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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자충수'된 100% 환불…사모펀드 사태 '점입가경'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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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얼추 마무리 됐습니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한데요. 금융사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투자자도 원금 전액 반환이 아니면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허윤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쟁점이 되고 있는건 금감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입니다. 어떤 개념인지 짦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시작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분쟁조정 사례였습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분쟁조정 역사상 처음으로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 내려진 사례입니다.

이어 옵티머스 사례에서 두 번째로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근거로 제시한 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입니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 가능하다’는 민법(제109조)에서 규정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펀드 가입 시점에서 펀드 구조에 착오가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입니다.

예컨대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만기 6개월~9개월인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는데, 금감원 조사 결과 이런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을 펀드 자산으로 편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즉 고객이 가입 시점에서 이를 알았더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2) 그런데 어떤 펀드는 100% 환불을 해주고 어떤 펀드는 80%만 보상해주면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문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에서 100% 배상 결정이 내려진 뒤, 다른 사모펀드들의 분쟁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배상비율에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금감원이 분쟁조정안을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펀드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사례별 배상비율을 제안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배상비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판매사들이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의 배상 비율 결정에 관한 재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 사진=뉴시스


최근 분조위 결과 배상비율이 최대 80%로 정해진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은 이에 불복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안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거부하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며 분쟁조정 재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디스커버리펀드 뿐만 아니라 독일 헤리티지 DLF(파생결합펀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분쟁조정이 곧 진행되는데,

이 펀드 투자자들 역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앵커3)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에 치우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무리하게 끌어 썼다는 비판도 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이 낳은 혼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감원이 투자자 구제를 위해 '100% 환불'이란 결론을 정해두고, 그에 맞는 법리를 끌어 쓰다 보니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졌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옵티머스 분쟁조정 사례에서 전문투자자를 ‘원금 전액 반환’ 결정에서 제외한 부분입니다.

전문투자자들은 일반투자자보다 투자 책임이 크다는 건데, 원금 전액 반환 결정에서 전문투자자를 제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옵티머스 펀드 전문투자자들은 판매사, 수탁사,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일반투자자들은 분쟁조정안에 불복하고, 전문투자자는 여기서 제외돼 소송에 나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인 겁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규정된 사항입니다. 하지만 전문투자자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개념입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전문투자자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분쟁조정 등 투자자 보호 장치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습니다.

'투자자 보호의무는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과 자본시장법을 섞어 결론을 내다보니 조정안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금감원도 전문투자자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밝힌 상태인데, 금감원 조차 옵티머스 분쟁조정안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4) 분쟁조정 뿐만 아니라 금융사 제재를 두고도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펀드 수탁은행에까지 책임을 물어 판매사와 수탁은행 간 소송전도 진행되고 있죠?

기자)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 하나은행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업무 일부정지'를 금융위에 건의한 상태입니다.

사모펀드 수탁은행이 금감원 중징계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펀드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금감원에 이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도 금감원의 중징계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본사에서 옵티머스펀드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뉴시스


금융권에선 금감원 징계안을 최종 확정하는 금융위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건의한 징계를 경감시킬 지, 그대로 유지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금융위가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경감시키면 '수탁사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하나은행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금감원이 연이어 중징계를 내리는게 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징계를 남발하면 이에 불복한 금융사의 행정소송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금융당국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사모펀드 사태가 장기화되고, 갈등이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으면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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