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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금융그룹감독 그물망도 피한 빅테크 '네이버'

"기울어진 운동장" 금융권 아우성…금융그룹감독 대상에 빅테크 포함 추진
직진출 피하고 중개 업무하는 네이버…단일업종은 규제 포섭 안돼
"빅테크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금융당국 고심
김이슬 기자



네이버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역을 확대 중인 대형 IT(정보기술)기업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업 진출이다. 카카오와 토스가 인터넷은행 시장을 개척할 때 네이버는 국내 진출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태국, 대만에서 은행을 설립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간편결제부터 대출, 보험까지 금융서비스를 늘리고 있지만 다른 빅테크처럼 직진출은 하지 않고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통한 중개 전략을 짠다. 독자 노선을 걷는 네이버 때문에 금융권은 당황하고 금융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테크의 거침없는 행보에 은행과 보험, 카드 등 정통 금융회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집단 항의를 하고 있다. 키워드는 역차별이다. 데이터를 공유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불만은 터져나온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각종 개인정보를 다 내놓아야 하는데 빅테크는 쇼핑내역과 같은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빅테크에 진입 허들은 낮춰주면서 규제는 하지 않는 상황도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금융의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길은 터주면서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자본이나 건전성 규제, 대주주 규제 등은 받지 않거나 느슨하게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에게 사실상 여신 기능인 후불결제 업무를 허용하면서 카드사의 공분을 샀다. 시작은 30만원 한도의 소액으로 눌러놨지만 상황에 따라 금액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카드업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오는 건 막강한 경쟁자의 도전이 이제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중재에 나선 금융당국은 빅테크 규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이 깊다. 정부 정책의 기조가 '금융혁신'이었고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을 낮췄는데 이제는 금융권 불만 해소 차원에서도 빅테크를 조일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빅테크를 '금융그룹 감독'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문제는 네이버다.

금융그룹 감독은 그룹의 상호 출자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발생한 위험이 그룹 내 금융계열사에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그룹 위험을 평가해 필요시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고, 그룹 지배구조와 재무건전성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감시한다. 감독대상은 금융 자산 5조원 이상이고 그룹 내 여수신(카드·캐피탈)·보험·금융투자업 등 금융사가 2개 이상인 복합 금융그룹으로 현재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곳이 대상이다.

금융사들과 정면대결을 하는 카카오와 토스는 금융그룹 감독 제도의 테두리 안에 잡힌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 등을 소유한 카카오는 이미 현 상태로 금융그룹감독 대상 기준을 충족한다. 다만 은행업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감독실익을 따졌을 때 개별 은행법을 적용하는 게 낫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토스의 경우도 하반기 증권 본인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토스은행까지 들어서면 이종업종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자산 기준이 걸려 있지만 대출 여력을 갖추면 5조원은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곳은 당국 의지와 시간의 문제일 뿐 규제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네이버는 다르다. 은행업도 해외에서만 하고 금융전담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 증권 등 중개업무에 집중할 뿐 직접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어 금융그룹 감독 규제망을 벗어난다. 금융그룹 감독제도의 기본 철학이 이종 업종간 규제차익으로 인한 그룹 위험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업종은 개별법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결국 금융위가 금융그룹감독법 적용을 받는 대상에 네이버페이와 같은 지급결제업을 여신업 관련 업무로 포함한다 해도 단일업종에 불과해 규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단기간 안에 네이버가 은행 등 다른 업종에 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전자금융업을 통해 금융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대주주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의도야 알 수 없지만 금융법에 더해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따지는 은행업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전자금융업 통로로 우회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셈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만 규제망을 빠져나가도록 두면 부차적으로 빅테크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금융업계가 제기한 역차별 문제가 빅테크간 샅바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규제도 공평하게 가져가는 게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마땅한 방안를 찾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이버를 감독 대상에 포함시킬 묘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안정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중개업이라도 포괄적 금융 관련 업무로 보거나 감독대상 업종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업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혁신을 바라며 IT기업에 내줬던 인센티브 대신 규제를 다시 옥죄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조금은 억지스러운 접근이지만 그만큼 금융시장에 새로운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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