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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붕괴사고'로 적정임금·중대재해법 적용강화 만지작…해법으론 글쎄?

적정임금제·감리원 상시화·중대재해법 적용 확대 등 쏟아지지만 근본적인 공사현장 안전해법 찾아야
윤석진 기자

14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지에서 광주 동구청 건축과 공동주택관리계 직원과 건축사, 기술사, 현장관계자 등이 안전점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제2의 광주 건물 붕괴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논의에 한창이다. 건설 근로자 처우 개선과 감리 감독 의무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까지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 또는 기업의 비용 부담만 늘어날 뿐 건설 현장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건설 근로자 전반의 처우를 개선해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적정임금제'도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다. 18일 정부는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적정임금제란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로, 최저임금 이상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12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통해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적정임금제가 도입되면 원도급사에서 하도급사, 팀·반장으로 공사 담당자가 내려가도 임금이 깎이지 않는다.

정부는 오는 2023년 1월부터 국가와 지자체가 발주한 300억원 이상의 공사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고 민간 공사에도 도입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를 들면 원도급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받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한솔에 하도급을 줬지만 한솔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동일한 수준으로 삭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선 건물 해체나 시공을 직접 맡은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돼 날림 공사나 부실 시공을 막는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이 제도 도입 후 건설 재해 건수는 50%, 사망사고는 15%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임금이 삭감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미 '임금직접지급제' 등이 도입돼 제도적으로 임금 삭감 방지 장치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공사비 증가 ▲일자리 감소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 기피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역효화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적정임금제의 원조 격인 미국은 1980~90년대에 걸쳐 9개 주가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2016년 이후에는 6개가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안전 사고 예방과도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안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적정임금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 같은데, 근로자의 처우 개선 차원이지 임금을 더 준 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감리원 상시화' 방안도 입방아에 오르 내린다. 지난 16일 국토부는 건축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해체공사의 위험수준별로 감리원 배치 기준을 차등화하도록 했다. 해체 난이도, 인접부지 위험성 등이 높은 공사는 상주 감리를 배치하도록 해 안전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감리원을 상시 배치할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류 상에는 상주한다고 작성해 놓고 실제로는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서울 역삼동에서 작업자 1명이 숨진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자체에 미리 철거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2017년 낙원동 사고 당시엔 해체작업에 대한 전문 감리를 두도록 했지만 지난 2019년 서울 낙원동 관광호텔 해체 작업 중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 단장인 김영배 최고위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광주 철거 건물 붕괴참사 등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정도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 범위를 기존의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시설 외에 건축 및 해체 건설현장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번 광주 사고 현장이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법 적용과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입법 보완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건물 시공 또는 해체로 인한 시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현대산업개발 같은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 책임자가 안전 관리 체계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경영주를 처벌하는 방식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종수 동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장 안전 관리 담당이 대리인으로서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데 최고경영자(CEO)가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치적인 논리로 나온 것일 뿐, 처벌은 안전 관리자 선에서 끝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강만구 안전보건진흥원 원장은 "광주 건물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가 발견돼 입법 보완이 추진되고 있지만, 잘못하면 모든 사람들을 다 옭아매는 무시무시한 법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비용 부담에 따른 부실 공사를 막을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심각한 문제를 제보한 공익 제보자에게 좀 더 보상을 줄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도 철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문제 상황을 다 알았음에도 본인이 손해볼까 쉬쉬한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범위 확대 등 처벌 위주로 가기보다 안전 사고를 공론화하는 사회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수 교수는 "다단계 생산 구조로 가다 보면 건설 비용이 빠지니 구조적으로 부실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어려운 이상 원청이 책임지고 해체 의무를 지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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