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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LG-SK, 배터리 분쟁 전격 합의…최악 대신 '차선'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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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첨예한 갈등을 이어왔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 합의해습니다. SK가 합의금 2조원을 부담하는 대신 두회사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는데요. 두 회사 모두 최악을 피하는 '차선;을 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산업부 박지은 기자 나왔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LG와 SK의 합의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1) LG와 SK가 약 2년 만의 갈등을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약 2조원의 합의급을 지급하고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는 한편,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한겁니다.

두 회사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짧게 밝혔습니다.

이번 합의는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일주전만 해도 LG와 SK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날을 세워왔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하루 앞두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겁니다.

앞선 지난달 말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주선으로 만났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막판 합의에 두 회장의 만남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2)해외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합의가 어떤 배경에서 진행되게 된것인가요?

기자2)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이 미국 ITC 및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결론이 났습니다. ITC가 LG에너지솔루션 측의 주장을 받아드리기로 최종판결 한겁니다. 이에 따라 ITC는 SK이노베이션에게 약 10년간 미국 시장 수출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판결 60일 이내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바로 오늘이 그 마지막 기한이었습니다. 거부권 행사가 없으면 ITC의 조치가 그대로 시행되는데,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한 겁니다.

사실 거부권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SK측에서는 수입금지 조치가 그대로 진행되면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바이든 정부를 압박해 왔습니다.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도 난감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문제는 거부권 행사가 과거 사례 등을 비춰봤을 때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 1995년 ITC가 설립된 후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한차례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판결된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중국에 대해 그동안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해 지적해 왔는데, 이에 대한 주장에도 힘을 잃게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의에 나서면서 바이든이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사실 두 회사의 합의에도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게 신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중재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두회사의 합의는 미국의 국익, 그리고 미국 정부에도 중요했던 겁니다.

이번 합의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미국 전역에서 미국 노동자의 손으로 생산하는 건 미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건하겠다는 내 계획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3)이견이 컸던 합의금은 결국 2조원으로 맞춰졌네요?

기자3)네. 당초 두 회사의 합의가 어려웠던 것은 서로가 제시한 합의금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의 합의금을 제시했고, SK측은 1조원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합의는 딱 중간인 2조원으로 합의가 된겁니다. 지급 방식은 먼저 현금으로 1조원을 내고,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로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세부적인 지급방식은 먼저 현금의 경우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2년에 나눠 5,000억원씩 지급하고,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지급됩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매출의 일정 비율을 1조원이 될 때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6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4)이번 합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4)사실 2조원 규모의 합의금은 배터리 업계 소송에서 최대 규모입니다. 금액이 상당한 만큼 SK 입장에서는 당장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자회사 매각과 상장을 통해 당장 지급해야할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계에서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상장을 앞둔 SKIET의 구주매출로 약 1조원을 손에 쥐었는데,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형식으로 지급하는데, 앞으로 SK의 배터리 가격에 이러한 점이 반영되면서 예전만큼 가격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으로 SK의 재무적, 사업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SK에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리스크가 없어졌고, 금액 역시 3조원에서 2조원으로 낮아지면서 손해보는 합의는 아니었다는 시각입니다.

특히 합의를 통해 미국 시장을 지켜내고,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등도 이번 합의가 SK에 긍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에상보다 낮은 합의금을 손에 쥐게 됐지만, 역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 그리고 당장 현금을 확보하면서 추가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윈윈' 으로 평가 받습니다.

앵커5)이번 합의에 따른 한국 배터리업계의 영향은 어떻게 평가되나요?

기자5)두 회사의 싸움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경쟁을 불필요한 출혈경쟁이라고 평가해왔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거진 싸움이다보니 오히려 국내 기업간의 싸움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특히 앞서 정세균 총리 역시 부끄럽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두회사의 상황에 대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두 회사가 합의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조금더 현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갈등의 무대였던 미국 시장에 대한 두 회사의 투자와 이에 따른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양산을 코앞에 두고 있는 1공장의 성공적인 가동을 비롯해 2공장 설립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고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에서는 이번 합의에 따라 오는 2025년 전체 생산량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양이 LG의 경우 20%, SK의 경우 17%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위한 밸류체인이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1위사인 중국 CATL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업체들의 자체 생산 계획까지 더해지며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두 회사의 합의가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지은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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