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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금융사 대주주적격성 심사 '함흥차사' 사라지나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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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허가를 내줄 때, 검찰 수사나 정부의 조사가 있으면 기계적으로 심사를 중단하던 관행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핵심 권력을 일정 부분 내려놓겠다는 의미인데, 금융권은 이를 두고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허윤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먼저 인허가권 심사 중단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 또 이번에 어떤 개선안을 내놓은 건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금융사는 아시다시피 고객의 자금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라 다른 산업보다 규제 수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사의 대주주가 바뀌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간 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너무 깐깐해 금융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심사를 받는 금융사가 검찰 수사나 국세청의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 만으로도 심사가 멈추곤 했습니다.

이런 ‘깜깜이 심사 중단’을 막기 위해 이번 개선안을 내놓게 됐습니다.

요약해보면 '수사 또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만으로 심사를 중단하지 않고, 검찰 기소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심사를 계속하겠다'는게 핵심입니다.

또 심사가 중단된 건은 6개월 마다 심사 재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고요.

검찰의 강제수사일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2) 그동안 금융사들의 불만이 상당했는데, 실제 사례가 어떤게 있었나요?


기자) 그간 금융당국의 인허가 심사권은 금융사 입장에서 '전가의 보도'로 인식돼 왔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씀 드리면 금융사가 M&A를 진행하거나, 신사업 인허가를 신청할 때마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고 보시면 될 정도인데요.

특히 증권업계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SK증권을 인수하려던 케이프투자증권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자진 철회한 게 대표적이고요,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때도 심사 문제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M&A는 아니지만 미래에셋증권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발목이 잡혀 4년 가까이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 겨우 물꼬를 텄습니다.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당시에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력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BC카드를 최대주주로 내세워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았고, 카카오뱅크도 심가 과정에서 대주주 문제와 관련해 법제처로부터 유권해석을 받는 등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마이데이터 인허가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턱에 걸려 심사가 중단되거나 진통을 겪은 금융사가 속출했습니다.


앵커3) 심사 중단으로 인한 이득, 즉 실제 대주주 리스크를 피하게 된다면 할 말이 없을 텐데 사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대개 큰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는 적죠?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건입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IB)에게 내주는 사업입니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는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기업금융 등 혁신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라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초대형IB 제도가 도입된 직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공정위의 조사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은 꿈도 못 꾸는 상태였습니다.

공정위의 조사는 3년 정도 진행됐는데요. 지난해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결론 났고, 검찰 고발도 피하게 됐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최근 들어서 발행어음 인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 보면 경징계로 끝날 사안을 이유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행어음 사업 진출 자체가 막혔던 거죠.

이 3년 동안의 기회비용이랄까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지 티를 내진 못하지만 속앓이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기업으로의 자금공급'이란 발행어음 제도 측면에서 봐도, 그동안 국내 1위 증권사가 이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국내경제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 이번 개선안을 내놓게 된 걸로 보입니다.


앵커4) 그간의 사례를 보면 금융당국이 인허가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금융사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죠?

기자)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인허가 심사중단 제도 개선안은 2019년 6월부터 금융투자업계에선 적용되고 있었던 방안입니다.

예컨대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의 경우 6개월 이내에 기소가 되지 않으면 심사를 재개한다'는 기준도 이미 있었지만, 실제 이 규정이 활용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또 이번 개선안에는 중단된 심사를 다시 시작하는 요건도 상세히 정했는데요.

하지만 금융위는 '이런 조건에 금융위가 반드시 얽매일(기속) 필요는 없다'는 사족을 달았습니다.

이전에도 심사 재개 여부를 금융위가 재량으로 결정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할 만한 조건이죠.

결국 대주주 변경 또는 인허가 승인을 내준 금융사가 검찰 기소를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금융당국이 감내할 수 있을 지가 핵심인데, 이러한 의지가 실제 있는 지 미지수란 반응이 많습니다.//


앵커5) 이번 개선안을 적용해 실제 심사가 재개되는 사례가 나와준다면 이런 불신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금융권에선 3년 넘게 장기표류하고 있는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심사 재개 여부가 당국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17년 7월 UBS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51%)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나금융투자의 최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고발 당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는데, 4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죠.



그런데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하나금투의 하나UBS운용 인수 심사가 다시 시작 되도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해당 고발건과 관련돼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1년도 훨씬 지나 심사 재개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인수를 승인해줘야 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사를 재개할지 말지를 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금융권 전체로 봐도 하나금투-UBS자산운용의 인수 심사가 재개되면 금융사의 신사업과 M&A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기대감이 커질 전망입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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