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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트럼프 초강수에 중국 IT '수난'...한국은 '대륙 봉쇄령' 동참할까

서정근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의 미국 서비스를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의 합작법인이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틱톡의 미국 내 차단을 1주일 더 유예했습니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예정대로 20일부터 미국 내 앱장터에서 신규 배포가 금지됩니다. 이미 앱을 받아 쓰고 있는 이용자들도 업데이트가 불가능해져, 추후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게 됩니다.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의 협상이 결렬되거나 앱 장터를 운영하는 애플과 구글이 정부 명령에 불복하지 않는 한 이같은 안이 확정됩니다. 위챗은 카톡과 유사한 휴대폰 메신저입니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데, 결국 미국 시장에서 날개가 꺽일 전망입니다.

중국의 국민메신져 위챗. 미국 내 위챗 앱 배포가 금지된다.

중국은 일부 분야에서 불공정무역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정상국가'의 관행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반칙'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큰 피해를 입었던 우리 입장에서 '반칙왕'을 둔 응징에 쾌감을 느낄 법도 한데, 마냥 속편하게 즐길 수 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양국간의 다툼이 '지구상 최후의 패권국가'를 가리는 싸움의 전초전과 같은 양상인데, 이 격랑에 잘못 휩쓸릴 경우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틱톡이 오라클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에 개념적으로 동의했다. '틱톡 글로벌'은 오라클과 월마트에 의해 통제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알려진 것 처럼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할해 '틱톡 글로벌'을 설립합니다. 틱톡 글로벌은 공화당의 텃밭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오라클과 월마트가 지분투자를 단행합니다. 오라클과 월마트는 50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미국 청년들의 교육과 고용창출에 일조한다는 계획입니다.

트럼프가 틱톡 미국 서비스를 자국 기업에 통째로 매각하라고 요구한 반면 중국 정부는 틱톡의 서비스 알고리즘을 미국 기업에 내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 글로벌의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키고 오라클이 '기술적 관리인(혹은 우호적인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절충점이 마련된 것입니다.



오라클이 친(親)트럼프 성향의 기업인 점, '틱톡 글로벌'이 입지하는 텍사스 주의 투표 성향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중국 ICT 기업과의 갈등을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ICT 업계와 문화산업 업종의 관점에서 중국은 '반칙왕' 그 자체입니다. 중국 내에서 외국기업이 직접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넥슨이나 엔씨, 넷마블이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해 포털이나 메신저, 게임을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수 없습니다.

외국기업이 인터넷 기반 사업을 하려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야만 가능한데, 이 경우에도 중국 법인이 지분 51%이상을 가져야 허가를 내어줍니다.

게임 서비스 허가권(판호)을 한국 게임에 내어주지 않은 지 3년이 넘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라인과 카톡 서비스가 현지에서 차단된지도 오래입니다.

'만만한' 한국에만 그랬던 것도 아닙니다. 구글의 검색과 앱 장터, 동영상, 메일 서비스도 현지에서 이용 불가입니다. 미국내 구글의 위상과 상징성, 이후 중국 ICT 봉쇄에 성공하고 있는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내'가 상당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칙왕' 중국이 갑자기 이렇게 응징을 받게 된 것은 미-중 양국이 흥망을 둔 무역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대중 무역전쟁에 나선 것은 무역 불균형과 보안 우려 해소, 그 이상의 것을 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를 접목한 중국이 G2의 반열에 오르자, 미국의 경제패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차제에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일본이 세계 경제 2위로 도약하자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절상을 강제해 견제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기술영역으로 전선을 확대, 화웨이 제재에 나섰고 서방 국가들이 이에 호응해 화웨이가 발목을 잡혔습니다. 인도가 미국 편을 들며 틱톡 차단에 나서, 전선이 확대됐습니다.

화웨이는 친미블록에 속한 국가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고,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OS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엔비디아가 ARM을 품에 안으면서 미국이 반도체 경쟁의 헤게모니를 쥐었고, 중국의 지상과제인 '반도체 굴기' 또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도 심대합니다. 전통적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은 친미블록의 일원으로 간주되어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드 배치가 야기한 한한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정부는 화웨이 제재와 코로나19 발발로 중국이 곤경에 처했을 때 중국에 상당한 수준의 '성의'를 보였습니다.

화웨이 통신장비 퇴출을 미국이 종용했을 때 우리 정부는 이미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고 있는 LG 유플러스는 그대로 두고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를 추가 도입하지 못하게 종용하는 선에서 '중립'을 지켰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직후 국경을 봉쇄하지 않고 중국과 '마스크 동맹'을 맺으며 우의를 다졌습니다.

과거에 당했던 '불이익'을 또 당하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발맞춰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고 그 양상 또한 심대해지면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도 제재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고, 중국 정부도 애플 등을 불량기업으로 지목해 제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해득실에 대한 관측도 엇갈립니다. 화웨이 제재로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의 반도체 수출물량이 줄어들어 타격을 입게 됐으나, 화웨이의 침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수혜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타격을 입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그림입니다.

양국간의 무역분쟁이 환율이나 관세와 같은 전통적인 수단이 아니라 IT를 매개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는 4차산업혁명을 앞둔 시대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양국이 격돌하는 주전장은 우리가 가장 큰 강점을 가진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이 다툼에 우리가 잘못 대처하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 IT의 손발을 묶어, 그 영향력을 중국 대륙으로 한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봉쇄령'이 일정 부분 먹혀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앉아서 가만히 당하고 있을리도 없습니다. 봉쇄령에 온전히 동참하는 것도, 그러지 않는 것도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반칙왕'의 수난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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