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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네이버-카카오-엔씨, 창업자 '카리스마' 사라지면 '국민기업' 되나

서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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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전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식들에 기업 소유와 경영을 대물림하는 재벌기업 오너들과 상반된 행보인데요, 이를 계기로 신흥 인터넷 재벌기업 창업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 이 회사들의 지배구조가 어떠한 모습이 될지 관심을 모읍니다.정보과학부 서정근 기자와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서정근 기자, 김범수 의장이 내놓을 재산 규모가 5조원에 이른다면서요. 아마 카카오 주식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겠죠. 세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1) 카카오 시가총액이 40조원, 김 의장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은 약 25%, 이중 절반이 환원 대상이니 5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부금액이 단군이래 최다규모다 보니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도 생전에 못한 일, 혹은 안한 일을 김범수 의장이 한다"며 크게 환영하는 양상입니다.

김 의장이 가족기업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주식 일부를 보유하고, 자녀들이 케이큐브홀딩스에서 급여를 받고 있죠. 최근 자녀들과 친족들에게 주식을 증여했죠. 가족경영이다, 경영을 세습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혜로 카카오가 크게 성장했으니 이익공유제에 발벗고 나서 사회에 환원하라는 압박도 없지 않습니다.

사재 환원 결정은 이같은 비판과 압박에 선을 그은 것이죠. 자녀들에게 경영 세습 안한다. 재산도 온전히 다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죠. 사회환원을 해도 주주들의 이익 공동체인 회사 재원이 아닌 내 재산으로 하겠다 이런 시그널로 볼 수 있죠.

앵커2)김 의장이 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에 지분을 귀속시키는 그런 형태의 환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선행을 베풀면 칭찬해야 마땅한데, 흔히 재벌기업들이 절세 목적으로 공익재단이나 문화재단을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관련한 선입견도 있는거 같습니다.

기자2)조단위 규모 환원이다 보니 우선 재단 설립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빌게이츠 부부가 설립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연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재단이 빈곤퇴치와 교육을 양대 목표로 삼고 있는데, 김범수 의장도 기부재원을 교육에 상당 부분 할애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입문 앞두고 인기가 치솟아 안랩 지분 가치가 치솟자 2011년에 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죠.

당시 안랩 주식 372만주 중 86만주를 928억원에 매각해 양도세 제외한 722억을 신설재단, 동그라미재단에 기부하고, 86만주를 추가로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이 재단이 그간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는 제가 제대로 알지 못해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안랩 지분 18.6%에 더해 동그라미 재단도 최대주주 안철수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어 있고, 재단이 보유한 안랩 지분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환원할 카카오 지분 중 일정 부분이 재단에 귀속되고, 재단이 보유한 지분이 검범수 의장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향후 경영권 유지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앵커3)서 기자는 관련해서 어떠한 시각을 갖고 계신가요?

기자3)제 일이 어떻게 풀릴지, 제가 내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남의 속마음을 엿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구요.

사견으로는 증여세 낼거 다 낸다면 김 의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자녀들에게 증여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자녀가 영특하고 경영자 자질이 보인다면 경영 세습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 김 의장과 교분을 이어갔던 제가 김의장에게 받았던 느낌, 그리고 김 의장을 아는 대부분의 평판은 김의장이 '굿 피플이다' 라는데 의심이 없구요.

이왕 본인이 결심했으니, 지금 사람들이 박수치며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방향으로, 순수하고 온전한 형태의 환원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보유 지분 중 절반을 재단에 위탁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매각해 모두 환원해도 12% 가량이 남습니다. 2대주주 연기금 보유 지분은 8%대죠. 김 의장이 은퇴하기 이전까지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는 지분이기도 합니다.

앵커4)네이버나 엔씨, 넥슨 등 포털-게임 업체들의 지배구조, 이 회사 창업자들이 후일 일선에서 물러난 후 경영권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보유지분이 3%대에 불과해 자녀에게 경영을 세습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죠.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2.29%,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보유한 지분이 5%가량 됩니다.

엔씨소프트도 김택진 대표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2% 전후로 비슷하구요. 김 대표의 자제가 4명이나 되는데, 이들에게 지분을 나눠준다고 가정하면 만약 이중 한명이 후일에 경영을 이어받아 한 사람 위주로 지배력이 결속되기 쉽지 않은 구조죠.

넷마블이나 크래프톤도 방준혁 의장과 장병규 의장이 절대적인 규모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넥슨만 유일하게 오너 일가가 기업 소유를 안정적으로 대물림 할 수 있는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주 회장도 경영승계는 할 생각이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구요.

제가 알기로는 NHN 이준호 회장 정도가 유일하게 자녀들을 통해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5)지금까진 국민연금이나 전략적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을텐데,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죠?

기자5)맨손으로 성공을 일군 창업자들의 능력과 카리스마를 기관투자자들이 인정하고 존중했죠.

그런데 이들이 은퇴하고 나면, 네이버 등 쟁쟁한 인터넷 기업들은 KT나 포스코처럼 주인없는 회사가 되겠죠. 우리 ICT기업들은 대체로 국민연금 투자를 기본으로 깔고 가고, 여기에 더해 텐센트와 블랙록 중 한 곳의 투자를 받은 상태입니다.

넷마블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국민연금의 지분이 안정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어서, 해외 자본이 우리 인터넷 기업들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생길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우리 인터넷기업들도 창업자 중심의 소유자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자 자본주의로 옮겨가게 되겠죠.

이 정부 출범후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서 점차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경영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배하는, '국민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게임사들도 그러한 추세로 갈 가능성이 있구요.

한편으론 기업경영에 정치적인 입김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적어도 경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현모 사장 이전 KT의 전문경영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 때 집권해 있는 정부여당이 이를 좌지우지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 최적의 경영자를 선출하는 것 외에는, 정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창업주의 능력과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고속성장해 온 인터넷 업종의 대기업들도 이제 사내에서 전문경영인을 양성하고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것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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