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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데브캣 분가(分家)...넥슨 개발쇄신 '막전막후'

1년여간 진행해온 개발 쇄신 작업 '마침표'

머니투데이방송 서정근 기자antilaw@mtn.co.kr2020/06/25 11:20

넥슨 경영진이 지난 5월 중 진행한 2차 개발 리뷰 결과에 따라 일부 프로젝트 개발이 추가로 종료되고 데브캣스튜디오와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개발팀 분사가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진행한 넥슨 개발 체질개선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개편된 넥슨의 개발과 사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지 윤곽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평가도 분분합니다.

김동건 데브캣스튜디오 본부장은 넥슨 초창기 '마비노기'를 성공시켜 회사에 공헌하고, 계속 회사를 지키고 있는 '원클럽맨'입니다. 상업적 성공에 연연치 않고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주도해 왔습니다. 스튜디오 개발자들의 응집력이 탄탄하고 팬층도 두텁습니다.

그러나 사내 다른 개발조직들이 데브캣스튜디오만큼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점, 데브캣스튜디오 특유의 '프라이드' 탓에 사내에서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독립 후 새출발하게 된 김동건 데브캣스튜디오 본부장

데브캣은 '마비노기 영웅전' 이후 성공작을 좀처럼 내지 못했고, 데브캣에서 분가한 왓스튜디오의 '듀랑고'도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이는 정상원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후 김동건 본부장이 아닌 김대훤 본부장이 개발 총괄역 자리를 승계하는 동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1차 개발 리뷰에서 이정헌 대표와 허민 고문 등 심사단은 데브캣의 '드래곤하운드'를 비롯해 총 5종의 게임 개발을 종료시켰습니다. 1차 리뷰의 '하이라이트'는 '드래곤하운드'의 개발 중단이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넥슨에서 신작 게임 개발이 중단되거나 라이브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기존 독립 스튜디오 체제에선 해당 개발팀 인력들을 각 스튜디오에 그대로 두고 스튜디오 본부장이 인력 운용과 거취를 결정했으나, 개발 체질개선에 돌입한 지난해 하반기부턴 일감을 잃은 개발자들을 사내 공통조직 '리부트팀'에 편제했습니다.

데브캣스튜디오만 유일하게 대기발령자들을 스튜디오 내에 두며 '자치구역'과 같은 위상을 유지했습니다. 김동건 본부장이 아직 건재하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김대훤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부임 후 단행한 첫 인사는 '파이널판타지11 모바일'의 총괄 디렉터를 심기훈 디렉터로 교체한 것이었습니다. 심기훈 디렉터는 넥슨레드에서 '액스'의 개발을 총괄한 이로, 김대훤 부사장의 오른팔로 인식되는 인물입니다.

김대훤 넥슨 개발총괄 부사장


'파이널판타지11 모바일'은 스퀘어에닉스와 IP(지식재산권)제휴를 맺고 모바일 MMORPG 장르로 제작돼 왔습니다. 디렉터를 교체하고 팀 세팅을 새롭게 단행한 후 TCG 장르로 개발의 물줄기를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진 삼국무쌍8 모바일', '문명 모바일'의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5월 중 진행한 2차 리뷰에선 소규모 인력으로 개발을 진행하던 일부 프로젝트들의 개발도 중단됐습니다. 2차 리뷰에는 허민 고문이 참여하지 않았고 김대훤 부사장이 전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제 넥슨에 남은 신규 프로젝트는 넥슨레드 산하에서 만들던 모바일 MMORPG, 넥슨지티의 PC 슈팅게임, 원스튜디오에 배속돼 있던 '파이널판타지11 모바일', 왓스튜디오에서 만들던 '프로젝트 MH(마비노기 영웅전 모바일)' 등입니다. 라이브 본부에서 만들고 있는 '테일즈위버M',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해 만드는 모바일 게임 신작 정도가 라인업에 가세할 수 있습니다.

외주 형태로 개발되는 '바람의 나라:연'과 분사가 확정된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자치권을 인정받고 운영되는 자회사 네오플과 넷게임즈, 엠바크스튜디오가 만들고 있는 신작들을 더해도 15종 안팎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명도 있는 IP(지식재산권)와 RPG 장르를 접목한 중대형 신작에 전력을 집중한다는데 이정헌 대표와 김대훤 부사장이 인식을 같이 하고, 이에 따라 개발 편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2년에 한 편 신작을 내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엔씨의 사례를 보면 이 정도 라인업도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외 그룹사 인력이 6500명에 달하는 회사의 신작 갯수로는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동건 본부장이 분사하게 된 속사정을 자세히 알긴 어렵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완성까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어떻게 만드는게 '잘' 만드는 것인지를 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완성 이후 진로를 둔 논의에서 더욱 치열한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넥슨의 최근 경영기조와 김동건 본부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현재와 미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일치'가 쉽지 않을 개연성이 있어보입니다.

데브캣의 분사는 갈등이 발생할 소지를 없애고 각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넥슨에서 3500억원을 투자받으며 뒷말을 낳았던 원더홀딩스가 '분담금'을 내며 넥슨의 짐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김동건 본부장이나 박훈 디렉터 입장에서도 '입사후배'인 넥슨코리아 경영진보다 김정주 회장이 권위를 부여한 '연장자' 허민 고문의 관할 하에 놓이는게 홀가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원더홀딩스가 분담금으로 얼마를 내고 지분 50%를 취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뒷말을 낳을 소지도 있습니다. 가령 넥슨과 원더홀딩스가 각각 50억원을 출자하고 지분 50%씩을 나눠가진다면 일견 공평해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넥슨이 200명이 넘는 데브캣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투입한 누적재원, '마비노기' IP를 창출하고 미래 가치를 만들어온 핵심개발자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가치까지 함께 감안해 분담금 규모와 비율을 산정해야 합니다.

'마비노기' IP를 넥슨에 귀속시키고, '마비노기 모바일'이 출시된 후 수익배분 과정에서 신설 합작사보다 넥슨이 훨씬 많은 몫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신설 합작법인이 건실하게 운영되기 어렵습니다.

넥슨은 분사대상이 되는 개발자들에게 '1천만원 격려금 지급, 회사 발행주식 총량의 10% 한도 내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식발행, 영업이익의 최대 30%까지 인센티브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안방을 떠나 험지로 나가는 개발자들에겐 반가운 포상이긴 한데, "저렇게 무리해서까지 내보내야 할만큼 분할이 절실한 것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변화는 리부트팀에서 최장 1년 가까이 전환배치를 기다리는 개발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못된다는 평입니다. 리부트팀에 남아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력이 긴 고연차 개발자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직하지 않고 넥슨에 남아 신작에서 중추 역할을 맡아야 활로를 열 수 있는 이들입니다.

넥슨코리아 울타리 안에서 신규 개발 기회가 축소되고, 있던 개발팀도 분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기회를 얻기 위해선 상당한 기간 인내가 더 필요할 전망입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이정헌 대표와 김대훤 부사장이 경영과 신규 개발 쇄신에 나서면서 신작 출시가 자연스레 미뤄졌고 일감을 잃은 개발자들이 속출하는 등 진통도 적지 않습니다. 이 대표는 라이브 게임 수익성 극대화와 비용절감으로 이를 메웠고, 단 한 사람도 강제로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선정(善政)'에 대한 평가는 사내외에서 후합니다.

김동건 본부장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은 엇갈리나, 넥슨 개발진 중 '창의성'을 우선 가치로 내걸었던 분파의 '최후의 보루'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김 본부장의 독립에 따라 이제 넥슨 신규 개발 '7대장' 중 김대훤 부사장만 회사에 남게 됐습니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방향성이 확립됨에 따라 서로 갈길이 엇갈린 셈인데, 향후 넥슨의 항로와 이들의 행보는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눈길을 모읍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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