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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의 테크&스톡] '6만전자'로 내려앉은 삼성전자...주가 발목잡는 'D램'이 뭐기에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온다더니…불안한 D램 전망
D램은 초격차…파운드리는 추격자
조은아 기자

세상을 바꾸는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K-테크'가 있습니다. '테크&스톡'에선 전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신기술을 톺아보고 미래 성장성을 조망합니다. 한순간 뜨고 지는 '테마주'가 아닌, 미래를 기대하고 투자해볼만한 '가치주' 관점에서 기술의 의미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00원(0.29%) 하락한 6만8,8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틀 연속 6만원대인데, '6만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만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만해도 장중 한 때 9만6,800원을 찍으며 10만전자를 향해 달려가는 듯 보였습니다. 지난해 초만해도 5만원선이었던 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급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주가는 줄곧 8만원 안팎의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6만전자로 주저앉은 상황입니다.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가와 달리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연결기준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분기 매출 7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서 분기 매출 최대치는 지난해 3분기의 66조9,641억원입니다. 영업이익도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습니다.

13일 장마감 후 한국거래소 전광판 속 삼성전자 주가 (사진=뉴시스)


이처럼 '70조원' 고지를 밟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삼성전자가 증시에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테크&스톡에선 삼성전자 주가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반도체'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온다더니…불안한 D램 전망

우선,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이렇게 둘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쓰는 반도체로 대표적인 제품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쓰이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가 있는데요.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해석하거나 계산하고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5G통신칩, 이미지센서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입니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3.6%로 1위이고, SK하이닉스(27.9%)가 2위, 미국 마이크론(22.6%)은 3위입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로 34%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뒤를 이어 일본 키옥시아(18.3%), 미국 웨스턴디지털(14.7%), SK하이닉스(12.3%) 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대한 기대감은 삼성전자 주가에 불을 지피우기 충분했습니다. 앞서 2017년~2018년 2년간 지속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당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후 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 여파로 보릿고개 시절을 보냈는데, 지난해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시 올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문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입니다.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고, 이에 대한 기대가 이미 지난해와 연초까지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합니다.

게다가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등이 늘면서 PC나 노트북 판매가 급증한 덕에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지만, 이제는 코로나19 특수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내년 D램 가격이 평균 15~20%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올해 4분기 D램 가격이 하락 전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의 다운 사이클 진입은 최종 수요감소 보다는 IT 부품 공급부족에 따른 세트업체의 생산차질 요인이 더 커 보인다"며 "이는 중국 전력난에 의한 PCB 기판 등 후공정 부품의 생산차질과 비메모리 반도체 (SoC, DDI 등)의 공급부족 장기화로 세트업체 (PC, 스마트 폰, 서버)의 수요예측 불확실성과 생산차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익이 다시 증가하는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어떻게 잘 버텨내는지, 그리고 그 이후 다시 돌아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얼마나 투자를 할 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최근엔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해 회로 선폭이 업계에서 가장 좁은 14나노 D램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칩 크기를 더 작게 할 수 있고,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14나노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공정을 차세대 D램 기술규격인 DDR5(Double Data Rate 5)에 가장 먼저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DDR5는 최고 7.2Gbps의 속도로 DDR4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비는 10~20% 정도 낮은 기술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 등에서 고성능 D램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인데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의 수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전체 D램 시장의 10%, 2024년에는 43%로 점유율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 D램은 초격차…파운드리는 추격자

삼성전자 주가 레벨업의 또다른 관건은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선 초격차 우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아직 추격자입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차지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보다 규모가 더 큰 시장인데요.

시스템 반도체는 위탁생산 전문기업인 '파운드리'와 설계만 하는 기업인 '팹리스' 이렇게 나눠서 볼 수도 있는데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직접 다하는 '종합반도체(IDM)'의 경우도 있는데, 삼성전자와 인텔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기업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맡는다면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삼성과 경쟁해야하는 팹리스 입장에선 파운드리 전문업체를 찾기 마련이고 그렇다보니 현재 시장은 파운드리 전문인 대만의 TSMC가 독점하는 수준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8%로 압도적 1위이고 삼성전자는 14%로 2위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은 삼성전자가 지난주 온라인으로 개최한 삼성파운드리포럼에서 내놓은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내놨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EUV 전용 화성 'V1 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내년 상반기 3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TSMC가 내년 7월 3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했는데, 이보다 앞서 양산을 시작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은 독자적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할 계획으로, 이는 반도체 전류 조절 스위치와 같은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구조의 기술입니다. 기존 핀펫 기반의 5나노 공정과 비교하면 성능이 30% 향상되고 전력 소모는 50%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히며 추격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날로 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승부수가 통하게 될 지 주목됩니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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