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중기부의 '착한아이 콤플렉스'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놓고 이해당사자 간 대립 격화-판단 유보한 채 뒷짐 진 중기부, 제 역할 다해야
신아름 기자
가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진출 반대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놓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판매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소벤처기업부에 이목이 쏠린다. 결정시한이 이미 3개월이나 훌쩍 지났지만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중기부가 장고하는 배경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부처라는 태생적 한계가 자리한다. 소임을 다하자니 산업 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산업 발전을 따르자니 본분을 망각한 꼴이 된다. 명분을 챙기자니 실리가 울고, 실리를 택하자니 명분이 약해지니 '진퇴양난'이다.
중기부가 소임에 충실하는 쪽을 택해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판매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금지되고 중고차 판매업계는 지금껏 그랬듯, 영역을 보호 받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 신규 진입은 허용돼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60만명이 종사하는 중고차 판매업계는 벌써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중기부 대전청사 앞에는 매일 중고차 판매업계 관계자가 나와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완성차 업계는 선진국들의 자동차 산업 구조와 그에 따른 산업 발전 효과, 소비자 권리 증진 측면을 고려할 때 중고차 판매업을 더 이상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묶어 놔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몇 안 되는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을 이대로 갉아먹어선 안된다며 경고한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중기부는 판결 대신 중재를 택했다. 양 업계를 불러 전체 간담회를 열고 업계별 간담회도 진행했다. 앞으로도 추가 간담회를 진행해 대화를 통한 양 업계의 '상생협력' 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연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투박한 일정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데드라인은 정해놓지 않았다.
상생협력이란 듣기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이면엔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두려운, 그 책임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어느 쪽에서도 욕 먹지 않지 않기 위해 내면의 욕구를 억누르며 행동하는, 마치 '착한아이 콤플렉스'(Good Boy Syndrome)에 걸린 아이처럼. 이는 중기부가 결정시한을 훌쩍 넘겨 지금까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중기부는 모두에게 착한아이가 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중기부가 판단을 유보한 채 착한아이로 행동하는 사이 양 업계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적시에 판단을 내리고 수행해 정책 효과를 끌어올리는 게 중기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할 일이다. 중기부가 청에서 부로 한 단계 격상한 데는 그만큼 더 큰 권한을 갖고 더 큰 책임을 지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중기부가 격에 맞는 부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