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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자동차를 사며 영업사원을 보지 못했다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인 오프라인 매장, 전환의 시기에는 부담
권순우 기자

현대차 인도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투바이


자동차 구매를 위해 영업점을 방문했는데, 영업사원의 태도가 그리 살갑지 않습니다. 수천만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차 보러와서 차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다들 실물 보고 아는 영업사원에게 사겠지요. 혹시 아는 영업사원 없으면 연락 주세요” 하며 명함을 건냅니다.

자동차를 보러 온 거지, 사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영업사원은 압니다. 구경만 하다 갈 고객이니 그리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습니다.

“차 갖다 놓는다고 사람들이 더 사는 것도 아니에요. 전시차량이라 나중에 팔기도 힘들어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니까 그래도 갖다 놓은 거죠. 저도 방문 고객에게 판매하기 보다 주로 소개 받아서 판매합니다” <자동차 영업사원>

최근 만난 지인은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영업사원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지인인데, 강원도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을 통해 차량을 구매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알게 된 영업사원인데, 할인 많이 해준다고 해서 그쪽으로 구매했습니다. 실물이야 근처 영업점에서 보면 되고 정보는 온라인 통해 보면 되고, 구매 절차만 처리해주면 되니 굳이 얼굴 볼 일이 없었습니다” <자동차 구매자>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고 전화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영업점은 왜 필요한 걸까요?

촘촘한 판매 네트워크는 자동차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영업점을 방문해 영업사원으로부터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동차를 구매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자동차 회사의 판매량을 좌우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대, 기아차의 영업점은 지점과 대리점을 포함해 각각 780개, 690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소비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영업사원에게 의존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온라인 상에 충분히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유튜브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리뷰를 해줍니다.

영업사원 얼굴 한번 보지 않고도 자동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 구매 플랫폼은 잘 구축돼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면 오프라인 판매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임대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사실상 비대면 판매를 하면서도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이 막히자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영국, 스페인, 인도 등에서 온라인 판매망 ‘클릭투바이’를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 관련해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임직원 전용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 플랫폼은 없습니다.

현대차 판매 노조에는 약 6천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경우 집단적인 반발에 직면할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자동차의 홈쇼핑 판매가 허용되자 이들은 집단 행동으로 맞섰습니다. 오프라인 영업점과 갈등을 일으킬 경우 매출이 감소할 수 있고, 이들의 일자리와 관련된 일이라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같은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BMW코리아는 온라인 판매망인 ‘BMW 샵 온라인’을 통해 ‘'M340i 페리도트 그린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기존 모델보다 가격대가 높은 한정판 모델인데 출시 하루 만에 완판이 됐습니다.

지난해 말 ‘BMW 샵 온라인’ 운영을 시작한 이후 '뉴 118d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 '뉴 X6 xDrive 30d M 스포츠 패키지 퍼스트 에디션' 등을 출시했는데 모두 완판이 됐습니다.

하지만 ‘BMW 샵 온라인’이 주 판매 채널이 될 수는 없습니다. BMW코리아는 판매량이 제한적인 한정판 모델만을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주력 모델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경우 오프라인 딜러들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처음부터 온라인 판매 위주로 시작을 했습니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딜러사를 보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사실상 자동차 직접 판매가 제한된 셈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딜러사들과 전쟁을 불사하고 각 주정부와도 소송전까지 벌였습니다.

거대한 딜러망을 이용하지 않음에 따라 테슬라는 쇼룸과 서비스센터 운영에 대한 투자를 해야 했고, 재고와 중고차 관리도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했고, 지금껏 테슬라가 적자 상태인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차 온라인 판매망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물론 고객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격과 옵션을 두고 딜러와 실갱이를 하는 것보다 간단한 절차로 투명한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6만 5천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연간 1045만대를 판매한 토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양 사가 가진 것을 감안하면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는 역설적으로 많이 가진 자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변화에 따른 ‘전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오프라인 판매망은 꽤나 전환비용이 많이 들어갈 자산입니다.

자동차 영업점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자동차 회사들은 영업점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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