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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3%룰' 상법 개정에 분주해진 상장사

감사위원 임기 만료 앞둔 상장사 '극과 극' 행보
"배당 등 주주환원책 검토"…당근 꺼내든 상장사 나와
일부 상장사 '계열사간 합병'…"감사 선임 자체 무력화" 비판
조형근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 사진=뉴스1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포함한 상법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사위원 임기 만료를 앞둔 상장사는 이를 고려해 분주하게 내년 주주총회를 준비 중이다. 특히 몇몇 상장사는 감사위원 연임 등을 위해 주주 달래기에 나선 반면, 일부 상장사는 감사위원 선임 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극과 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배당 늘린다"…주주 달래는 상장사

우선 '3% 룰' 도입과 함께 주주와 소통을 강화한 기업이 늘었다. 그동안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과 부진한 주가 등으로 불만이 쌓인 주주들을 달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유수홀딩스는 상법개정안이 통과한 바로 다음날인 10일 자사 IR 게시판에 처음으로 '주주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주주서한을 게시했다. 여의도 사옥 매각으로 사내에 현금 약 650억원이 사내에 유보될 것으로, 결산 이후 배당 및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환원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감사위원 임기 만료를 앞둔 유수홀딩스가 주주를 달래기 위해 그동안 미흡했던 주주환원책을 '당근'으로 꺼내들었다고 분석한다. 유수홀딩스는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들 중 1인의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만료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 관계자는 "유수홀딩스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았었다"며 "내년 3원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인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주주환원 정책을 편 기업도 있다.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되자 한 발 앞서 대응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 KISCO홀딩스와 자회사 한국철강은 지난 11월 23일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한 바 있다. 두 회사는 모두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감사위원 전원의 임기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만료된다.

■ 일부 상장사, '계열사 합병' 카드 꺼내

반면 일부 상장사는 주주환원책이 아닌 '계열사 간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감사위원 선임 주주제안을 받았던 기업을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이다.

GS홈쇼핑은 지난 11월 10일 GS리테일로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GS홈쇼핑은 지난 2017년 외국 헤지펀드의 감사위원 선임 주주제안을 받았던 기업이다. 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 2인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아트라스BX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의 흡수합병안을 공시했다. 한국아트라스BX는 운용사와 일반 소액주주들로부터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일반 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막기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업은 감사위원 선임과 별개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흡수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3% 룰'이 뭐길래

'3% 룰'이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한 것을 뜻한다. 다만 이에 대해 재계에서 '주주권 침해 우려' 등을 들어 강력히 반대했고, 국회 논의 과정서 이런 우려를 일부 수용해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 때 주주의 의결 권한 합산을 3%까지만 인정한다"라는 원안이 '개별 3%'로 완화됐다.

국내 증시가 다른 해외 증시보다 저평가 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꼽혀왔다. 시장에선 이번 '3% 룰' 도입을 두고, 소액주주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생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소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 이를 소액주주가 견제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제도가 '3% 룰'"이라며 "다만 현실적으론 '3% 룰' 도입에도 소액주주가 감사위원이나 이사를 선임하는 것 이전에 후보 단 한 명을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선 완화된 '3% 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외에도 일각에선 '3% 룰'로 인해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에 들어와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회사의 중요 정보나 핵심 기술을 빼내갈 수 있다는 우려다. 혹시 모를 '기술 유출'에 대한 대응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기업의 기술이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기술 유출'을 경계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3% 룰'이 '기술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이사회는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이기에 아무리 감사위원이나 이사라고 해도 회사의 핵심 기술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반박이다.

이런 상황에서 '3% 룰'의 도입 취지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3% 룰'은 지배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수단으로써 도입된 것으로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해당 제도를 이해하고, 이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3% 룰' 도입이 주주와 기업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듯, 주주환원책을 통해 주주와 기업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사의 책임 강화 등으로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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