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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춘풍추상’ 강조한 주진우 회장, 춘풍은 자기한테 해당되나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서 계열사·지인 총동원 지분 쪼개기 편법 논란
사조그룹 계열사 모두 저평가...“승계 전까지는 주가 부양 없어”
부동산 자산 취득 이후 자산 재평가 한 번도 안 해
주진우 회장 춘풍추상 강조...자신한테만 관대한 내로남불
박동준 기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사조그룹이 사조수산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에서 이겼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사조그룹이 대처한 과정이 회자되면서 결과적으로 사조가 잃은 것이 너무 많은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일 사조산업 소액주주가 소집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제안한 안건들은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이번 임시주총은 올해 초 소액주주연대가 사조그룹 오너일가의 독단적 전횡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사조산업은 비상장 자회사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했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캐슬렉스서울로 캐슬렉스제주 주주들은 캐슬렉스서울 주식을 받을 예정이었다. 사조산업은 합병 목적에 대해 두 회사 모두 골프장 운영을 하는 회사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한 캐슬렉스제주 합병으로 사조산업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으로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골프장 합병은 오너일가의 승계를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골프장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

소액주주연대는 기세를 몰아 경영에 직접 참여해 오너일가를 감시하겠다며 지난달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구체적인 안건으로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3% 피하기 위해 주식 쪼개고 빌려주고

임시주총이 소집되자 사조그룹은 소액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사조산업 정관 변경과 지분 쪼개기를 했다. 우선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임시주총에 이사회 제안 안건으로 올렸다.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기타비상무이사’로 감사위원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상법상 기타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는 '통합 3%룰'이 적용된다. 회사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모두를 합쳐 3% 의결권만 인정하는 것으로 전일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모은 지분이 2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정관 변경이 안 됐다면 소액주주가 감사위원에 선임됐을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안건도 대비책으로 올렸다.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은 각각의 주주가 3% 의결권을 행사하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사조그룹 지배구조를 감안했을 때 해당 안건도 충분히 승산이 있던 안건이었다.

하지만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쪼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늘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부결됐다.

사조오양과 사조랜더텍은 지난달 임시주총 소집 이후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고 시장에서 추가로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였다. 두 회사 모두 공교롭게도 사조산업 지분 3.0%만 확보했다.

주 회장의 행보도 비판의 대상이다. 주 회장은 지난달 10일 지인인 박모씨와 문모씨에게 사조산업 주식 15만주(3%)를 대여했다. 이후 지난달 말 이들에게서 주식을 회수했다. 이번 임시주총 주주명부 페쇄시점은 지난달 17일이었다. 당연히 주 회장이 지인에게 빌려준 주식도 각각 3%씩 사조그룹의 우호지분으로 의결권이 행사됐다.

사측이 개별 3%룰을 적용해 확보한 주식은 139만여 표로 소액주주들이 확보한 102만 여표와 30만여 표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계열사 지원과 주 회장의 지분 쪼개기가 없었다면 표대결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주식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임시주총에 참석해 사조그룹의 이런 행태를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지분 쪼개기가 아무리 법적으로 옳다고 해도 사회에서 인정을 해주겠냐"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사조산업 주식을 1만3,000주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 측에 의결권을 위임했다.

사조그룹 지배구조. 오너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회사 사조시스템즈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조산업은 보유 중인 '캐슬렉스서울'을 오너일가 회사 '캐슬렉스제주'와 합병 추진을 했지만 소액주주들 반발로 합병을 철회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해당 합병이 오너일가의 편법승계를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지주사 최대주주 등극…상속세는 0원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에서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으로 승계가 진행 중이다. 사조그룹 승계 핵심 회사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다. 사조시스템즈는 현재 주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그 아래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산업 등의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졌다.

주 부사장이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로 오르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장주식을 활용했다는 의혹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원래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는 주 부사장의 동생인 고(故) 주제홍 사조오양 이사였다. 주 이사가 2014년 러시아 출장 중 사고사를 당하자 주 부사장은 2015년 동생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 전부를 상속받았다. 주 부사장은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는 대신 사조시스템즈 주식 현물로 납부하는 물납을 택했다. 기획재정부는 사조시스템즈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5차례 유찰됐고 이후 6번째에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방식으로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주 부사장이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가 되자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자신이 보유한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여기에 2015년 12월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사조인터내셔널도 주 부사장이 최대주주였다. 결국 비상장사 합병과 지분 상속 등으로 주 부사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정점인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율을 극대화했다.

사조그룹 홈페이지에 주진우 회장 소개 페이지. 최상단에 '대인춘풍 지기추상' 문구가 보인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격언이다. 다만 주 회장의 행보는 해당 문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진/사조그룹 홈페이지 캡쳐

남은 것은 사조산업 지분…미뤄지는 자산 재평가


주 부사장이 완벽히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 남은 것은 사조산업 지분 확대뿐이다. 현재 주 부사장의 사조산업 지분은 6.8%에 지나지 않는다. 주 부사장이 사조산업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 회장의 지분 14.24%를 넘겨받거나 아니면 장내 매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사조그룹이 사조산업 주가부양에 의지가 없다고 의심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조그룹은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에 서울과 제주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 등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들 자산은 현재 절대 다수가 취득가로 장부에 반영된 상태다. 이를 현재 시가로 평가해 반영할 경우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 의도적으로 사조 측이 자산 가치 저평가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공정위 대기업 집단 편입을 꼽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조그룹 자산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 기준으로 삼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밑돌고 있다. 자산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사조그룹의 자산 규모는 5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게 소액주주들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도 오래 전부터 사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등 비영업자산 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그룹의 지주사면서 오너일가 개인회사로 여겨지는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 52% 가량이 그룹사로부터 발생했다. 순환출자구조도 부담이다.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길 경우 상호출자가 금지돼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한다.

이와 관련 사조그룹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부동산 가치 저평가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일례로 골프장의 경우 주거 등으로 용도가 바뀌어야 땅값이 오르는데 용도 변경이 기업 마음대로 될 수 있는 상황의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그룹 홈페이지 주진우 회장을 소개하는 CEO 프로필 최상단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문구가 배치됐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줄여서 춘풍추상(春風秋霜)으로 쓴다. 남에게 관용을 베풀고 자신의 인격 수양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 회장의 행보를 보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은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격언을 반대로 적용해 '자신에게만 관대하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다.

박동준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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