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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금융사 중징계 착수한 금융당국, '셀프 면죄부' 논란

"사모펀드 부실 초래한 정책 및 감독 허점, 금융권에 전가"
김이슬 기자



2조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부실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한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순으로 고강도 제재 및 최고경영진 중징계 등에 나설 방침이지만 다수 금융사가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을 설계한 금융위원회와 감독 업무에 소홀한 금융감독원이 스스로의 책임을 금융권에 전가, '셀프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라임 사태와 관련한 첫 번째 제재심이다. 이번 결정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고 수준의 제재인 등록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앞서 라임자산운용에 등록취소와 핵심 임원 해임권고 등이 담긴 사전 통지문을 통보했다. 당국은 소비자를 기만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 라임 관련 제재심은 29일 증권사를 대상으로 열릴 예정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CEO(최고경영자)에 '직무 정지'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라임 판매사 전·현직 CEO에 내린 '업무정지'는 연임 금지는 물론 금융회사 재취업을 최장 5년간 할 수 없게 한다. 당국은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부실 펀드인 점을 숨기고 판매하고 불완전판매 혐의를 확인한 만큼,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해 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라임 사태와 관련한 CEO 제재는 앞서 원금손실 논란을 낳았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제재와 판박이다. 금감원은 DLF 사태 당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임직원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CEO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이번 라임 펀드 판매 제재도 같은 근거를 들고 있다.

금융권들은 금감원 중징계를 놓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제재가 확정되면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권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금감원과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DLF 징계 효력정지를 요구한 두 은행의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낸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금융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라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DLF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은행권은 초긴장 상태다. 금감원은 조만간 라임 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하면서 은행권 제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신한과 우리은행에는 현장검사를 다녀왔다. 은행권 가운데 라임펀드 판매 비중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과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이 2769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단순히 판매한 책임만 있을 뿐 같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CEO 징계는 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라임 사태 배후로 지목돼 수감 상태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펀드 판매 청탁을 위해 우리은행 고위층에 로비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은행으로 불똥이 튀었다. 은행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 관련한 분쟁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추정손실액만으로 분쟁조정을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기존에는 손실액이 확정된 이후 배상 절차가 돌입됐다. 금감원이 손실을 선보상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꺼내든 것은 부실자산에 대한 손실 규모가 확정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려 분쟁조정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빠르면 연내 분쟁조정을 마무리짓는 게 목표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들 가운데 분쟁조정 요건을 충족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피해 구제는 빨라지고 금융사도 펀드 배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태의 책임을 과도하게 금융사들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사모펀드 운용과 판매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당국에 있는데도 금융사 징계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오는 23일 열릴 금융위·금감원 종합 국감에서도 두 당국 수장들은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집행이 분리돼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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