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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화학반응을 조절한다

소리를 화학반응에 활용한 첫 사례
박응서 선임기자

BTB 지시약을 접시에 놓고 소리를 들려줬더니 용액 위치에 따라 산성과 중성, 염기성이 달라졌다. 사진제공=IBS

국내 연구진이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음악으로 식물과 동물이 잘 자라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이제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데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소리가 물리현상뿐만 아니라 화학반응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알아내고, 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11일 밝혔다.

농업 현장에서는 음악을 이용해 식물과 동물이 잘 자라도록 한다. 소리가 내는 파동이 식물과 동물의 세포벽에 닿으면 세포가 자극을 받아, 광합성과 대사활동이 활발해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소리는 에너지가 낮아서 물리적인 반응에는 활용할 수 있어도 화학반응에는 이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학설을 깨고, 처음으로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했다.

연구진은 소리가 물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데, 이로 인해 공기가 용액에 녹아드는 정도인 용해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소리로 용해도를 조절하면, 화학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스피커 위에 접시를 놓고 접시 내 물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주파수와 그릇 모양에 따라 물결이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어 연구진은 지시약을 이용해 소리로 만든 물결로 화학반응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냥 두면 파란색이지만 산소와 반응하면 색이 사라지는 염료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소리로 물결을 만들었더니 물결이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파란색이지만 물결이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은 색이 사라졌다. 물이 활발하게 움직인 곳은 공기와 자주 만나면서 산소가 더 많이 녹아서다.

연구진은 이어서 산성도(pH)에 따라 색이 변하는 지시약인 BTB 용액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BTB 용액은 염기성에서는 파란색, 중성에서 녹색, 산성에서 노란색을 띠는 지시약이다. 소리를 들려주자 용액에서 파란색, 녹색, 노란색이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소리가 만든 물결로 이산화탄소가 다르게 녹으면서, 산성과 중성, 염기성이 공존하는 용액이 만들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황일하 연구위원은 “용액의 산성도는 전체적으로 동일하다는 상식을 뒤엎은 흥미로운 결과”라며 “소리로 화학반응을 다르게 해 물리적인 가림막 없이도 용액 내에서 화학적 환경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단장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소리로 쥐를 움직였듯이 우리는 분자 활동을 조절했다”며 “화학반응과 유체역학을 결합해 발견한 새로운 현상으로 소리를 이용한 다양한 화학반응 조절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11일(한국시간)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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