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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한국 포스코 vs 스웨덴 SSAB, 미래 친환경 철강 기술 승자는?

포스코 다음달 6일 수소환원제철 포럼 개최
포스코 독자개발한 파이넥스 응용한 수소환원 제철 하이렉스 공개
권순우 기자




철강업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입니다.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평균 이산화탄소가 1.83톤이 배출됩니다. 전체 산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4%를 차지합니다. 가장 많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포스코입니다. 지난해 756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전년에 비해 5% 이상 줄었지만 2위(남동발전:2700만톤)와 비교할 필요도 없는 압도적 1위입니다.

포스코뿐 아니라 전 세계 철강사들은 탄소중립 달성이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철강을 생산할 때 석탄을 씁니다. 철강회사는 거대한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코크스)를 넣을 넣어 고온에서 녹입니다.



철광석은 철과 산소로 이뤄집니다. 석탄이 철광석이 가진 산소를 떼어내면 순수한 철이 나옵니다. 석탄이 가진 탄소와 철광석에서 나온 산소가 만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인류가 300년 동안 철을 얻는 방식입니다.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철강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고민하는 방식은 수소환원제철입니다. 석탄대신 수소를 넣는 방식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이 가진 철과 산소에서 산소를 뗄 때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합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물(H2O)이 됩니다. 이산화탄소는 배출되지 않습니다.

화학적으로는 단순한데, 문제는 수소환원제철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석탄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철강 기술은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습니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전까지 철강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했던 것은 효율성을 높여 연료비를 절감하는 차원이었다”며 “아예 이산화탄소 배출하지 않는 방식은 굳이 연구할 필요가 없던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300년 철강업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때문입니다. 유럽, 한국, 중국 등 여러 국가는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산업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과연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철강을 만들 수 있을지, 불확실한 기로에 철강업은 서 있습니다.

이미 수소환원제철 플랜트가 있긴 합니다. 스웨덴의 SSAB는 지난해 8월 수소환원 파일럿 프랜트 ‘하이브리트의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이브리트에서 만든 철강은 자동차 회사 볼보에 납품됐고, 볼보는 무화석 철강을 이용한 컨셉카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이브리트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트는 샤프트 환원로에 철광석을 펠렛으로 만들고 약 1050도 고온의 수소를 넣어서 녹이는 방식입니다. 방식은 단순해 보이는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수소와 철광석을 직접 반응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철광석을 가루로 만들고 철 비중이 높은 가루를 뭉쳐 펠렛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또 펠렛과 수소가 반응을 할 때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온도를 높여줘야 합니다.

SSAB가 하이브리트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원래 사용하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SSAB는 샤프트 환원로에서 수소가 아닌 천연가스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펠렛공자도 이미 있습니다. 기존 기술을 활용하면서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꾸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식을 채택한 겁니다.

현재 100톤 규모의 작은 공장이기 때문에 작동을 하지만 생산량을 늘렸을 때 감당할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고로 1기에서 4천~5천톤의 쇳물이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포스코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환원제철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기존 용광로에서는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과정과 철을 녹이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파이넥스는 철을 추출하는 과정과 철을 녹이는 과정을 분리한 포스코 만의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3천만톤의 쇳물을 만들어낸 검증된 기술입니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이유는 경제성, 환경성 때문입니다. 파이넥스는 고로 방식에 비해 황산화물, 질산화물, 미세먼지 배출량이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파이넥스 역시 석탄을 사용해 철을 녹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수소환원제철을 고민하던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을 응용한 ‘하이렉스(HyREX)'를 구상했습니다. 철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수소를 사용하고, 철을 녹일 때 석탄 대신 전기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철강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이덕락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은 “샤프트 환원로를 이용하려면 철광석을 분쇄를 해서 자석을 이용해 구분을 하고 1300도로 구워서 펠렛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다고 본다”며 “원재료 측면에서도 펠렛은 13%에 불과한데 하이렉스에 사용할 수 있는 일반 분철광석은 68%나 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할 때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SSAB의 하이브리트와 포스코의 하이렉스. 상용화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둘 중에 누가 승자가 될까요?

전 세계 철강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공정을 다 뜯어내야 하는 ‘탄소중립’을 고민할 때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4월 수소환원제철을 공동개발하자는 화두를 던졌고 세계철강협회에 글로벌 철강사들이 협력할 수소환원제철 포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6일 포스코를 중심으로 글로벌 철강사들이 함께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IS 2021)을 처음으로 개최를 하게 됐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탄소중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함께 해보자고 했을 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모든 철강사들이 앞이 안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해보자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소환원제철포럼에는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철강 강국의 협회와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등 10개 주요 철강사, 발레 등 원료사 등 철강 공급망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SSAB와 포스코는 전 세계 철강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소개하게 됩니다. 미래 친환경 철강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될지를 가늠하는 첫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쉽게 전 세계 어디가에는 한국보다 진보된 기술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친환경 흐름을 주도하니 우린 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화두는 전 세계 모든 산업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하는 미션을 줬고 모두가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만들기 전까지 전기차는 개념의 영역에만 있었습니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연구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대중화는 불가능 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테슬라는 실제로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어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 시기가 결정이 되면서 전기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됐습니다.

검증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현재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나마 가능성 있을 거라고 보는 기술을 유럽이 개발하고 있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책연구과제로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방법론을 조사해 보니 파이넥스를 응용하면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스웨덴은 100만톤 규모의 데모 플랜트를 2027년 스타트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우리는 실용 규모 플랜트를 2023년부터 검토해서 26~27년에 가동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 친환경 철강을 만드는 생산 기술 선점을 위한 첫 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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