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가족 지분 이스타항공에 헌납…"제주항공 협상 테이블 나와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실질적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전량(38.6%)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를 통해 밀린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고,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스타항공 경영관리 담당 김유상 전무가 이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끝에 결단을 내렸다"며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인데,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100% 보유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와 비디인터내셔널, 대동인터내셔널 등은 앞서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분 51.2%를 545억 원에 제주항공에 매각하기로 하고 3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 의원이 회사에 헌납하기로 한 가족 지분은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라며 "이를 현금으로 추산하면 약 41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가족 보유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회사에 헌납키로 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를 일부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임금을 받지 못했고 그 규모가 6월 말 현재 약 2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대주주가 헌납을 결정한 만큼 변호사와 상의해 임금 체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실무적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250억 원 전체를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이 임금 체불 문제를 100% 해결한다면 이를 빌미로 M&A 종결을 차일피일 미룬 제주항공으로서는 거래를 연기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거래 종결에 앞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밀린 임금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샅바싸움을 해 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대해 조속한 M&A 이행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제주항공은 당초 내걸었던 약속을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현재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일차적 책임은 이스타항공에 있지만 제주항공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계열사이자 저비용항공사 1등 기업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표명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359억원과 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1,041억원으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정유사와 조업사에 밀린 대금이 100억 원에 이르는 등 재무상황이 심각하다"며 "제주항공과의 거래가 무산 또는 연기되면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