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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쏟아지는 나라빚 '말잔치'...바보식 계산은 그만

이재경 기자

나라빚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 1인당 1500만원대라느니, 1600만원대라느니 그 숫자도 다양하다. 나라빚이 GDP를 추월했다는 얘기도 보인다. 정부가 1년 살림을 결산하고 나면 으레 나오는 기사들이다. 빚잔치를 하는 듯 말잔치가 찬란하다.

일단 나라빚을 국민수로 나눠서 계산하는 '1인당 빚'은 전혀 의미가 없는 소리다.

세금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인들만 소득세를 내는 것이 아니고 법인도 법인세를 낸다. 그런데 왜 빚은 국민들만 갚아야 하는 것인가. GDP를 봐도 개인의 월급이나 사업소득만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법인들의 생산이나 부가가치도 모두 합친다. 나라의 부는 개인과 법인들이 함께 생산하는데 빚은 왜 개인만 갚는 것으로 계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빚은 세금만으로 갚는 것도 아니다. 나라에는 매각이 가능한 자산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인당 빚'을 계산하는 것이 빚의 규모를 체감하기 쉽다는 이유는 대기도 한다. 그러나 빚의 규모를 이런 식으로 체감해선 안된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국민 개개인들만으로 나라빚을 온전히 갚아야 하는 시기는 나라가 망했을 때다. 굳이 이런 상황을 상정할 필요가 있을까.

더 재밌는 일은 '1인당 빚'을 '1인당 GDP'와 비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1인당 빚이 1000만원대로 계산된다고 치더라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천만원이 넘는다. 아직 1인당 빚이 1인당 GDP에 한참을 못미친다. 그만큼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왜 굳이 '1인당 빚'을 계산해서 나라빚 때문에 큰 일이 날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일까.

나라빚 자체에 대한 개념도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말 기준 재무제표상의 '부채'를 보면 1985조원을 기록했다. 나라빚이 2000조원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세금으로 갚아야 할 채무'만 빚이라고 보면, 이는 틀린 얘기다. 2000조원 중 1269조원이 비확정부채다. 비확정부채에는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청약저축 예수금처럼 '나중에 언젠가는 나가긴 나갈텐데 세금으로는 안나가는' 부채다.

예를 들어, 연금의 경우 세금을 주는 게 아니라 재직자들이 내는 보험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청약저축의 경우도 예수금을 돌려줄때 세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고 단지 본인이 맡긴 돈을 되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것까지 부채에 넣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발생주의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한 명이 입사하면 이 공무원이 정년을 마치고 받게 되는 연금을 재직기간에 비례해 부채로 미리 계상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지난해말 기준으로 실제 국가채무(D1)는 2000조원이 아니라 중앙정부는 819조원, 지방정부를 포함할 땐 846조원이다.

비슷한 사례로 '슈퍼 예산'이라는 말도 있다.

정부가 다음해 예산을 짜서 발표하면 언론들이 꼭 붙이는 수식어다. '역대 최대' 또는 '돈을 펑펑 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는 듯 하다. 매년 나오는 말인데, 그도 그럴 것이 예산은 매년 그 규모가 커진다. 통상 예산은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는다. 나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들어오는 세금이 늘어나고 화폐량도 증가하고 쓸 곳도 확대되는데 예산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경제가 어려운 경우에도 나라 재정은 더 확장하게 된다. 돈이 안도는 곳에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정부의 본연의 역할이다. 경제가 좋으면 좋을수록, 나쁘면 나쁠수록 예산은 자꾸 커진다. 예산은 당연히 매년 늘어나는 것이고 '슈퍼 예산'이라는 말도 그저 공허한 수식어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정부가 빚을 내면서까지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라가 힘들때,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확장재정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건 상식 중에서도 기초에 해당한다. 굳이 곡학아세, 침소봉대하면서까지 말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재경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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