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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순익 2배인데 몸값은 카뱅의 10분의 1…씨티은행 매력 '물음표'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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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수년 동안 반복된 씨티은행 철수설이 현실이 됐습니다. 미국 씨티그룹이 지난주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씨티은행 인수전이 곧 시작될 전망입니다. 허윤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미국 본사에서는 이번 철수 결정이 특정국의 역량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 실적을 보면 성장세나 수익성이 다소 정체돼 있었던 게 사실인데, 철수 이유라고 봐도 되겠죠?

기자) 씨티그룹은 2012년 이후 온두라스, 터키, 그리스, 일본 등 수익성과 성장성이 저조한 지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각 지역, 국가별로 성과 및 수익성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사업축소 여부를 결정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13개국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즉 해당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씨티그룹 전체 평균을 밑돌면 철수를 검토해오고 있었고, 이번에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 겁니다.



전체 씨티그룹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을 보면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갑니다.

2011년 전체 씨티그룹의 세전이익은 16조원, 한국시티은행 세전이익은 5840억원 이었습니다. 전체 그룹 이익 중 한국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3.6%였죠.

그런데 작년 씨티그룹의 세전이익이 약 16조원을 거둔 사이, 한국씨티은행의 이익은 2570억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반토막 났습니다.

전체 씨티그룹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도 1.6%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본사가 보기에 '열등생'으로 판단할 만하죠.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한국씨티은행이 씨티그룹 내에서 실적이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배당만 가져갈 뿐 국내 투자에 인색하고, 지난 10년 동안 신입직원을 단 한차례도 뽑지않았다는 점, 마이데이터나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사업에도 그간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등도 이번 철수 결정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2) 한국씨티은행은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철수 전략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미국 본사가 철수를 결정한 건 소매금융, 즉 자산관리(WM)와 카드 부문입니다.

이를 합쳐서 통매각하거나, 나눠서 매각하거나, 아니면 매각 없이 아예 철수하거나 총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씨티그룹이 일본 시장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할 당시 통매각 방식으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사업을 넘긴 사례가 있습니다.

분리 매각은 인수자 입장에서 필요한 부문만 떼올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고, 효율성을 노릴 수 있어 M&A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흥행 가능성도 가장 크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매각에 실패해 사업을 폐지하는 겁니다. HSBC은행이 지난 2013년 한국시장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산업은행에 넘기려다 실패해서 단계적으로 사업을 철수한 바 있습니다.

우선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사업 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기간은 수개월이 걸릴지, 수년이 걸릴지 아직은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3) 그렇다면 곧 M&A 시장에 나온다는 뜻일텐데, 매물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기자) 우선 장점부터 짚어보면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WM부문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비이자이익의 핵심 축인 WM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특히 잇단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간 리스크 관리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는 역량으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쌓아온 노하우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높은 수익성도 매력적인 요인입니다. 씨티은행은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비중이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순이자마진(NIM)이 시중은행 평균보다 높은데요.

작년 국내은행 평균 NIM은 1.5%로 사상 최저까지 떨어졌는데, 씨티은행은 2% 넘는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점포 숫자도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쳐 상당수 줄여놓았기 때문에 인수 후 비용 감축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4) 반면, 현재 금융권의 큰 흐름인 디지털금융이나 비대면 강화 측면에서 봤을 때는 큰 매력이 없는 매물이란 평가도 있죠?


기자) 현재 씨티은행의 기업가치는 2조원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순자산 약 6조 4000억원에 국내 은행업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정도를 적용한 기업가치인데요.

그런데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무려 20조원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약 1900억원, 카카오뱅크는 1100억원 정도입니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이 카뱅의 2배에 육박하는데 기업가치는 1/10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이는 전통 은행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WM, 높은 수익성이라는 매력도가 디지털금융이란 대세를 뒤엎기는 부족하다는 분석이죠.

분명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금융권 환경이 비대면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디지털금융 강화에 도움이 될지 물음표가 붙는 매물인 게 사실입니다.

M&A 흥행 여부에 ‘반신반의’ 하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5) 오히려 대형금융사는 한국씨티은행이 아니라 동남아 지역 씨티은행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죠?

기자) 아시다시피 국내 시장에서 이자이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진 시대가 됐습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이를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이자가 핵심 수익원인 은행이 이자이익 증대에 손을 놓고 있는 건 말이 안됩니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사들이 수년전부터 신남방을 외치면서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보다 높은 이자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들이죠.

실제 몇몇 금융사는 한국씨티은행보다 함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해외 씨티은행, 그 중에서도 동남아 지역 씨티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13개 국가 중 동남아시아 국가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베트남이 있습니다.

이중 베트남은 워낙 관심이 뜨거운 국가라 웬만한 금융사는 모두 진출해 있는 상태라 현지 사업 강화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국내 금융사가 진출해있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태국 시장도 금융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자이익 성장을 위해선 동남아 사업 강화가 필수이기 때문에 국내보다 해외 씨티은행 매각전이 더 뜨거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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