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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동학개미에게 생긴 유리천장

주식 양도세 강행...금융투자소득세 신설
공제 확대 기쁨은 잠깐...유리천장에 韓증시 저평가 우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robin@mtn.co.kr2020/07/24 11:10

"오! 괜찮네?!" 했다. 기본공제 금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여준다하니 "오우"했다. 손실 이월공제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준다 하니 "이 정도면 꽤 신경 썼네?" 생각했다. 정부가 신설하겠다는 금융투자소득세 이야기다.

이른바 '게인-로스 효과'를 몸소 느낀 것.

기획재정부가 주식양도세 신설 방침을 밝힌 뒤, 주식투자자들의 반발이 강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다. "주식 양도소득세, 개인투자자 의욕 꺾으면 안된다."고...

지난 6월 발표된 초안보다는 완화(?)된 22일 세법개정안을 보고 "문 대통령 말대로 개인투자자를 더 생각해줬네?" 생각했다. 반나절 그랬다.

■ 상냥해진(?) 금융투자소득세

'게인-로스 효과(Gain-loss effect)'란 처음부터 상냥하게 나온 사람보다, 처음에는 냉정하다가 나중에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을 느낀다는 심리학 용어다. 6월 발표됐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에 비하면 7월 발표된 세법개정안은 좀 상냥해보였다.

기획재정부에는 이른바 '기술'이라는 것이 있다.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낼 때 깎일 것 같은 것은 더 얹어서 넣고, 더 얹어질 것 같은 것은 좀 깎아서 넣는다는 뜻이다. 바터(barter, 교환)할 수 있는 항목을 넣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혹자들은 기재부의 초안 발표와 투자자들의 반발, 대통령의 개선 지시, 기재부의 완화된(?) 세법개정안 발표가 잘 짜인 각본 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다시 정신 차리고 보면, '없던 주식투자 양도세'가 새로 생겼다. '금융투자소득세'라는 신제품으로.

정부가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는 세금 안 받겠다 하고, 손실 보면 5년 동안 이월공제시켜준다 하고, 펀드 손실까지 합쳐주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주식투자 양도세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형평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정책이 투자자와 시장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게 될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세금 안 내게 될 것"이라며 안심시킨다. 연간 5,000만원 이상 투자수익을 거두는 사람은 상위 2.5%, 15만명뿐(?)이라는 설명이다.

즉, '진짜 개미라면 당신이 세금 낼 것도 아닌데,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 없다'는 식이다. 정말 그럴까?

■ "큰손에게 세금 걷지 마세요!" 조막손의 외침 '왜?'

이번에도 씁쓸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큰손 개미들에게 세금 걷으려 하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을 '조막손 개미'들이 올리고, 동의하고, 공유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서민들의 성장 사다리 높이를 정부가 재단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에 붙는 세금은 투자자산 규모와 복리효과를 제한한다. 성장 사다리 2계단(기본공제 2,000만원)을 5계단(5,000만원)으로 높여줬을 뿐이다. "아예 걷어찬 건 아니네" 하는 생각은 또 하나의 '게인-로스 효과'일지 모른다.

둘째, 큰손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떠나도록 만든다.

미국 등 해외 주식투자 수익에 붙는 세율은 지방세 포함 22%다. 신설될 금융투자소득세율은 최고 25%(과세표준 3억원 초과)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에 이른다. 세율 5.5%포인트는 굉장한 차이다.

기본공제 금액이 국내 5,000만원으로 해외 250만원보다 크지만, 그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는 공제 규모보다 세율이 중요하다. 어차피 세금 낼 거면 미국주식 사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셋째,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되기도 전에 세금 부담부터 안겼다.

투자자들이 가장 뼈아파 하는 지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코스피200의 PER과 PBR은 각각 16.6배, 0.8배로, 선진국(PER 19.1배, PBR 2.2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아직도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PER이 16배로 높게 보이는 것도 사실 착시효과다. '주가가 올라서라기보다, 실적이 낮아져서'이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가 활황인 것 같지만 코스피는 7월 23일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이제 '0.84%' 올랐을 뿐이다. 반면, 2019년 코스피 기업 순이익은 52조 4,420억 원으로 2018년보다 52.82% 감소했다.

여기에 상장사들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소액주주 배척이라는 고질병을 떠올리면 아직은 정책 초점을 '세금 거두기'보다 '시장 육성', '소액주주 권익 강화'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넷째, 장기투자 아닌 단기매매, 투기를 조장하는 세법개정안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투자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추는 게 맞다. 잦은 매매를 지양하도록 하고, 실제로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거래세 인하는 '잦은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보도록 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래 금액이 클수록,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혜자가 되는 역진성이 발생한다.

다섯째, 양도세 추진 '시작부터' 잘못됐다.

사실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은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반작용'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업계는 수년 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에 증권거래세 인하를 건의해왔다. 이른바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벗어나기 위해 거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지난 2015년 황영기 당시 금융투자협회장을 필두로 거래세 인하 건의가 이어졌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이 마침내 화답했고, 그해 6월부터 증권거래세가 0.05%포인트 인하됐다. 0.3%에서 0.25%로.

주식양도세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거래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다시 주식시장 내에서 찾는 방안이 검토된 것. 결국 거래세 인하라는 '작용'이 양도세 도입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는 '잦은 거래를 지향'하고, '장기투자를 지양'하도록 하는 정책 시그널이 됐다. 이제 곧 증권거래세는 2021년 0.23%, 2023년 0.15%로 더 낮아질 예정이다. 이것이 투자 문화를 어떻게 변형시키게 될 것인가?

신나는 건 수수료 수익 올라가는 증권업계뿐이다. 벌써부터 동학개미 덕분에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증권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 "익스큐즈미 미국주식"

이제 투자자들은 매년, 반기마다 수익을 본 주식도, 손실을 본 주식도 팔기 바쁠 것이다.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이 있다면 손실 본 주식과 같이 팔고, 이를 통해 순수익을 연간 공제한도인 5,000만원 이내로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해외기업, 해외주식을 더 가열차게 공부할 것이다. 똑같이 세금을 내야한다면(과표 3억 초과시 한국주식 세율이 5.5%p 더 높다) 미국주식,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 투자해 속 끓이기 보다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해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시장 영향력이 높은 큰손 투자자가 떠날수록 한국증시 저평가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시장을 지킨 주체가 동학개미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쪼그라들고 있는 공모펀드, 순매도를 이어가는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진짜 개미들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힘 있는 개미들이 이탈한다면 그 결과는...

정부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혹자는 말한다. 소득공제 5,000만원에 20% 세율 적용해봐야 1,000만원이라고. 1,000만원 때문에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부동산 투자 확산과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은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불러오지만, 주식 투자 확산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실수요자인 기업에게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개인 투자자 의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코스닥에는 적자기업 상장이 즐비해졌다. IPO 문턱을 낮추며 벤처캐피탈 자금 회수를 용이하게 만들어준 정부. 즉, 발행시장 활성화에 몰두했던 정부가 정작 주식 유통시장에 기울인 노력은 그 몇분의 몇이나 될까?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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