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김기자의 금요외식회] 간절기 트렌드는 '들기름'이란다…봄날의 '들기름 산책'

풀무원의 들기름 막국수부터 오뚜기와 조커 카드의 만남 '고기리 막국수'
외식브랜드의 HMR 제품 '고메공방 들기름 막국수' 까지
김소현 기자

시중에 나와있는 들기름 막국수 제품. (왼쪽부터) 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 풀무원의 '들기름 메밀 막국수', 오뚜기의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사진=김소현 기자


여름 비빔면 대전을 앞두고, 예선전이 펼쳐졌다. 종목은 '들기름'.

오뚜기가 유명 맛집 '고기리 막국수'라는 카드를 꺼내며 여름 비빔면 예선전은 결승전을 방불케하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시중에 '들기름'이라는 수식어를 단 세 제품을 모아봤다. 이번 간절기 '들기름 대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풀무원'이 스타트 끊은 들기름 대전
풀무원의 들기름 메밀 막국수 /사진=김소현 기자

식품사 중에서 들기름을 가장 먼저 들고나온 건 '풀무원'이다. 매콤한 맛의 춘천식 막국수와 함께 출시했다.

구성품은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메밀면, 비법 간장소스, 들기름 그리고 참깨와 김고명.

풀무원의 '들기름 막국수'가 다른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냉장면이라는 것. 풀무원 제품만 구매 후 냉장 보관했다. 그렇다 보니 포장을 뜯었을 때 제품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메밀면 특유의 끊어지는 식감보다 쫄깃함 식감을 더 살렸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메밀의 면 식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쫄깃함'에 더 방점을 두었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끓는 물에 3분.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면 삶는 시간이 적은 편이다.

차가운 물에 빠르게 헹구고 물기를 빼낸 뒤 그릇에 옮겨 담으면 한 끼 완성이다. 비법 간장소스와 참깨와 김고명을 올리면 조리는 끝이다.

비법 간장소스는 약간의 가다랑어포 풍미가 느껴져 간이 더 어우러졌다. 포장된 들기름의 양이 많아 고소한 풍미를 가득 느끼며 먹을 수 있었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면의 식감. 쫄깃하고 찰진 면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일까 매끄러운 면 표면에 간장 소스와 들기름이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김도 아무렇게나 부순 모양새가 아니라 잘게 자른 듯한 모양인 것도 아쉬웠다.

메밀면의 깔끔한 모양새에는 더 어울릴 수 있었지만, 면의 미끄러움 정도 때문에 김이 따로 노는 것도 아쉬웠다.

특별히 집중하지 않고 먹으면 면발에 함께 따라오지 못한 김과 참깨가 그릇에 흥건하게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이 많아 강점이라던 들기름은 그릇이 바닥을 보일수록 느끼함을 더 끌어올렸다. 면의 찰기 때문에 알맞은 비율로 들기름이 함께 올라오지 못해서였을까.

메밀면보다 쫄면에 더 가까운 식감이 여러모로 아쉬웠던 풀무원 제품이다. 시판 쫄면에 들기름과 가다랑어 향을 살짝 첨가한 간장에 비벼 먹는 맛이라 하는 게 더 가까울 듯하다.

풀무원의 제품은 다른 것보다 상추와 오이가 생각났다. 추가 고명으로 상추와 오이를 곁들이면 어떨까. 정말 쫄면 같다는 소리다.

■ '조커 카드'를 들고 왔다…'고기리 막국수'를 등에 업은 오뚜기
오뚜기의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사진=김소현 기자

경기 용인시 수지구.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엄청난 맛집이 있다고 들었다. 이름하여 '고기리 막국수'.

선뜻 가보기 어려운 맛집, '고기리 막국수'와 오뚜기가 손을 잡고 제품을 내놓았다.

우선,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 쇼핑플랫폼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나름 미식가로 여겨지는 블로거들의 맛 비교를 보며 배송 오기를 오매불망.

처음 구매한 풀무원 제품과 생김새가 전혀 달라 1차 충격이었다. 오뚜기의 제품은 냉장 면이 아니라 건면이었다. 먼저 느껴진 건 이건 '조리'가 아니라 '요리'의 수준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한 그릇 준비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면을 4분이나 삶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과정은 타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은 확실히 풀무원 제품과 차이가 있어 보였다. 가보진 않았지만 '고기리 막국수'에 가본다면 이런 색의 면이 나오겠다 싶었다.

또 다른 점은 김가루가 부서질 수 있을 만큼 부서져 있었다는 것. 김 조각이 아니라 정말 가루 수준이었다.

조리 미숙으로 참깨를 으깨야 한다는 점을 나중에 알았다. 하지만 통깨로 먹어도 맛있었다. 으깬 참깨라면 더 고소한 풍미가 올라올 듯싶었다.

한 블로거가 그랬다. '고기리 막국수'의 생명은 육수라고.

"들기름에 간장에 거기에 육수까지?" 싶었지만, 그 풍미는 이 세상의 맛이 아니라고 그랬다. 고기리 막국수의 '들기름 막국수'가 그냥 커피라면, 육수를 부어 함께 먹는 것은 TOP라고 했다. 평양냉면의 완벽한 상위호환음식이라고 호평이 자자했다. 블로거는 '육수'를 함께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육수는 빠져 있었다.

육수 없는 고기리 막국수.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용인 수지구로 직접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제품이었다.

과연 HMR은 본래 맛집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는 힘든 걸까.

오뚜기의 '고기리 막국수'는 다른 고명을 곁들여야겠다는 생각이 특별히 들지 않았다. 정말 고기리 막국수로 가지 못하는 그 아쉬움 정도를 달랠 수 있을 만한 제품이라고 평가한다.


■ HMR로는 내가 '첫타자'…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
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사진=김소현 기자

만두 맛집으로 이름을 날렸던 '창화당'이 HMR 브랜드로 선보인 '고메공방'. 외식업계에 몸담고 이 브랜드가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해 내 선보인 게 바로 이 '들기름 막국수'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제품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 리뷰가 가득하다. 리뷰는 칭찬 일색.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새벽 배송으로 시킨 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를 맛봤다.

세련되고 깔끔한 패키징에서 대기업 식품사의 HMR처럼 보이기도 하다. 비닐 포장이 아니라 지류 포장지인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하지만 포장을 뜯었을 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급하게 구매했다 보니 구성품을 대충 훑었는데, 아뿔싸 2인용 제품으로 면이 1인분 구분 없이 함께 포장돼 있었다.

1인 가구에는 자비 없는 포장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개개인의 양 조절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들기름 막국수만 세 끼째인 나는 양을 좀 적게 조리하기로 했다.

집에서 스파게티를 하듯 500원짜리 동전만큼의 면을 뽑고 거기서 조금 덜어냈다. 2인분 기준으로 끓는 불에 3분 30초라 했으니 대충 3분 정도 삶으면 될 것 같다.

다 삶아진 면을 찬물에 정성스레 빨래 빨듯이 헹구고 뜨거운 기운 대신 차가운 기운을 채운다. 물기까지 짜내 그릇에 옮기고 소스와 고명만 올려주면 끝이다.

조리 과정도 다른 브랜드의 막국수와 다를 바 없다. 면 삶는 시간만 고역이고 그 고비를 지나면 간편하다.

다만 생각보다 많은 간장 양념과 들기름 양념에 2차 당황. 간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많이 뿌려버렸고, 들기름은 조금 조절해서 넣었다. 김은 '다다익선'이라 한 봉지를 두고두고 부족할 때마다 넣어 먹기 좋아 보였다.

면이 건면이라 그런지 고명과 어우러짐이 잘 보인다. 면의 찰기도 적당하고 들기름과 간장과 어우러짐이 잘 느껴진다. 김도 따로 놀지 않고 면과 조화가 돼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소스양 조절을 잘 못 한 것일까. 양이 줄어들수록 그릇 아래 가라앉은 간장 소스에 짠 기운이 올라온다.

■ 총평

쫄깃한 쫄면과 같은 식감을 원한다면, 풀무원을. 용인의 고기리 막국수를 아직 가볼 기회가 없다면 오뚜기 고기리 막국수로 '고기리 막국수'를 조금 느껴보자. 고메공방의 들기름 막국수에 다른 여러 고명을 얹어 가족과 함께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파김치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데 자취생의 냉장고에는 파김치가 없다.

패키지에 내장된 고명 외에 쪽파나 계란을 올려 먹거나, 들깻가루 등을 얹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 수육 정도야 부담이 안 된다면 함께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가 될 듯하다. 용인 고기리 막국수를 경험해봤다면 비슷한 육수를 찾아 넣어 먹어도 될 것 같다.

다만 세 제품 모두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점. 간장이 들어가다 보니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인데 간장 소스 조절로 나트륨 정도는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세 끼를 들기름 막국수로 먹었다.

집 안에 들기름 향이 가득하다. 오늘은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을 것이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