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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주주가 바꾼 삼광글라스 합병안과 남은 숙제들

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 '3사 합병안' 재공시
'국내 최초'로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상장사 합병가액 결정
"가치 평가에 대한 규정 정비 필요" 의견도
조형근 기자



OCI 계열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가 새로운 합병안을 제시했다. 당초 제시한 합병안에 주요 주주가 반대하자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변경해 합병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

이번 삼광글라스 측의 3사 합병안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회사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상장사의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평가한 첫 사례로 기록될 수 있어서다.

■ '주주'가 바꾼 삼광글라스 합병안

삼광글라스의 3사 합병안은 총 세 차례 수정됐다. 처음 사측에서 제시한 합병안에 대해 주요 주주가 강력 반대의 의사를 표했고, 금융감독원이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놓고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수정을 요구한 영향이다.

앞서 삼광글라스 3사는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며 합병 및 분할합병에 나섰다. 삼광글라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등 3사가 분할 및 합병을 하고, 합병법인이 지주회사 역할을 맡는다. 삼광글라스의 유리사업부문과 이테크건설의 건설업 부문은 자회사로 본업에 집중하도록 했다.

하지만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을 평가할 때 현재 자산가치보다 낮은 수준인 시가를 적용해 삼광글라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코로나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는데, 이로 인해 상장사인 삼광글라스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주요 주주의 반대에 더해 금감원마저 합병에 제동을 걸자 삼광글라스는 결국 합병비율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 3사는 합병법인의 합병가액을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변경하기로 했고, 삼광글라스의 주당 평가액은 2만 9,106원에서 3만 6,451원으로 높아졌다.

삼광글라스가 합병안을 수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문제 제기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결국에는 회사의 안대로 강행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삼광글라스의 경우에는 주요 기관 투자자인 신영자산운용과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등이 주주제안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그 결과 주주의 의견이 반영된 합병안을 이끌어 냈다.

지난 3~4월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시기에 ▲인터파크와 인터파크홀딩스 ▲한국제지와 해성산업의 합병 등이 진행됐는데, 이들의 합병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진행된 바 있다.

■ "자산가치 평가 기준 필요"

삼광글라스 3사가 새로 제시한 합병안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수리와 주주총회(9월 예정)를 예정대로 통과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평가한 첫 사례로 남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전문성을 가진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주 권익이 증가한 유의미한 선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법 개정을 통해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가치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다르게 적용되는 평가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합병가액 산정에는 '본질 가치'의 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기업의 본질가치를 자산가치에 반영하는지 여부가 상장사인지 비상장사인지에 따라 다른 상황인 것이다.

또 일각에선 자산가치의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이 구체적인 기준을 위임한 금융감독원 증발공 규정(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자산가치 기준을 '직전 사업연도말 재무제표'로 하고 있는데, 별도 재무제표인지 연결 재무제표인지를 정하지 않아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자산 평가 과정에서는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별도 재무제표를 활용해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다만 규정 해석에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에, 이를 명확하게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가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배주주가 유리한 쪽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행 합병가액 산정방식은 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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