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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금감원장이 쏘아올린 '독립선언'…12년만에 금융감독 개편 재점화

금감원장 "인력·예산 권한 금융위 예속, 출발부터 문제..독립계획서 내겠다"
'통화정책 업무 제외 경비성 예산만 기재부 통제' 한국은행식 예산 독립 추진할 듯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2020/10/28 16:25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쏘아올린 '독립선언'으로 금융당국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윤 원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형 사모펀드 사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거센 비판에 직면한 뒤 돌연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고 작심발언했다.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과 그 대응이 치밀하지 못한 근본 원인을 '금융위에 예속된 구조'로 돌리며 상급기관을 저격한 셈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길 원하냐"고 금감원이 가장 기피하는 공공기관 지정 카드로 응수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구상하는 '금감원 독립'의 큰 그림이 무엇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감원이 핵심 업무인 감독정책 예산의 전권을 갖는 '한국은행식 예산 독립'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윤 원장은 지난 23일 국감에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잇따른 금융 현안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해충돌이 빚어진다'고 지적하자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 아래 감독집행을 담당하고 있어 예산 문제나 조직 인원 문제에 다 예속될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금감원 독립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내 금융감독체계는 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와 실무 감독을 맡는 금감원으로 분리돼 있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육성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에 무게를 싣고 있다보니 상치된 목적에 따라 충돌하는 경우가 잦았다. 윤 원장은 지난 2008년 현 구조가 짜여진 출발부터가 문제의 씨앗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갑작스런 금감원 독립선언에 상급기관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누군가는 금감원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으면 마음에 들겠냐"고 발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같은날 국감에서 "라임 사태를 고려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금감원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인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극도로 기피한다. 금감원은 법상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통제가 느슨한 편이지만,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예산과 조직 운영에 있어 까다로운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에도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 지적을 받은 뒤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가 논의됐고 금감원은 3급 이상 인력 감축 방안을 수용함으로써 조건부 지정유예를 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독립하면서도 공공기관 지정을 면할 묘책으로 '한국은행식 예산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기재부로부터 예산 통제를 받지만 중앙은행 핵심 기능인 통화정책 예산과 인건비·복리후생 등 경비성 예산을 구분해 후자만 관리감독을 받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통화정책 예산의 전권은 한국은행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법 제98조 2항을 보면 '한국은행은 예산 중 급여성 경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미리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체 회계연도 예산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윤 원장이 "해외 금융감독 독립성에 대한 문헌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의 독립성이고, 그런 점에서 금감원은 한국은행보다 열위에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금감원은 한은과 달리 핵심 업무인 감독집행과 경비성 예산 구분없이 금융위로부터 통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집행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불만이다. 사모펀드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각 부서에서 인력을 빼 30~40여명으로 조직을 꾸리면서 나머지 인력을 보강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불법금융 방지를 위해 AI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소 설계비용인 3억원을 금융위에 요청했으나 겨우 1억원만 수용했다"며 "특별 사유를 제외하고는 감독집행 예산의 전권을 금감원이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인력부족과 감독정책 비효율성이 근본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12년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가속화될 조짐이다. 감독체계 지배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일은 정권의 문제, 더 나아가 새 대선 공약에 담길 사안이라 먼 얘기일 수 있다. 이제 첫 발을 뗀 윤 원장은 예산 독립선언이 현실화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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