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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배우 하차한 '하와이 파이브-0' 속사정

[덕후 기자의 드라마 튜토리얼]
이소정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소정 기자]

[덕후 기자의 드라마 튜토리얼 03 - 하와이 파이브-0]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의 남편으로 등장한 배우 대니얼 대 김, 기억하시나요?

국내 팬들에게는 '꽈찌쭈'로 불리며 사랑받은 배우죠.

그가 미국 CBS 채널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0'(Hawaii Five-0) 하차를 밝혔습니다. 하와이 파이브-0는 1968년부터 1980년까지 인기리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 시리즈(하와이 파이브 오)를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시즌 8 방영을 앞둔 장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대니얼 대 김은 형사 친 호 켈리 역으로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그레이스 박과 호흡을 맞추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레이스 박은 미국 Syfy채널의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로 얼굴을 알린 배우인데요. 하와이 파이브-0에선 친 호 켈리의 사촌이자 경찰 코노 칼라카우아 역으로 열연 중이었습니다.

그런 두 인기 배우가 하와이 파이브-0에서 하차하겠다는 것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같은 비중 ‘다른’ 출연료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은 다른 두 백인 주연 배우들, 알렉스 오로린(스티브 맥개럿 역)과 스콧 칸(대니 윌리엄스 역)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두 배우는 동일 출연료를 요구했지만, CBS는 10~15% 적은 출연료를 최종 협상안으로 내놨습니다. 협상은 결렬됐고, 두 배우는 하차를 선언합니다.

아시아계 배우들과 백인 배우들의 출연료 격차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네 주연 배우 모두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시즌에 걸쳐 168개의 에피소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출연 회차의 차이는 없습니다.

두 백인 배우의 연기 경력이 더 오래돼서였을까요?

IMDB에서 찾아봤습니다. 알렉스 오로린의 배우 경력은 2003년부터, 스콧 칸의 경력은 1995년부터 시작합니다. 반면, 대니얼 대 김은 1991년부터 그레이스 박은 2000년부터 시작합니다.

인지도가 더 높아서였을까요?

인지도에 대한 척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구글 도움을 받았는데요. 네 배우의 검색량을 비교한 구글 트렌드 결과를 보면, ‘그레이스 박’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인 하와이 상황을 따져봐도 의문이 갑니다.

하와이는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아 아시아계의 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미국 인구조사국 2016년 자료에 의하면 하와이 인구 중 37.7%가 아시아계에 해당합니다. 백인은 25.8%에 불과합니다.

아시아계가 타 인종보다 높은 곳인 만큼 드라마 속 아시아계 두 배우의 역할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죠.


▲ 미국 방송계는 기회도 출연료도 여전히 ‘차별’ 중

대니얼 대 김은 지난 7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서 친 호 켈리와 같이 잘 다듬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연기 기회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제 캐릭터를 진심으로 그리워 할 겁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UCLA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소 랄프 J. 번치 센터가 작성한 '2017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그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014-15시즌에 방영된 프로그램 중 주연 캐릭터의 11.4%만이 소수 인종 배우에게 돌아갔습니다. 나머지 88.6%가 백인 배우에게 할당됐죠. 미국 전체 인구 내 소수인종의 비율이 38.4%에 달하는데도 말이죠.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15시즌 방영된 프로그램 중 주연 캐릭터의 15.8%만이 소수인종 배우에게 돌아갔지만, 백인 배우는 84.2%에 달했습니다.

애초에 소수 인종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배역에 발탁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캐스팅되더라도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 가득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죠.


▲ 배우 하차는 벌어질 수 있는 일?

CBS는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두 배우를 잃기 싫었다”며, “상당히 높은 출연료 인상(large and significant salary increases)으로도 그들을 잡기는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의 총 제작자 피터 렌코프도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 아프지만 장수 드라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하와이 파이브-0는 TV 프로그램 사상 가장 다양한 출연진으로 계속될 것이다”고 언급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켈리 칼 CBS 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지난 1일 TV비평가협회 프레스 투어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는 “인기 장수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배우 하차 문제는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부산물이라고 본다”며, “CSI, 그레이 아나토미, 그리고 성범죄수사대: SVU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드라마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 배우가 하차하기도 하고 새로운 배우가 투입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미국 내 소수인종에 대한 대우와 차별, 기회의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습니다.

참고로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올해로 제정 53주년을 맞았습니다.


▲ 여덟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하와이 파이브-0’

오는 9월 29일 처음 방영되는 하와이 파이브-0 시즌8에선 두 명의 ‘뉴페이스’가 영입됐는데요.

배우 메간 래스는 경찰 아카데미에서 쫓겨난 뒤 호텔 풀장에서 안전 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알렉스 오로린에게 발탁된 타니 레이 역을, 뷸라 코알레는 전 네이비실 대원 주니어 레인스 역으로 출연할 예정입니다.

조연 캐릭터로 드라마에 간간이 등장했던 배우 이안 안소니 데일, 테일러 와일리, 키미 발밀레로, 데니스 천은 시즌8에서 고정 캐릭터로 승격됩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수의 고정 캐릭터가 다양한 인종으로 꾸며진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가 드라마 시청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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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소정 기자 (is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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