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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韓코딩 교육, '수박 겉핥기' 되지 않으려면

윤석진 기자



국내에서 코딩 교육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16년쯤이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당시 열린 WEF에서 '4차산업혁명'을 언급한 이후 코딩은 국, 영, 수 바로 뒷자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국영수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코딩 교육 시장에서 먼저 치고 나간 건 사교육 업체들이다. 이 업체들은 코딩 로봇과 워크북을 묶은 패키지, 팀 단위 코딩 학습이 가능한 학습센터, 방학 때만 열리는 코딩 캠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냈다. 어린 자녀를 코딩 캠프에 보내거나 코딩 전용 학습기기를 시키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자 정부는 부랴부랴 코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2018년 중학교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고 그 이듬해인 2019년 초등학교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중학생은 34시간, 초등학생 5, 6학년은 연간 17시간 이상 코딩을 배우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된 코딩 교육을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란 지적이 나온다. 초등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만 연간 180시간에 이르는 영국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연간 70시간 동안 코딩을 가르치는 중국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코딩 교육에 인색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워크북 목차를 읽고 개념 설명만 하면 한 해가 끝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정작 실습이나 팀 단위 활동을 통해 '실전' 코딩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코딩 교육이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딩을 배우는 시점이 해외에 비해 한참 늦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영국은 5세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하고, 중국은 초등학교 3학년이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IT 강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만 4세부터 코딩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코딩 수업 시간을 늘리거나 배우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코딩 일수를 늘리려면 다른 과목 수업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기존 교과 담당 교사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공산이 크다. 수업 일수는 해당 교사의 영향력이자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정공법이 어렵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정규 교육 과정에서 코딩 교육의 비중을 늘리기 어렵다면 방과후 과정을 따로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플립러닝은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고 오프라인에선 토론이나 활동을 하는 수업 방식이다.

외부와의 협력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코딩 교육 경험이 풍부한 민간 교육회사의 검증된 코딩 프로그램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 은퇴한 코딩 전문 인력을 활용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주말동안 코딩 클래스를 연다면 많은 학생들이 금전적인 부담 없이 코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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