 해당 보도를 부정했지만, 이처럼 이들 통신장비 기업들이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정부 지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국내 사정은 정부 지원도 미진하고, 공공기관마저 오히려 국산 장비를 역차별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2>실제로 공공시장 통신장비 국산화 비중이, 민간시장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던데.

기자2>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공공시장 통신장비 국산화 비중은 전체 32%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2011년 이전에는 10%도 안 됐었지만, 정부가 개선 작업에 나서 2018년부터 30%대 진입한 모습입니다.

정부가 개선에 나선 결정적 이유는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이 크게 논란이 됐기 때문인데요.

2013년 국감 당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특히 ICT 주무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이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질타받았습니다.

최문기 전 미래부 장관은 당시 국감에서 정부 지원과 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며 국산 통신장비 육성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통신장비업계는 공공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유로 공공기관 구조적 문제를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대체로 일정 기간 한 부서에서 일한 뒤에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인데, 이때 장비 구매 담당자는 기능이나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 선택하기보다 일단 기존에 쓰던 업체 제품, 또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단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구매 담당 공무원이 국산 브랜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추후 장비 운영 중 장애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유명 브랜드 제품을 썼다' '원래 쓰던 거다'라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기가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능은 국산과 큰 차이 없지만 가격은 더 비싼 외산 장비를 채택하고 이후로도 쭉 유지하는 일도 많은데요.

장비 간 호환성 문제도 있겠지만, 공공기관이 장비 구매에 대한 예산이 한번 정해지면 굳이 더 저렴한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다음 해 예산 규모를 축소시키지 않는 이유도 있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앵커3> 유명 브랜드라는 이유보다, 실제로 외산 장비 성능이 더 좋기 때문은 아닌가요?

기자3> 통신 장비는 굉장히 종류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장비, 가령 코어 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아직 없어 이 분야는 민간 시장과 공공 시장 모두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외 장비들은 국산 제품도 상당한 기술 수준에 올라왔다는 게 업계와 주무부처인 과기부 시각인데요.

또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 대비,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정형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국내 각 기관별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공급하기 비교적 어려운 반면 국내 기업들은 보다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관련 내용 업계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 통신장비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통신사 시장은 네트워크 장비 중에서 최상위급 장비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국산화가 돼서, 그러면 기술적은 일단 문제가 없다는 게 증명이 됐는데 정부시장에서는 계속 그런식의 이유들로 인해서, 기술력이 부족하다든가, 국산장비는 공급 이력이 없다든가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해서 국산 장비를 사용 안 하는 거니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통신장비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실제로 수년간 공공기관은 입찰 단계에서부터 국내 기업들을 제한하는 일들이 많았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공공기관이 국산 장비가 진입할 수 없도록 기능이나 용량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시스코 같은 특정 글로벌 장비사 제품만 보유한 고유의 스펙을 입찰 제안요청서에 적시해, 다른 회사는 입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앵커4> 정부는 '통신 강국' '통신 장비시장 육성'을 외치는데, 국산 통신장비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차별받는 상황이군요. 정부가 공공기관을 비롯한 국내 시장 장비 육성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무엇인가요?

기자4>일단 공공시장의 경우, 과기부는 공공기관에서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과도한 스펙 요구 등 장비 국산화를 막고 국가 예산까지 낭비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IT네트워크장비 구축운영 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고시하는 중입니다.

또 공공기관의 통신장비 입찰 시 불공정한 경우가 있으면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국내 통신장비기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 따라, 정부는 특히 공공시장 장비 국산화를 위해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국산 장비를 소개하는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기관에 국산만 사용하라고 권고하는 등 직접적으로 외산을 배제하는 일은 세계무역기구(WHO) 분쟁 소지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학계에서도 국내 기업의 수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지나치게 공공기관 장비 국산화를 확대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공공기관이더라도 기밀자료가 돌아다니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잖아요. 공공기관이라고 무조건 국산 제품을 써야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국제적인 흐름을 봐서도 말이 안 돼요. 그러면 우리가 그대로 보복을 당할 수 있는데요.]

한편, 민간시장에 대해 과기부는 5G 상용화와 함께 관련 장비·부품 국산화와 관련 업계 육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기부는 5G 장비·단말 부품 국산화에 예산 103억원을 책정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장비 국산화를 위한 예산 확대 필요성에 주목하면서도, 관련 업계가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황이화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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