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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평소엔 '뒷전' 일 터지면 '동네북'…뿔난 제지업계

-폐지대란서부터 원지대란까지 십자포화 맞는 제지업계
-제대로 된 주무부서 없고 이렇다 할 지원책도 없어
-"규제 강도는 점점 세지고 희생만 강요 당해" 불만↑
신아름 기자

쌓여 있는 골판지 상자 참고 이미지/사진=뉴스1

"평소엔 제대로 된 지원책 하나 없이 방치하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때만 우릴 찾아 희생을 강요합니다. 우리가 동네북인가요?"

지난해 초 불거진 '폐지대란' 위기에서부터 해를 넘겨서까지 지속되고 있는 골판지 원지 대란에 이르기까지 십자포화를 당하고 있는 제지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그는 "국내 제지산업은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유독 국내에선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 정책에 허탈한 심정만 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서울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폐지수거 업체의 수거 거부로 '폐지대란'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는 제지업계의 폐지 수입을 문제 삼았다. 폐지 공급 과잉으로 급락한 수익성을 이유로 수거 업체가 폐지 수거를 거부한 것인데, 애초에 폐지가 남아돌게 된 것이 제지업체들이 국산 폐지를 쓰지 않고 폐지를 수입해 쓰는 데 원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제지업계는 "품질 확보를 위해 수입산 폐지를 반드시 써야하는 경우가 있다"며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폐지수입신고제'를 신설하고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수입산 폐지의 품질을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한층 까다로워진 수입 절차로 폐지 수입에 걸리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면서 수입량은 자연스레 줄었다. 정부가 제도 신설로 사실상 폐지 수입량 제한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후 발생한 대양제지 화재사고로 골판지 원지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이번엔 관련 업계 전체가 소집됐다. 정부는 이 자리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불러 단순 수급 문제가 아닌, 불공정거래 차원의 문제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골판지 원지업계와 상자업계가 스스로 합의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때릴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정부가 업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처럼 문제 발생 때마다 뭇매를 맞으며 관심이 집중되는 제지산업이지만 평소 이렇다 할 정부 지원이나 육성책에선 관심 밖인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지산업을 다루는 정식 부서 조차 없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제지산업 관련 업무는 산업부 내 섬유탄소나노과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산업부 공식 홈페이지엔 해당 과 어디에서도 '제지'라는 두 글자를 찾아볼 순 없다.

하지만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국내 제지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7위권의 생산능력을 갖춰 '톱 10'에 랭크된 경쟁력 있는 효자 산업이다. 자연림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경작' 방식을 통해 계획해 키운 목재로만 종이를 만들며 환경 파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선입견에서 비롯된 '환경 파괴자'라는 오명에도 일일이 대꾸하진 않았다. 또, 환경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묵묵히 규정을 따르고 신재생에너지 활용 확대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그런 제지업계에 돌아오는 건 회초리 뿐이다. 일련의 노력들은 무시된 채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동네북이 돼 두들겨 맞는 상황을 제지업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제지업계의 침묵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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