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공모주 청약수수료도 올리는 판에…명분 사라진 '증거금 이자'

김혜수 기자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번쯤 증권사 계좌를 통해 청약에 도전해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기자의 휴대폰에도 사용하지도 않은 증권사 어플리케이션 몇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 청약이 가능하다보니 어쩌다 '계좌 부자'만 된 셈이다.

그러나 기자에겐 운이 없는지 대어로 꼽히는 공모주 청약 결과는 늘 '꽝'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넣은 청약증거금은 당일 바로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이 지나야 투자자 증권 계좌로 증거금이 환불된다.

'이틀'.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혹여 이 돈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 등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면 그 기간 동안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안그래도 청약에도 떨어져 상심이 큰데, 이틀간의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는 속쓰린(?)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반면 증권사는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이자수익'을 얻는다. 증권사는 청약 마감 직후 이틀간 고객에게 받은 청약증거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다. 이 기간 동안 증권사는 연 0.1%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는다.

올해 80조원이 넘는 역대급 청약증거금이 모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청약을 진행한 증권사 5곳이 벌어들인 증거금 이자만 9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4억100만원, 한국투자증권 2억9,400만원, SK증권 9,900만원, 삼성증권 3,700만원, NH투자증권 6,100만원이다.

또 다른 대어로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증거금 이자'는 3억5,000만원, 카카오게임즈 3억4,000만원, 빅히트 3억4,000만원 등 앞서 진행된 IPO에서도 두둑한 이자수익을 챙겼다.



사실상 고객의 돈 가지고 '이자 장사'를 한 셈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 2013년부터 "청약증거금에 대해서도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의 이자 문제가 여러차례 지적이 됐었다"며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이것을 개선해야 된다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것을 계속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과 증권사는 아직까지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될 일이 아니며, 금융투자협회가 자율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도 할말은 많은 모양이다. 일단 청약증거금의 경우 증권사별로 보면 많지 않고, 이를 돌려준 사례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객에게 받은 청약증거금이 증권사 계좌로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금융결제원의 소액시스템을 거쳐 익일에 들어오는데 반해, 한국증권금융에는 고객의 증거금을 바로 당일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증권금융에서 하루 전 자금을 빌려 이를 예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루치 이자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거금 이자는 연 0.1%이고, 증권금융에 내야 하는 대출 이자는 연 0.35%인 만큼 오히려 0.25%포인트 만큼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억울하면, 정확하게 대출 이자가 얼마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업계의 말대로 손해가 난다고 해도 수긍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우선, 증권사는 청약으로 인해 신규 고객과 신규 계좌를 확보한다. 청약 이후 계좌를 해지하는 사례도 있지만 잠재 고객 확보와 함께 자연스럽게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한마디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물론 청약수수료도 짭짤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우 5개 증권사의 수수료만 25억원이 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청약수수료가 12억3,100만원에 달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더군다나 최근엔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증권사인 삼성증권은 이미 오는 28일부터 무료였던 공모주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2,000원으로 올린다고 공지한 바 있고, 이 같은 행보에 미래에셋증권도 수수료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전 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증권사 관계자는 "온라인 공모주 청약 고객이 늘면서 공모주 청약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시스템 유지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올릴 수 밖에 없다 "모든 고객이 아니고 일반 고객, 그리고 청약한 전체 고객이 아닌 배정 받은 고객에게 적용하는 실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각종 비용 차원에서 수수료를 올려받겠다고 한다면 그동안 공짜로 가져갔던 증거금 이자도 앞으로는 마땅히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 증권금융에 내는 대출 이자가 더 많이 나갔다고 하면, 어차피 그 비용만큼 고객에게 수수료로 걷어가면 될 일 아닌가.

익명을 전제로 한 업계 관계자도 "사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상 얘기만 하지 않았다면, 증거금 이자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증권사에서 수수료를 올리게 되면, 사실상 '증거금 이자'를 증권사가 가져갈 명분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