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처럼 쏘아 위험 화학물질 안전하게 제거한다

기존 분말 중화제(위 왼쪽)와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알갱이형 중화제(위 오른쪽 3개), 점토 시드(아래 왼쪽)와 지시약 코팅 중화제(아래 오른쪽 2개). 사진제공=화학연

국내 연구진이 위험한 화학물질이 노출됐을 때 비비탄처럼 먼거리에서 쏘아 빠르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알갱이형 중화제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유해오염물질 제거용 중화제 제조기술을 개발해, JNK히터에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에 나선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중화제는 알갱이 형태로 사고 발생지점에서 멀리 떨어져서 물대포를 쏘듯이 분사할 수 있다. 중화제는 산성이나 염기성이 강한 위험한 화학물질이 노출됐을 때 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 위험을 없앤다.

현재 사용하는 분말 중화제는 가까운 곳에서 뿌려야 한다. 반면 알갱이형 중화제는 먼 곳에서 뿌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또 중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도 기존 섭씨 180도보다 낮은 섭씨 60도 이하로 화학물질 제거에 나서는 소방대원들의 위험율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실제 실험 결과 15미터 떨어진 25제곱미터 넓이의 표적에 80% 적중률을 보였다. 기존 분말 중화제는 같은 조건에서 적중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95% 농도의 황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갱이형 중화제는 1시간에 95%를 중화시키고, 섭씨 60도의 열을 발생시켰다. 중화제에 넣은 점토가 반응속도를 지연시키며 열 발생을 줄인 것. 반면 분말 중화제는 열을 섭씨 180도까지 발생시켜 사고지점에 가깝게 갈 수 없었다.

연구진은 지시약 중화제도 함께 개발했다. 중화제 바깥층에 지시약을 코팅해, 화학물질의 상태를 모를 때 사용한다. 티몰블루의 경우 진분홍색을 띠면 산성, 파란색을 띠면 염기성 물질이다.

화학안전연구센터의 유병환 박사는 “누출된 위험 화학물질이 산성인지 염기성인지 알 수 없을 때, 지시약 알갱이를 살포하면 바로 산인지 염기인지 알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분야 학술지 ‘화학권(Chemospher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