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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 개관으로 이어진다면

상속세 미술품으로 대체?..물납제 도입 공론의 장으로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2021/03/23 08:06

<삼성미술관 리움. 사진=뉴시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1만3천여점의 미술품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세간이 떠들썩하다. 미술계는 소장품의 수준과 규모가 가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미술 문외한이 들어도 알 법한 모네와 피카소 등 서양미술품부터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르고 있을 만큼 컬렉션의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이 방대한 작품들의 감정이 마무리되면서 '경매냐, 기증이냐' 처리 방법 또한 뜨거운 관심사다.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재산 규모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내 미술품 감정기관 3곳에 의뢰했다. 감정평가는 지난주 월요일까지 이어졌다. 감정 평가가 예상보다 높게 매겨지면서 삼성 측으로부터 당초 처분하려던 작품 외에 추가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가는 약 13조원 규모인 상속세에 대한 자진신고 및 납부기한인 오는 4월 30일에 맞춰 재원 확보 방안을 강구 중으로 미술품 매각도 선택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컬렉션은 다방면에서 남다르다. 초일류 컬렉터로 알려진 만큼 감정 의뢰 작품도 최고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 30점, 보물 82점을 포함해 프랑스 인상파 모네·르누아르, 후기 인상파 고갱, 입체파 피카소, 조각가 로댕의 걸작 등 총 1만3천여점의 감정가는 2조에서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품이 워낙 방대한 탓인지 감정 계약방식도 일반적이지 않다. 원래 감정에 들어가기 전 실사와 진위 파악, 감정가 추정을 통한 작품 건당 수익을 얻지만 삼성과의 거래는 순서가 바뀌었다. 이번 감정에 참여한 관계자는 "감정이 끝났지만 아직 최종 계약도 안한 상태"라며 "작품 수가 1만점이 넘어 삼성 측에서 양해를 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감정시스템은 실사를 통한 진위 검증과 작품의 컨디션 및 퀄리티 확인, 실측을 거쳐 국내외서 그간 거래됐던 경매기록 내역을 토대로 진행된다. 아트프라이스닷컴, 아트넷 등 외국 경매사이트를 참고해 작품가가 오르는 추세면 프리미엄을 부여된다. 바탕재료가 캔버스인지 종이인지에 따라 가격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작가의 시대도 중요 포인트다. 올해 초 숙환으로 별세한 '물방울 화가' 김창렬 화백의 작품의 경우 1980년대 전후로 값이 2~3배 벌어진다. 이 회장이 보유한 소장품 시가 감정도 같은 기준을 대입해 상당수 작품의 감정가가 수백~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이 남긴 미술품 유산은 뜻밖에도 물납제 도입을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다. 이 회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 감정 의뢰가 이뤄지면서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관련 법 개정이 진행 중으로 정부도 물납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가 있는 귀한 작품의 국외 유출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0년 넘은 고미술품은 해외 반출이 금지되지만 세계 컬렉터가 줄을 선 유명 서양미술품들이 국경 밖으로 물건너가면 국내에서 다시 보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회장의 작품을 모아 그럴싸한 미술관을 만들어 이참에 제대로 된 관광지로 삼자는 제안도 심심찮게 들린다. 비단 미술계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안 그래도 일본의 절반 수준에 못미치는 한국의 낮은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을 높일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해외 여행 가보면 누구나 느낀다. 여기 아니면 직관할 수 없는 세계적인 작품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아니 반나절이라도 더 머물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마냥 한가한 소리는 아니다. 일찌감치 칼과 돈을 이기는 것이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유명 작품에 둘러쌓여 문화적 향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굳이 외국에서만 찾아야 하나.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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