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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경제]MS는 블리자드 모든 주주에게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82조원에 인수
경영권 프리미엄 아닌 합병 프리미엄, 모든 주주에게 지급
권순우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돈 82조원,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MS의 블리자드 인수가는 주당 95달러로 14일 종가 대비 45%나 프리미엄이 붙었다.

여기서 프리미엄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니라 ‘합병 프리미엄’이다. MS는 블리자드 지분 전체를 인수한다. 일부 대주주의 주식만 사는게 아니다. 블리자드는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매각 여부를 주주들에게 묻고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MS가 지급하는 45%의 합병 프리미엄은 대주주 주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주식에 적용된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매각을 반대하면 이 거래는 무산될 수 있다. 그래서 주주들의 찬성을 얻기 위해 ‘합병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업을 인수할 경우 대주주의 지배지분만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뀌면 기업가치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데 소액주주들의 선택지는 없다.

대주주 개인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는 커녕 이사회 결의도 없다. 인수자는 대주주의 지분만을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시장 가격보다 수십 퍼센트 비싼 가격에 산다.

경영권과 지배지분이 반드시 연결돼 있는 개념은 아니다. 블리자드의 주요주주는 뱅가드(7.9%), 블랙록(4.9%), SSGA펀드매니지먼트(4.6%) 등 기관투자자들로 8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블리자드의 CEO 바비코틱의 거취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매각되면 당연히 경영진이 교체된다. 바비코틱 CEO는 1800억원에 달하는 연봉(직장내 성차별 사태에 책임을 지고 7000만원 수준으로 삭감)을 받았지만 지배주주는 아니다. 지분율로 CEO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주주가 바뀐다고 해서 CEO가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대주주 주식만 비싸게 사고 파는 관행이 생긴 것은 제도적인 측면이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영국은 상장주식의 30% 이상을 매수하려면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일정 가격에 매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과거에 도입이 됐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폐지됐다. 당장 외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소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해서라도 기업을 매각하기 위한 조치다. 그 조치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만 주식을 팔고 떠난 뒤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는 다수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신세계에 2285억원에 매각했다. 시가 주당 22만 85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27만 4200원에 팔았다.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을 걷고 25일 기준 16만 7500원이 됐다. 26%가 하락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팔았다면, 정 부회장은 더 이상 광주신세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사실상 총수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개념을 해석하기가 힘들다.

사적인 거래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을 박삼구 회장에게 주당 4만 1213원에 매각했다. 시장 가격에 비하면 200% 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증시에서는 산업은행 매각가에 시가가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민주주의가 1인 1표제이듯 주식회사는 1주 1표제다. 누구 주식은 더 비싸고 누구 주식은 더 싸야 한다는 한국의 관행은 복잡한 논리를 들이대지 않아도 비상식적이다.

기업을 인수할 때 대주주 주식뿐 아니라 전체 주식을 사야 한다면 부담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이 말은 역으로 누군가 다른 회사를 함부로 인수할 수 없다는 의미고, 한국 대부분 대주주들이 바라는 대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모든 주주들의 주식에 프리미엄 45%를 지급해 인수한다. 이 말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한국 ESG의 현실이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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