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금요외식회] 김장한지 하루, 도축한지 이틀…맛에 스피드까지 더한다
주문 즉시 김장해 보내주는 종가집의 '김치공방'도축한지 이틀된 '초신선' 고기 유통하는 '정육각'
김소현 기자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에 '스피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배달도 가장 빠르게, 어젯밤에 시킨 상품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게,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30분 만에 배달 가능하게. 그야말로 '누가 누가 더 빠르나'다.
여기에 식품업계가 한 발 더 나섰다. 이제는 주문하면 바로 제조해서 보내주는 이른바 '갓 배송'.
집에 앉아 아침에 제주도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서울 어디선가 저녁 식사로 올릴 수 있는 그런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맛과 양 경쟁을 넘어 이제 '스피드' 경쟁. 스피드 경쟁의 지평을 연 두 업체의 제품을 직접 먹어봤다.
■34년의 노하우…이제 여기에 '스피드'와 '취향'을 곁들여 탄생한 '종가집의 김치공방'
독립한지 n년째. 언제부턴가 본가에서 김치를 보내주지 않기 시작했다. 자췻집 냉장고에는 김치 가뭄 현상이 일어났다.
국내 시장엔 다양한 포장김치가 있다지만 여기에 굳이 덧붙여 말하자면, 포장김치로 해결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김장을 도우며 한 점 한 점 뜯어 먹던 갓 담근 김치, 따뜻한 수육에 방금 담근 김치를 올려 먹던 그 호사를 자취생도 가끔은 누리고 싶다.
34년 동안 김치 사업을 영위한 '종가집'이 이 갈증 해소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종가집이 맞춤형 김치 주문 온라인 플랫폼 '종가집 김치공방'을 시작한 것이다. 그냥 '맞춤형'이 아니다.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제조해 당일 출고하는 '저세상 스피드'다.
김치공방의 '배추고갱이김치', '종가집 갓담근 생생아삭김치', '매운맛 포기김치' 제품. 14일 김장한 제품을 15일에 맛 볼 수 있었다./사진=김소현 기자 |
김치공방을 통해 받아본 제품은 '배추고갱이김치', '종가집 갓담근 생생아삭김치', '매운맛 포기김치'.
김장하면 겉절이도 만들어 먹는 게 '국룰(국민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을 이르는 말)' 아닌가.
김장의 '기승전결' 서사에서 '결'을 담당하는 겉절이. 김장한 것과 같은 기분을 내려면 무엇보다 겉절이를 먹어봐야 한다.
겉절이 김치 제품 중 하나인 '배추고갱이 김치'/사진=김소현 기자 |
그렇게 가장 먼저 먹어본 건 '배추고갱이김치'. '고갱이'는 배추 안쪽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배추고갱이김치'는 겉의 억센 잎이 아닌, 안쪽의 부드럽고 달달한 잎을 이용해 만든 겉절이 김치다.
그릇에 담을 때부터 젓갈 향이 가득했다. 정말 갓 담근 김치를 먹는 느낌이었다. 겉절이를 담글 때 '한 입만' 하고 얻어먹는 맛이었다. 특히 갓 담근 느낌은 배추의 식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배추가 아삭하고 배추의 단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신선함이었다.
김치공방의 '갓담근 생생아삭김치'/사진=김소현 기자 |
'종가집 갓담근 생생아삭김치'는 이름부터 '갓담근'이 들어가 있다. 배추 한 포기를 반으로 가른, 김장 통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모양새였다.
생생아삭김치를 썰어 먹으니 살짝 짠맛이 올라왔다. 집에서 김장할 때 '간 좀 보겠다'는 핑계로 얻어먹을 때 느끼던 맛이었다. 젓갈의 향이 훅 올라오고 절인 배추의 맛도 함께 어우러졌다. 잠시나마 김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한 입 크기로 썰어 둔 '매운맛 포기김치'/사진=김소현 기자 |
'매운맛 포기김치'처럼 매운맛에 강한 한국인들을 위한 김치도 있다. '맵찔이(매운맛에 약한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지만 한국인의 김치 매운맛 자부심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김치라면 매워야 한다는 생각에 받아본 '매운맛 포기김치'.
'매운맛 포기김치'도 포장김치에서 느낄 수 없었던 배추 단맛이 올라왔다. 아삭한 식감이 식욕을 더 자극했다. 엄청나게 매운맛은 아니고 대중적인 매운맛이라고 느껴졌다. 시간이 갈수록 매운맛이 더 올라오지만 그야말로 '맛있게 매운맛'.
'매운맛 포기김치'를 먹으며 갓 담근 맛에 짠맛까지 올라오니 요리로 해 먹기 좋은 김치라고 느꼈다. 찜이나 찌개로 해 먹는 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애초에 간도 잘 돼 있고 매운맛도 풍부하고 배추도 맛있으니 요리용으로 제격이겠다 싶었다.
아쉬운 점은 포기김치 제품 등에 김칫국물이 더 많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것.
하지만 갓 담근 김치를 김장하지 않고 집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점. 익어가는 김치 맛의 스펙트럼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중량도 최소 300g에서 1kg까지라는 점까지. 1인 가구에게 최고의 상품이다. 익은 김치만으로 만족했던 자취생의 식탁도 '김치공방'으로 다채로워질 수 있게됐다.
■ "삼겹살, 이건 못 참지"…근데 여기에 '초신선'이 더해진다면?
한국인은 삼겹살의 민족. 미세먼지를 이유로 삼겹살을 구워 먹고, 3월 3일에는 삼겹데이라 해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삼겹살이 키운 민족이다.
'삼겹살, 돼지고기 맛있지만, 이걸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탄생한 '정육각'.
축산물 품질 평가원에 의하면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을 수 있는 시간은 도축 후 5일. 우리가 평소에 먹는 돼지고기는 대체로 이 기간을 훌쩍 넘어선다.
그 유통구조를 정육각이 바꿨다. 도축한 지 이틀 된 고기를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루 만에 받아 볼 수 있다.
'갓 도축한 고기가 맛있으려면 얼마나 맛있으려고'라는 의심 속에서 정육각 제품을 주문해보았다.
주문한 다음 날 저녁 집 앞에 도착한 '정육각' 제품들/사진=김소현 기자 |
13일 주문한 고기가 14일 저녁, 집 앞에 도착했다. 패키지에는 12일 도축, 13일 제조로 돼 있다. 정말 갓 잡은 고기를 받았다.
'초신선 돼지 삼겹살 구이용' 300g과 '초신선 돼지 목살 구이용' 약 600g, 그리고 갓 착유한 '초신선 무항생제 우유'까지.
정육각의 초신선 삼겹살과 초신선 목살 제품/사진=김소현 기자 |
정육각을 통해 받아본 삼겹살과 목살은 신선해 보였다. 하지만 외형에서는 다른 정육점에서 구매하는 고기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다. 구워진 후 냄새도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진정한 차이는 고기를 자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삼겹살을 자르면서 가위를 든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소고기를 자르는 건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돼지고기를 자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목살은 마치 '네가 지금까지 먹었던 목살과는 다른 목살이다'라고 보여주는 듯했다. 조금 질긴 게 목살의 원래 식감인 줄 알았는데 정육각의 목살은 젓가락으로도 찢어지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줬다.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직접 잘라봐라"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감각이었다.
분명 나는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데 육즙에 고소함까지 소고기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맛이 느껴졌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배가됐고 과장을 좀 보태자면 '입에서 녹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싶었다.
목살이나 삼겹살이나 돼지고기 전문 식당에서 종업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육즙을 가두는 방식으로 구워줄 때의 육즙이 느껴졌다. 집에서도 이런 맛과 육즙을 느낄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었다.
정육각의 초신선 무항생제 우유. 착유한 날짜가 13일이라고 되어 있다./사진=김소현 기자 |
정육각의 초신선 우유도 지금까지 맛봤던 우유와 달랐다.
어렸을 적 흰 우유를 기피하던 이유 중 하나가 우유 비린내 때문이었다. 흰 우유를 내 돈으로 산 것도 꽤 오랜만.
우유 패키지에는 착유일도 쓰여 있었다. 내가 마시기 이틀 전에 착유 된 우유였다.
비린내를 예상하고 마셨지만, 살짝 고소한 맛과 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아침에 한 잔을 먹고, 아직 내 미각이 잠에서 덜 깼나 싶은 맛이었다. 원래 비려야 하는데 내가 아는 흰 우유 향이 살짝 나야 하는 데 그런 것이 없었다.
물론 그런 맛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정육각의 초신선 우유는 비추천. 하지만 흰 우유를 싫어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