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전세대란, 임대차법탓 아냐"…정부-시장, 동상이몽 지속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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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달에는 20건 거래가 됐습니다. 그런데 8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9월부터 급격히 줄기 시작하더니 9월 10건 미만, 10월에는 3건으로 내려앉았어요. 가을 이사 성수기에 3건이면 씨가 마른거라고 봐야죠."
이번주 서울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수기로 작성한 거래 장부를 직접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기존에 사시는 분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니까 매물이 안나오고, 청구권을 쓰지 않으면 주인이 들어와서 나가라고 하니까 계약이 안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파트 매입은 엄두도 못내고 당장 살 전셋집 마련조차 어려워진 세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내년 5월 출산을 앞둔 한 임산부 예비 세입자는 "만삭이 되기 전에 집을 빨리 구해야 하는데 매물이 나오는 당일 족족 팔리다보니 집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8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2법의 시행 이후 주택시장은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찬바람만 감돌고 있습니다. 고공행진하는 전국 집값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1주째 상승중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여당의 세계는 이곳과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공간에 갇혀있는 듯합니다.
이번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전세) 공급도 줄지만, 기존 집에 사시는 분들은 계속 거주하기 때문에 수요도 동시에 줄게 된다"며 "최근 전세난이 임대차법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여당도 시장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주 발의한 계약갱신을 포함한 임대차 계약기간을 최장 6년까지 보장하는 법안에 대해 국민들은 "당장 '2+2'도 혼란을 주고 있는데 이런 법안을 냈다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과 직방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국민 10명중 6명은 '임대차2법이 전월세거래에 도움이 안된다'고 응답했습니다.
피로도가 쌓여가는 국민들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여전히 '두더지잡기식', '사후약방문식'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직접 공공기관을 통해 추가물량을 매입·임대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비규제지역인 김포, 부산 등에서 갭투자가 급증하자 김현미 장관은 투기자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규제 추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전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만드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조만간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몇번째인지도 헷갈릴만큼 숱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도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단기적 처방에 그치고 말았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지금처럼 당정이 시장과 엇갈린 시각에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수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