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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유아 태블릿 교육이 지닌 5가지 함정

유아 시기, 자기주도학습에 부적합…상호작용 어렵고 건강 악화시켜
국영수 위주의 학습…세계 교육 트렌드·개정 누리과정과 맞지 않아
윤석진 기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수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학교와 가정을 막론하고 태블릿PC를 활용한 온라인 학습이 점점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초중고 학생들이 화상회의 앱으로 원격수업을 받거나 EBS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교육업계는 이러한 학습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홈스쿨링 사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교육의 위기는 사교육계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이 들어왔으니 노를 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홈스쿨링 프로그램이 유아까지 내려갔다. 단비교육의 '윙크'가 대표적인 예다. 웅진씽크빅은 '스마트 쿠키' 출시를 앞두고 있고, 교원그룹과 비상교육 또한 유아 대상의 디지털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런 학습 디지털 학습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네이티브'에게 적합한 방식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효과성에 대한 검증과 연구를 거쳤는지 의심스럽다. 교육 회사들이 사업 확장에만 골몰한 나머지 유아들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스마트 학습은 양날의 칼이다. 이용이 편리하고 재밌다는 장점과 더불어 자기주도학습과 상호작용이 어렵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뚜렷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영유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아직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 즉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나이라 현장 교사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수업 형식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방식은 공부 습관이 어느정도 자리 잡힌 학생이나 고학년에게 더 적합하다. 온라인 교육 혁명으로 통하는 무크(비대면 영상강의)가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아 학습 도구로서 태블릿PC가 지닌 한계도 뚜렷하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언가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각종 상호작용을 통해 체득하는 것으로 세상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이 핵심이다. 그런데 태블릿PC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자나 기린 동영상을 보고 화상 플랫폼으로 소감을 나누는 것은 직접 동물원에 가는 것과는 학습 효과 면에서 천지차이다.

교육부가 올해 부터 적용한 '개정 누리과정(만 3~5세)'과도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준비교육 위주의 학습, 교사 중심 수업을 지양하고 개별 유아와 놀이에 집중하는 수업을 지향하기 위해 기존 놀이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현재 시판된 영유아 홈스쿨링은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이라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과목 수업을 미리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 교육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21세기 교육은 국영수 같은 지식 전달에서 창의력,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협동 같은 역량을 길러주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 교수이자 코딩 프로그램 스크래치의 아버지로 통하는 미첼 레스닉이 그의 저서 <평생 유치원>에서 유치원 수업 방식을 전 학년에 도입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초, 중, 고등학교의 유치원화다. 전통 유치원이 해왔던 창작 수업, 놀이 활동, 프로젝트 중심 수업이 미래 역량을 가르는 주요 수단이란 것이다.

그런데 국내 유아 홈스쿨링은 정확히 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일찍부터 입시 준비 대열에 합류시키고 창의성 같은 역량을 기를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내게 한다. 유치원의 초중고화인 셈이다.

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과도한 스마트 기기 이용이 눈 건강을 해치고 비만이나 체력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 이에 특히 취약하다. 건강보건 단체들이 영유아의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만 2세 이하의 전자 미디어 기기 이용을 금지하고, 만 2~5세는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점점 많은 학부모들이 홈스쿨링 상품에 매료되고 있다. 일부 상품은 기기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유튜브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보다는 나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앞서서인지, 홈스쿨링 상품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 유아 태블릿 교육의 효과성 검증이나 연구가 충분치 않은데도 어린 자녀의 손에 태블릿PC를 쥐여주고 있다. 임상실험이 끝나지도 않은 약을 자녀에게 먹이는 것과 다름 없는 행동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인만큼 새로운 변화에 앞서 항상 신중해야 한다. 한 아이의 인생과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번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백 년을 허비할 수 있다. 당장의 학습 공백을 막는데 스마트 기기가 활용되는 것을 막을순 없겠지만, 무분별한 디지털 교육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혜택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부작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유아 홈스쿨링의 학습 내용부터 학습 시간, 학습 도구까지 모든 면을 제고해야 한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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