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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국적기 통합' 독무대 제공한 산은, 특혜시비는 후순위

산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8천억원 투입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2020/11/17 16:02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빅딜'이 연내 속전속결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양사의 동반부실을 막고 앞으로 5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추가 혈세투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빅1' 국적항공사로 합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이란 특정 기업에 8000억원의 나랏돈을 지원해 불거진 특혜시비와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개입해 정부 지배력을 강화한 지점은 향후 뒷말이 나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단일 항공사로 재편해 글로벌 항공업계 기선제압= 산은은 단일 항공사로의 재편을 전제로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넣고, 나머지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7300억원을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토대로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쓴다. 신주 1조5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을 사들이는 구조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산은이 추진한대로 이번 빅딜이 성사되면 외견상으로 두 곳의 운송량 합산 기준 세계 7위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선제적인 산업 재편으로 경쟁력 우위에 서겠다는 복안이다. 올들어 버진 애틀랜틱, 아에로멕시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문을 닫는 등 파산한 항공사가 40여곳에 달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 삼은 선제적 조치로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항공기 이착륙 점유율을 늘리고 신규 노선 개발, 운영비 절감 등을 통해 글로벌 항공사와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밑빠진 독 물붓기'식 부실기업 지원 비판을 받는 산은으로선 단일 항공체제를 택해 세금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현재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투입한 자금은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는 5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산은은 현 상황을 유지시 내년 말까지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 4조8000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으로 대한항공이 신청할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원 등을 포함하더라도 투입해야 할 자금이 적고 다사다난했던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작업도 일정 부분 털어낼 수 있다. 혈세 투입 논란에도 산은이 양사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에 일종의 배팅을 한 이유다.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새로운 국면= 아시아나 재매각이 급한 산은과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면 안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이 41.4%, 3자 연합이 46.7%로 조 회장이 열세에 있다. 산은이 한진칼에 5000억 출자를 마치면 지분 10.7%를 확보, 3대 주주로 올라선다. 산은으로선 구조조정 기업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조속한 정상화가 늦춰지길 바라지 않기 때문에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찰떡 공조'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특혜논란에도 사실상 재무적투자자로서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항공업의 독점권마저 조 회장에게 내어준 만큼 산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국내선 점유율은 자회사 저비용항공사까지 더해 63% 수준으로 오른다. 이 때문에 경영권 박탈권이란 칼자루를 쥐고 책임경영 실패시 휘두르겠다는 발언도 공식 석상에서 여과없이 나왔다. 사실상 국영화된 기업에 대한 정부 입김이 거세진다는 측면에서 우려섞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 정면돌파한 산은의 '베팅'= 딜이 성사되기 전부터 벌써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단일 국적항공사로서 시너지가 빛을 발하려면 업황이 받쳐줘야만 한다. 유동성 위기가 다시 덮치면 자칫 부실 규모만 더 커질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10조원 가량의 부실을 안게 됐다. 올해 6월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291%, 자본 잠식률은 56%에 달한다. 현재로도 유동성 고갈을 우려해 혈세 투입으로 연명하고 있어 업황 반전 없이는 또 다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 수장으로 등판한 이후부터 특유의 결단력을 앞세워 구조조정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항공사 빅딜에 앞서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고, 20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매칭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관리 기업들이 자생력 없이 혈세만 먹는 하마로 기능하지 않도록 거침없는 매각에 공을 들여왔다. 물밑 협상 과정에서 현산 측에 아시아나 인수가격을 1조원 할인해주겠다거나 KDB생명 매각 성공시 경영진에 최대 45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거는 접근 방식에서도 매각 작업을 끝까지 매듭지으려는 집념이 엿보였다.

중후장대 산업 재편에 있어 아이디어 수준에 그칠 수 있는 밑그림을 현실화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과감한 결단을 주저하는 건 반대 급부로 책임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해서다. 이번 빅딜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는 장고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었음에도 혈세 투입과 특혜 논란, 독과점 문제 등 숱한 지적을 비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려를 키우는 건 그간 산업은행이 추진한 구조조정 실패 사례가 많았던 점도 일조하는데, 이번 항공 빅딜은 결과적으로 기업을 살리고 경제활력을 도모한 성과로 기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무후무한 단일 국적항공 체제가 과연 실보다 득이 클지도 지켜볼 문제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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