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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금요외식회] 라면의 변신의 '무죄'?… 선 넘으면 '유죄'

-과자로 탄생한 라면…팔도비빔칩과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맛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밥과 만두로 재탄생
김소현 기자

자취생의 영원한 친구. 나를 망치러 온 구원자, 라면.

냄비에 눈대중으로 물을 담아 끓이고 모든 재료를 한 냄비에 투하. 젓가락으로 어느 정도 휘휘 저으면 한 끼 완성. 설거짓거리도 냄비와 젓가락 하나면 끝.

이만큼 간편하고 맛도 좋은 식사가 따로 없다.

최근 그 라면이 '변신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라면 각자의 분말 스프 맛을 이용하거나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식품사 입장에선 보장된 맛과 함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수요까지 잡을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그런 상품이 과연 소비자들에게도 '일석이조' 아이템이 될까. 청출어람이면 다행이지만 이도 저도 아닌 '차라리 하지 말지'가 된다.

그렇게 라면의 모습을 가진 상품들을 모아 봤다.

■팔도, 너는 "컬래버레이션 맛집"…올해는?

최근 팔도의 행보가 눈에 보인다. 비빔면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38살 팔도 비빔면의 '새로움'을 내비치기 위한 것일까.

팔도가 협업에 진심이 됐다.

팔도가 선보인 팔도비빔칩 2종/사진=김소현 기자

최근 팔도는 '팔도 비빔칩' 두 종을 선보였다. '시그니처'와 '버터간장맛'으로 구성됐다. 패키지도 팔도 비빔면의 패키지를 그대로 담아 새로움과 함께 익숙한 모습도 느껴졌다.

패키지에 보이는 과자의 모습은 크라운의 '콘칩'과 유사했다. 팔도 비빔면의 맛을 입은 콘칩이라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팔도비빔칩 시그니처(왼쪽), 버터간장맛(오른쪽)/사진=김소현 기자

내용물은 시그니처가 더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버터간장맛은 버터 향이 조금씩 났다.

식감은 묵직하지만 바삭한 식감. 콘칩과 유사하지만 뭔가 치토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그니처'를 맛보면서 그냥 매운 콘칩 아닌가 싶었는데 계속 먹다 보니 팔도 비빔면 소스의 향이 조금씩 났다. 맵고 짭짤하면서 그 속에는 달콤한 맛이 있는.

'버터간장맛'도 첫입에는 콘칩과 다를 게 뭐야 싶었지만 점점 버터 향이 묵직하게 올라왔다. 일반 콘칩보다는 좀 더 느끼한 맛이었다.

오히려 두꺼운 감자 칩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 식감 덕에 라면 분말 스프를 뿌린 비빔면 생라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도미노와 협업해 '팔도 비빔 로제 파스타'도 출시했다. 여기에 팔도 비빔면의 시그니처 패턴을 담은 슬리퍼도 한정 상품으로 선보였다. 지난해도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크림면을 선보이는 등 팔도는 '협업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올해 협업은 '한끝'이 부족했다. 팔도 비빔면의 맛을 과자에서 느끼기 어려웠다. 그냥 옥수수 과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차가운 비빔면이 따뜻한 파스타로 탄생한 도미노의 파스타는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메뉴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라면 과자…농심 포테토칩과 라면의 만남

팔도 비빔칩 이전에 등장한 라면을 입은 과자가 있다. 농심의 효자 상품 '포테토칩'의 '육개장사발면맛'과 '김치사발면맛'.

포테토칩을 먹을 거면 '오리지널'이지 굳이 라면을 입은 맛을 선택하지 않아 출시된 지 1~2년이 지나서야 직접 맛보게 됐다.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 맛/사진=김소현 기자

봉지를 뜯자 라면 분말 스프의 향이 바로 올라왔다. 하지만 '육개장사발면의 향이다'라고 느끼진 못했다.

바삭한 감자칩과 라면 분말 스프의 맛이 어우러져, 생라면을 부숴 라면 분말 스프에 섞어 먹던 어린 날의 군것질 맛이 났다.

팔도 비빔칩을 먹으며 아쉬워했던 식감을 농심 포테토칩이 그대로 살려준 느낌이었다.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사진=김소현 기자

'김치사발면맛'은 시큼한 김치의 향이 많이 느껴졌다. '육개장사발면 맛'보다는 컵라면의 시그니처 맛을 더 잘 담은 듯했다. 겉모습도 빨간 라면 스프 때문인지 더 빨간색을 띄고 있었다.

포테토칩 대신에 혹은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대신에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출시 1~2년이 지난 이후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이 두 제품은 어쩌다가, 가끔은 생각날 과자가 된 듯하다. 생라면을 부숴 먹던 즐거움을 좀 더 간편하게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은 혹은 가끔은 시도를 해도 좋을 듯하다.

■"과자는 식상해"…만두와 밥으로 탄생한 라면

라면을 담은 과자는 잇달아 출시됐지만 밥과 만두라니. 라면의 변신은 진정 무한인가.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 밥과 만두로 재탄생했다.

상상도 안 가는 맛. 밥은 라면을 먹고 난 뒤 밥을 말아 먹는 그 맛을 생각하면 될까. 삼양라면 특유의 햄 맛을 어떻게 구현을 할까, 제일 기대가 큰 제품이었다.

삼양식품이 출시한 삼양라면 오리지널 만두와 오리지널 밥 제품/사진=김소현 기자

패키지부터 삼양라면의 시그니처를 담았다. 라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주황색 패키지.

만두는 겉모양만 보았을 때는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자 라면의 면발과 삼양라면의 영혼 햄 조각이 보였다.

그리 맵지도 않고 담백한 만두의 맛. 삼양라면의 맛을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조금은 구현해낸 모습이었다.
삼양라면 밥 제품 패키지와 내용물 /사진=김소현 기자

더 놀라웠던 것은 삼양라면 밥이었다. 1인분씩 포장된 봉투를 뜯고 그릇에 내용물을 쏟아내자 라면의 면과 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양라면의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삼양라면은 햄 맛이 중요하니까.

전자레인지에 3분. 냄새는 삼양라면 그 자체였다. 라면 건더기를 다 건져 낸 뒤 밥을 말아 먹는 듯한 비주얼·향이었다.

냉동 밥이어서 그런지 함께 들어 있는 면발은 라면에 밥을 말아 먹을 때처럼 식감이 좋지 못했다.

불어있는 라면처럼 면이 퍼져 쫄깃한 식감은 없었지만, 햄과 담백한 스프의 맛이 완벽했다.

급한 마음에 전자레인지에 조리했지만 직접 프라이팬에 데워 먹었다면 맛이 한층 더 좋았을 것 같다.

살짝 누룽지가 올라올 만큼 데워 먹었다면, 한국인의 후식 '볶음밥'처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하면 '성공', 과하면 '피로'

최근 '뇌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신조어다.

식품업계에서는 보장된 맛과 흥행이 보증된 브랜드로 여러 형태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재밌고, 소비자들 반응에 식품사도 재미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기성 제품만을 목표로 제품을 쏟아낸다면 소비자의 외면도 피할 수 없다.

한 제품을 여러 형태로만 계속 만들어 낸다면 소비자로부터 '뇌절' 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진정한 재미를 적당히 추구하고 단기성 이벤트를 넘어선 제품을 만든다면 소비자도 오랫동안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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