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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두산중공업으로 본 풍력산업의 '민낯'..수주에만 10년

해상풍력 14개 기관 26개 인허가 거치면 10년 걸려
권순우 기자

서남해 해상풍력


두산중공업이 100MW 규모의 제주한림해상풍력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5.56MW급 해상풍력발전기 18기에 들어갈 기자재를 만들게 되며, 금액은 약 1900억원입니다.

풍력,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한달새 160%까지 올랐다가 수주 계약 발표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친환경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점은 다행인데, 그 과정을 보면 한국 풍력 산업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두산중공업이 만들기로 한 제주한림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입니다. 제주도는 2012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를 발표했습니다. 그 안에는 100메가와트 이상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대정해상, 한림해상, 제주동부해상 등 3개가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1개가 이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0년 간 환경영향평가에서 4번이나 고배를 마셨고 도의회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이어져 인허가 과정이 고달팠습니다. 그러다 2019년 공유수면점유 사용허가를 받았고, 2020년 8월 최종 허가를 받았습니다. 모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12월에 또다시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올해 2월에 집행정지가 기각 되면서 겨우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설계를 하고 착공을 하고 실제 풍력 발전기가 가동이 되려면 앞으로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풍력 발전기를 돌리는데 무려 15년이나 걸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배경에는 복잡한 인허가 문제가 있습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계기관이 약 14개이고, 인허가 개수는 무려 26개에 달합니다. 전파영향평가, 문화지표조사, 해상교통안전진단,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협의, 재해영향평가, 전파영향 평가 등 다양한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지자체 인허가는 허가권자의 재량으로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각종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 지원 방안을 요구 받습니다. 어촌계를 설득하지 못하면 인허가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무원들의 비리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양이원영 의원은 “개별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 33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며 “평균 10개월을 잡을 경우 풍력 발전소가 실제 운영되기 까지 약 20년이 걸리며, 5개월로 단축시켜도 10년”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인허가와 각종 민원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보니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한 용량은 3000메가와트인데(2019년말 기준) 실제 운영중인 용량은 72메가와트, 2%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힘을 실어줬던 서남해 해상풍력은 2010년 2.5기가와트 추진 로드맵 발표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고작 60메가와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풍력 강국인 덴마크는 원스톱샵 제도를 통해 모든 인허가, 이해관계자 민원해결까지 평균 34개월이 걸립니다. 대만도 싱글윈도우제도를 통해 3년이면 착공을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걸리는 한국과 대조가 됩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정부가 책임지고 인허가, 민원 등이 해결된 부지를 분양함으로써 사업자의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며 “아파트 건설을 위해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습니다.

또 “민원 해결을 사업자에게 맡긴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해상풍력 추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산화에 대한 과도한 요구도 해상풍력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국내 해상 풍력 프로젝트는 대부분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 영역이 참여해 이뤄집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프로젝트에서 암묵적으로 국산 제품만 쓴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설치하는 풍력 터빈은 5.56MW입니다. 선두 업체인 GE, 베리타스 등은 10~12MW의 터빈을 만들고 있습니다. 외국 기술을 적용하면 하나를 설치해도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거지요.

두산중공업은 아직 그 정도 성능의 터빈을 만들지 못하고 8MW를 2022년 이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터빈 뿐 아니라 하부 구조물을 비롯한 각종 기자재도 마찬가집니다.

국내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유럽의 해상풍력 평균 이용률은 41.7%, 덴마크는 46.8%를 기록하고 있는데 서남해 실증 단지의 이용률은 29%에 불과합니다. 풍력 업계에 따르면 국산 터빈과 외산 터빈을 똑같이 운영했을 때 외산 터빈의 이용률이 4%포인트 넘게 높았습니다. 4%포인트가 작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매출의 20%를 좌우하고 이익과 손실의 기준점이 달라지는 큰 차이 입니다.

풍력 기술을 내재화 하기 위해 국산 제품을 우대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기회를 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겨룰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해상 풍력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산 제품만을 강조하다보면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 자체가 추진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성능이 좋은 제품을 쓰면 같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산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 해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 기술력이 부족하다보니 한국의 해상풍력 발전 단가가 높습니다. 지난해 기준 유럽의 해상풍력 발전단가(LCOE)는 2012년 대비 67.5% 감소한 메가와트시장 83달러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해상풍력보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육상풍력의 경우도 150달러에 육박합니다.(166.8원/kWh. 재무적 관점.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은 하반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해야 합니다. 현재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제 사회는 두배 이상 감축할 것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가동중인 석탄발전뿐 아니라 건설중인 석탄발전까지 다 폐쇄를 해야 할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석탄발전의 빈자리는 재생에너지로 체워야 합니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단기 급등이 부담스러웠던지 고점 대비 20% 넘게 급락했습니다. 국내 풍력 산업이 발전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풍력 업체들의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첫 삽을 뜨는데만 10년이 넘게 걸리는 현실을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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